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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8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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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금요 칼럼] 중국과 일본의 월드컵 창(窓)

  • 기사입력 : 2002-07-05 00:00:00
  •   

  • 이번 월드컵에서 중국과 일본이 보인 대한(對韓) 인식은 퍽 대조적이었
    다. 일본이 한국 축구의 발전을 인정하는 태도였다면 중국은 이를 한갓 요
    행으로 봤다. 왜 이런 상반된 견해가 나올까. 이를 탈아론(脫亞論)과 중화
    론에서 그 이유를 찾아 보자.

    일본은 1853년 개항 및 1868년 명치유신 이래로 근대국가의 건설에 목표
    를 두었다. 아시아라는 좁은 울을 벗어나 세계의 선진문물을 받아들이지 않
    으면 안 된다고 믿었다. 곧 탈아세아론(脫亞細亞論)의 성립 근거였다. 일본
    은 이의 추진에 성공했고, 이 결과는 1894년 청일전쟁과 1904년 노일전쟁
    의 승리, 그리고 1910년 한국 강제합병으로 나타났었다.

    특히 일본은 1941년 진주만을 폭격하여 야기한 태평양전쟁(세계 제2차대
    전)을 소위 `대동아공영권의 건설을 위한 전쟁`이라고 불렀다. 아시아로부
    터 미국 영국 등의 외세를 몰아내 아시아인의 공영권을 확보하자는 취지였
    으나 한국을 비롯한 점령지로부터 군수물자와 노동력을 수탈하기 위한 구실
    에 불과했다. 이처럼 탈아론은 잘못된 것이었으나 동남아를 거의 석권한 상
    태에서 미국과의 전쟁도 불사한 만큼 그들로선 그것이 경이에 찬 위업, 그
    자체가 아닐 수 없었다. 일본은 이렇게 도전했고 또 성공했다.

    우리의 탈아론도 없지 않았다. 구한말 개화사상이 그런 셈이었다. 결과
    는 실패였으나 백년이 지난 시점에서야 그런대로 결실을 맺고 있다. 반도체
    와 조선, 일부 가전제품에서는 우리가 세계 제1위다. IT(정보통신기술) 분
    야에서는 일본을 처음부터 앞선 지 오래다. 이 점은 이번의 서울과 요코하
    마에서 각각 열린 월드컵 개막식과 폐막식을 봐서도 알 수 있다. 단, 축구
    는 탈아시아를 하지 못했다. 이런 사정은 일본도 마찬가지여서 양국은 이번
    에 월드컵 16강 진출을 목표로 했었다. 한국은 이를 초과 달성하여 4강이
    됐으나 일본은 16강에 그쳤다.

    놀라운 것은 일본이 우리의 8강, 4강 진출을 차례로 반겨 준 것이다. 어
    쩌면 한국을 통해 그들 탈아론의 대리만족을 거뒀는지 모른다. 그렇다면 탈
    아론은 이제 새로운 해석이 불가피하다. 왜냐하면 그들 젊은 세대는 이전
    사람과는 달리 이를 평화적으로 이용할 줄 알기 때문이다. 일본 젊은이는
    곧 아시아의 그 누구라도 세계 정상급에 도전하고 진입한다면 이를 반길 준
    비가 돼 있다는 열린 자세를 보여줬다.

    중국은 어떤가. 아직도 세계의 중심(中國)이라는 케케묵은 중화론(中華
    論)에 사로잡혀 있는 것 같다. 애당초 세계의 중심이니, 무슨 탈아론이 있
    을 수 없고, 따라서 누가 아시아의 한계를 뛰어넘어 4강에 진출했는지도 그
    저 `변방의 뉴스`쯤 됐던 모양이다. 이런 생각이라면 아예 월드컵에 출전하
    지 않는 게 보다 `대국`다운 태도였을 게다. 그러나 그들은 이번 월드컵에
    첫 출전, 예선리그에서 각각 브라질, 터키, 코스타리카에게 0대4, 0대3, 0
    대2로 지고 말았다. 한 골도 넣지 못한 것이다. 그랬으면 첫 골도 아주 어
    렵다고 깨달았어야 했다. 그러나 그들은 “한국이 불공정한 심판 판정으로
    4강에 오른 것은 세계 축구사의 수치”라며 `세계 축구`를 걱정했다.

    변화가 없는 중화론이란 박제에 불과하다. 중국의 한 인터넷 전문 사이트
    인 시나닷콤(sina.com.cn)에서는 젊은이의 토론문화가 한창이었다. 그들
    중 상당수가 한국을 폄하하는 중국인을 비판했었다. 비록 그 목소리는 크
    지 않았으나 그렇다고 중국의 관영 매체나 당국이 기뻐할 일은 못된다. 월
    드컵을 둘러싸고 그들 네티즌 간에 벌어진 공방이 장차 그들의 정치문제로
    옮겨 붙을지 누가 알겠는가. 이렇게 보면 그들의 `한국 4강 논란`은 그 전
    초를 위한 셈인지도 모른다. /허도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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