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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23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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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위기의 가정

  • 기사입력 : 2002-05-17 00:00:00
  •   
  • 나택진 논설위원/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이번 달에 어린이 날을 비롯하여 어버이 날 등을 제
    정, 가정에 연관된 풍성한 행사들을 마련하여 그 뜻을 기리는 것은 가정의
    의미를 재인식하고, 더 나아가 가족의 역할과 위치를 굳건히 다짐하자는 사
    회적 결의가 내포돼 있을 것이다.

    가정이 위기를 맞고 있다는 지적이 드높은 오늘이다. 산업 정보화시대가
    도래하면서 전통적인 윤리 도덕위식은 점차 쇠퇴되어지고 이에따라 부모와
    자식간을 비롯하여 가족 구성원간의 고유한 가치기준도 퇴색하면서 가정과
    가족의 해체현상은 급속도로 진행돼 왔다. 게다가 지난 98년도에 우리에게
    다가온 외환위기는 수백만의 사람들을 길거리로 내모는 대량 실업사태를 야
    기했고 이로인해 고개숙인 아버지들의 행렬을 지속시키면서 가정의 위기감
    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는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은 천륜을 무시하고 인륜을 저버린 범죄들이 횡행하고 있는
    우리 사회현상에서 그대로 반증되고 있다. 남편의 실직으로 생활고가 깊어
    지자 아내가 가정을 팽개치는 바람에 아이들이 보육원에 보내지는가 하면
    용돈을 주지 않는다고 부모를 흉기로 위협하고 상습적으로 폭행하는 천인공
    노할 일이 우리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처참한 세상이다.

    가정위기의 심각성은 가정폭력의 현주소에서 여실히 대변하여 주고 있다.
    가족에게 폭행을 행사하는 가정폭력이 심각한 수준으로 발생하고 있는 것으
    로 나타나 사회에 경종을 울려주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한햇동안
    검거한 가정폭력 사범은 총 1만5천557명으로 이는 전년도 1만2천983건에 비
    해 12.3% 증가한 수치인데, 아내 학대가 1만2천323건(84.5%)으로 가장 많았
    고, 남편 학대 347건(2.4%), 노인 학대 306건(2.1%), 아동 학대 154건
    (1.1%)으로 밝혀졌다. 더욱이 가정폭력 방지를 위한 법이 제정되고 가정회
    복을 위한 다양하고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왔음에도 불구하고 가정폭력이
    여전히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있어 이에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대부분의 가정폭력은 조그만 불만과 갈등에서 비롯되지만, 한번 시작된
    폭력은 반복되면서 더 큰 폭력을 낳을 뿐 아니라 폭력의 대물림으로 이어지
    면서 한 가정을 무너뜨리는 악순환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는 전문가들의 경
    고를 귀담아 들어야 할 것이다.

    가정이란 남편과 아내와 자녀가 집안의 대소사를 의논하면서 오순도순 생
    활을 꾸리는 단란한 터전이기 때문에 가정은 우리에게 안락과 휴식을 줄 뿐
    만 아니라 책임감과 보람을 안겨준다. 그래서 우리는 가정을 삶의 보금자리
    라고 일컫고 있는 것이다. 그런 집안에서 어른들이 싸우고 때린다면 그것
    은 이미 가정이라 할 수 없으며 그것을 보고 자란 자녀들은 폭력 무감각으
    로 성장할 수도 있다. 이러한 시대상을 반영하여 지난 14일 가음정동 알뜰
    생활관에서 창원여성의 전화 주최로 가정폭력 추방행사가 열렸던 것을 비롯
    하여 각 사회단체에서 가정폭력 방지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심과 참여를 촉
    구하고 있다.

    사회의 기초단위인 가정이 무너지면 사회건 국가건 온전할 수 없다. 우리
    의 마지막 보루인 가정이 무너지면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의 붕괴로 이
    어짐을 철저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과거에는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가정
    을 지키겠다는 각오가 재기하는 힘의 원천이었고 사회의 저력이었다. 그러
    나 지금은 역경에 이르면 가정과 가족부터 버리니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게다가 가정의 안정을 위협하는 사회적 환경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어 가정
    의 역할 또한 더없이 소중한 처지이다. 고개숙인 아버지의 기를 북돋워주
    고 방황하는 가족을 껴안아주는 가족간 사랑과 애정의 나눔이 그 어느 때보
    다 요구되어지고 있다. 이에는 가족의 제자리 찾기와 공동체 의식의 회복
    이 선결과제이다. 부모 스스로 권위를 지킬수 있는 행동을 보임으로써 자녀
    들이 정신적 삶의 목표를 설정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가족 구성원간 진솔
    한 대화를 나누어 한울타리의 가족 공동체 의식을 일깨워야 할 것이다. 가
    정의 달을 맞아 우리 모두 가정의 의미와 가족의 역할을 다시 한번 생각하
    는 계기로 삼아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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