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칼럼] 위험수위의 사이버도박
- 기사입력 : 2000-02-0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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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국의 인터넷 도박 사이트를 통해 지난해 100만달러가 넘는 외화가 유출
됐다는 소식은 참으로 충격적이다. 더욱이 국내 개설자와 운영자들을 통하
지 않고 직접 외국의 사이버 카지노를 접속해 도박해온 네티즌 수와 유출
된 외화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주
고 있다. 게다가 이들 수십만명의 사이버 도박꾼 가운데 다수가 시·도청
과 교육청을 포함한 전국의 관공서와 학교 기업체 은행 등에서 근무하는 사
람이라는 사실은 우리를 더욱 놀라게 한다. 독버섯처럼 번지고 있는 사이
버 도박을 막을 대책수립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이다.
사이버도박은 인터넷 카지노 사이트를 클릭하고 자신의 신용카드 번호를
입력한후 포커 블랙잭 슬롯머신 룰레 등의 각종 도박을 하고 돈을 잃거나
딸 경우, 신용카드로 정산하는 방법으로 이뤄진다고 한다. 경찰 사이버수사
대의 발표에 따르면 도박사이트에 접속한 기관은 수협중앙회 제주도교육청
대한주택공사 한국수자원공사 육군사관학교 도봉구청 파주시청 강릉시청 새
마을금고연합회 경북도청 충남도청 강원도청 서울시지하철건설본부 등이 망
라됐고, 전국의 초 중 고교와 유명대학교 수십곳도 들어있다. 공무원 등이
직장의 인터넷 전용선으로 카지노 사이트에 버젓이 들어간다는 현실은 우
리 사회의 도박중독증이 어느 정도인지를 실감할 수 있다.
특히 사이버도박은 시간과 장소에 구애를 받지 않고 순식간에 번질 수 있
어 그 폐해가 보통 심각한게 아니다. 구속영장이 신청된 도박 사이트업자 4
명은 외국의 사이버 카지노 업체와 파트너십 계약을 맺고 국내 네티즌들을
상대로 사이버 도박장을 운영하면서 국내에서 발생한 이익금의 일부를 배당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개설한 도박사이트를 오락사이트나 검색사이
트에 광고하고 단 한번의 클릭으로 접속이 가능하도록 국내 네티즌들을 유
혹해 왔다. 그 결과 작년 4월부터 지금까지 그들의 14개 사이트에서 100만
달러가 넘는 외화가 고스란히 외국의 도박업체로 유출됐다.
이 사이트에 접속한 국내 네티즌의 수는 자그마치 20만명이 넘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 카지노 사이트의 기록에는 지난해 12월20일 하루동안에 무려
4천107건이 접속됐고, 이중 관공서 학교 금융기관 등의 공공기관과 대기업
을 포함한 일반회사의 인터넷 전용선을 통한 것이 전체의 41.1%였다. 사이
버도박이 이와같이 직종·직업에 관계없이 광범위하게 성행하는데도 뾰족
한 대책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어려움으로 지적되고 있다.
망국병인 도박의 폐해를 우리는 익히 알고 있는 바다. 이러한 도박이 이
제 사이버를 통해 국제화 시대를 맞으면서 만연되고 있다. 더 나아가 사이
버 범죄는 도박에만 국한되는게 아니다. 음란물 판매 매춘 불법주식거래 유
통사기 등 그 종류가 수없이 많고 수법은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으며 대상
도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있다. 컴퓨터의 대중화로 인한 폐해 또한 이에 비
례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국내 인터넷 인구가 벌써 1000만명을 넘었
고, 우리나라 인터넷 접속횟수가 아시아에서 최고라고 한다. 90년대 이후
급격한 컴퓨터 보급의 확대로 우리는 사이버 세계에 거의 무방비로 노출되
어 있는 셈이다.
사이버 범죄들이 이제 강건너 불이 아닌 우리 곁에서 실제로 발생하고 있
다는 사실을 우리는 철저히 인식해야 한다. 사이버 도박을 비롯한 사이버
범죄가 난무하고 있는 오늘이다. 사이버 범죄에 효율적으로 대처하려면 당
국이 우선 관련법규를 제대로 정비해 단속의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사이
버 범죄 수사 인력과 기구를 대폭 확충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인터
넷 서비스 업체들도 돈벌이에만 집착하지 말고 불법·불량 사이트 적발과
퇴출에 발벗고 나서야한다. 네티즌들도 저마다 사회질서나 미풍양속을 해치
는 사이트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적극적인 감시자 역할을 할 때 건전한 사이
버 문화가 정착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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