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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5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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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발등의 불 뉴라운드

  • 기사입력 : 1999-11-1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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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구촌 곳곳에서 새로운 천년을 준비하며 축제 분위기에 들떠 있을 오는
    30일 미국의 시애틀에서는 메가톤급 태풍을 예고하는 대회전의 막이 오른
    다. 21세기 새로운 국제통상규범을 규정할 뉴라운드의 출발점이 될 세계무
    역기구의 각료회담이 바로 그것이다. 그날 세계무역기구 회원국이 참석한
    제3차 각료회의에서 협상의제를 확정하고 본격적으로 뉴라운드의 출발을 선
    언하게 된다. 일명 밀레니엄 라운드로 불리는 뉴라운드는 40여년간 유지돼
    온 기존의 무역질서인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 통칭 GATT체제를 무너
    뜨리고 95년에 출범한 세계무역기구(WTO)가 처음으로 주도하는 다자간 협상
    이다.

    21세기 개막과 함께 진행될 뉴라운드에서 무엇을 다룰 것인지는 협상에 참
    여하는 각국의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되는 중요한 문제로, 이번 각료회담의
    최대 쟁점이라고 볼 수 있다. 한마디로 국가의 흥망성쇠가 걸려있는 한판
    승부게임인 셈이다. 세계 각국은 뉴라운드에서 자국에 유리한 규범은 넣고
    불리한 규범은 빼기 위해 벌써부터 한치의 양보없는 치열한 물밑 접전을 벌
    이고 있음이 이를 대변하고 있다.

    뉴라운드에서는 이미 확정된 기존 설정의제인 농산물과 서비스분야 외에
    각료회의 선언문 초안에 언급돼 있는 ▲공산품 시장접근 ▲전자상거래 ▲환
    경과 무역 ▲투자 ▲경쟁정책과 무역 ▲노동과 무역 등이 의제로 다뤄질 것
    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같은 점은 농산물 및 서비스 등 기존의 통상이슈에
    대해서도 가능한한 새로운 다자간 규범을 제정하고자 하는 뉴라운드의 의의
    를 감안할 때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뉴라운드는 기본적으로 무역자유화의
    폭을 우루과이라운드보다 더 넓히기 위한 것이다. 현재로서는 어느 국가도
    안심할 수 없는, 한치 앞을 점치기 어려운 판국이 진행되고 있다. 다만 협
    상방향이 어떻게 정해지든 뉴라운드는 분명 21세기 세계 각국의 산업 및 무
    역구조를 크게 변화시킬 것이란 점에서는 의견일치를 보이고 있을 뿐이
    다.

    이에따라 우리에게 뉴라운드가 어떠한 파고를 몰고 올 것인가는 초미의 관
    심사항이다. 기존 설정 의제의 하나인 농산물 분야는 뉴라운드가 진행되는
    동안 우리에게 가장 큰 이슈가 될 것이 틀림없다. 우리에게 농산물, 특히
    쌀이 갖는 상징성 때문에 우여곡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공산품은 가트체
    제때부터 꾸준히 무역장벽을 낮춰왔지만 농산물 분야는 우루과이라운드 협
    상때부터 도마위에 올랐다. 당시 장벽을 많이 낮추었지만 협상 종료 당시
    에 99년 말부터 서비스 분야와 함께 재협상을 하기로 약속했다. 한국은 가
    장 민감한 쌀에 대해 지난 협상때 수입쿼터를 2004년까지 단계적으로 4%까
    지 늘리는 대신 수입제한을 풀지 않기로 했었다.

    그러나 이번 선언문 초안에서는 모든 농산물에 대한 과감한 관세삭감과 수
    출보조금의 대폭 감축 또는 삭제 및 내년까지 농업분야 개방계획 제출 등
    이 포함돼 있어 국내 농업은 이미 뉴라운드의 태풍권 안에 들어와 있는 셈
    이다. 물론 나머지 의제들도 결코 소홀히 취급할 수 없는 분야들임에 틀림
    없다.
    그러나 메가톤급 폭풍을 잉태한 태풍의 눈이 코앞에 다가왔는데도 이를 느
    끼고 걱정하는 사람은 아직까지 많지 않은 것 같다. 정부는 뉴라운드 협상
    에 대비하기 위해 지난 7월 15개 관련부처 국장급으로 협상대책위원회를 발
    족, 대책을 준비하고 있지만 곳곳이 지뢰밭이다.

    미국과 유럽연합 일본 등 선진국들의 이해관계가 사안별로 복잡하게 얽혀
    있어 정부의 대책마련이 더욱 어렵다는 지적이다. 비상사태로 여겨지기에
    충분하다. 이제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우루과이라운드에서 체험했듯이 한
    국경제에 엄청난 변화와 영향을 가져다 줄 핵폭풍으로 뉴라운드가 코앞에
    다가왔다. 그러나 정부의 대응은 여전히 지지부진하고 정치권도, 업계도 손
    을 놓고 있는 상태이다. 하루빨리 대응체제를 갖추어 UR의 전철을 밟지말아
    야 한다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나택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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