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5월 04일 (토)
전체메뉴

[금요칼럼] 정치권 물갈이는 거역할 수 없는 민의

  • 기사입력 : 2000-01-28 00:00:00
  •   
  • ‘공천부적격자 명단 공개’란 총선시민연대의 ‘핵폭탄’을 맞은 정치권
    은 엄청난 소용돌이에 휩싸여 있다. 공개자 명단에 포함된 정치인들은 말
    할 것도 없고 운좋게(?) 제외된 자들도 언제 자신을 향해 비수가 날아들지
    몰라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는 정반대로 대다수의 국민들은 시민
    단체가 ‘정치판 물갈이’의 그 서막을 열어가는 것 같다며 크게 반기는 추
    세다. 대다수 국민들이 시민단체의 공천부적격자 명단공개에 찬성하는 것
    만 보아도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얼마나 큰 지를 단적으로 알 수 있
    다.

    말할 것도 없이 이 지경에 이르게 된 원인제공자는 정치인 자신이란 점
    을 그들 스스로 더 잘 알 것이다. IMF체제 이후 국민들이 겪은 고통은 筆舌
    로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컸다. 경제파탄 위기로 인해 한 마디로 6.25전쟁
    이후 가장 참담한 생활고를 겪어야 했다. 그 와중에서도 국민들은 나라 경
    제를 살리려고 금모으기 운동을 펼쳐 결혼반지와 돌반지마저 아낌 없이 내
    놓았지만, 이 운동에 동참한 정치인이 누가 있었던가. 與野가 서로 만나 정
    치싸움판 벌인 것 이외에 진정으로 국민을 위해 한 일이 무엇인지 묻고 싶
    다. 이러니 국민의 뜻을 대변해 시민단체가 나설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정치은퇴란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이 도래했음에도 용단은 커녕 내가 왜
    당해야 하느냐며 바락바락 악을 쓰는 이들의 모습을 보면 분노의 마음을 넘
    어 측은하기까지하다. ‘棺’을 보고도 ‘눈물’ 흘리는 정치인은 없다. 자
    신은 결코 부도덕한 사람이 아니라고 애써 변명하거나 ‘내가 왜 부적격한
    정치인이냐’고 반발하면서 법적 대응을 추진중인 자가 있는가 하면 심지
    어 ‘배후 음모론’까지 거론하고 있다. 자신이 저지른 잘못에 대한 최소한
    의 반성조차 않는 이들의 후안무치한 행태로 볼 때 참회나 국민에 대한 사
    과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애시당초 무리였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개개인
    의 주관적인 관점에서는 억울한 점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객관적인 분명
    한 자료에 근거해 선정된 만큼 자신의 과오를 솔직하게 시인하고 먼저 국민
    에게 용서를 구하는 것이 공인으로서 취할 최소한의 자세가 아니겠는가.

    총선시민연대는 ‘공천부적격자 2차 추가 명단’을 곧 발표할 것이라 한
    다. 여기에는 1차때 제외된 정치인 20여명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부적격
    자로 지목된 자들이 국민 여론을 무시하고 국회의원에 출마했을 때에는 조
    직적으로 낙선운동을 펼치겠다는게 총선시민연대의 공언이다. 이래저래 정
    치권에 불어닥칠 또 하나의 태풍이 이미 예고된 셈이다. 자신이 지목되지
    않았다고 하여 다행으로 여기기에는 아직 이른 것 같다. 이번에 공개된 부
    적격자 명단은 그 뚜렷한 증거를 바탕으로 하여 적어도 이 사람들만큼은 정
    계에서 도태돼야 한다는 원칙하에 1차적으로 그 인원을 가린 것에 불과하
    다. 만일 숨어있는 진실이 백일하에 모두 드러난다고 가정할 때 도덕적으
    로 ‘무혐의 판정’을 받게 될 이 나라 정치인이 과연 몇이나 될지는 의문
    이다.
    이제야말로 정치인들은 구구한 사설로 자신을 변명할 것이 아니라 진정으
    로 참회하고 국민을 위한 정치를 펼치기 위한 뼈를 깎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임을 명심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시민단체들의 자유로운 선
    거운동을 못하도록 못박은 전 근대적이요 반민주적인 요소를 지닌 선거법
    제 87조의 개정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또다시 미적거리거나 적당히 얼버무
    리려 할 경우 국민적 저항을 불러오게 된다는 점을 분명히 깨달아야 한다.
    선관위와 사법부는 법조문에만 매달려 시민단체들의 공천반대 및 낙선운동
    에 대해 ‘법위반’이란 경직된 해석을 내릴 것이 아니라 이 운동이 대다
    수 국민의 뜻과 일치함을 충분히 감안해 보다 유연하게 대처해 줄 것을 주
    문하는 바이다.

    총선시민연대의 이번 운동은 ‘정치권 물갈이’, 다시말해 ‘정치개
    혁’의 그 서막에 불과하다. 이 운동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려면 대대적인
    국민들의 참여가 있어야 한다. 즉, 다가오는 4월 총선에서는 누가 자격미달
    인지를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또다시 부적격자들에게 투표하는 우를 범
    해서는 결코 아니될 것이다. 적합한 자질을 갖춘 후보를 지지하여 이들에
    의해 16대 국회가 구성돼야만 비로소 희망의 결실을 보게 된다는 점을 분명
    히 깨달아야 한다. 이렇게 될 때 정치인의 입에서 “국민이 정치를 모욕하
    면 결국 국민이 정치로부터 모욕당하게 된다”는 따위의 국민 멸시적인 발
    언은 영원히 사라질 것이다. 국민의 대표를 올바로 선택하는 일, 이것이 바
    로 국민에 의한 정치개혁의 첫 걸음이요, 그 要諦가 아니겠는가.목진숙 논
    설위원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