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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4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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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시간은 없고 할 일은 많다

  • 기사입력 : 1999-11-05 00:00:00
  •   
  • 서기 2000년을 50여일 앞두고 우리 국정은 지금 망망대해를 걷잡지 못할
    정도로 표류하고 있는 모습이다. 현안만 돌출하면 여야가 벌이는 정쟁으로
    인해 시국은 마치 이판사판의 사생결단을 보는듯 하다. 과거 군사정권이나
    권위주의 정권같은 상황도 아닌데 작금의 우리 정치행태가 왜 이런가?.
    2000년이 코앞에 다가왔음에도 불구하고 국정은 팽개친채 당리당략을 위한
    싸움질이나 벌이고 있는 정치권을 보는 국민들의 맘은 답답하고 안타까워
    분통이 터질 지경이다.

    우리에겐 지금 시간은 없고 할 일은 많다. 난리나 피우고 있을 시간이 없
    다. 우리가 현 시점에서의 고난을 벗고 새 밀레니엄 개막과 함께 선진대열
    에 서려면 정치권은 지금 당장 싸움을 중단하고 대타협에 나서야 한다. 타
    협을 이루는 것만이 실타래처럼 얽힌 현 정국을 안정시킬 수 있다. 이후 우
    린 다음 세기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준비하지 않으면 안된다. 당장 시급
    한 현안이 파행중인 정기국회를 정상화, 90조가 넘는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
    하고, 20세기 신한국을 이끌 맑고 투명한 정치풍토 조성을 위한 정치개혁
    관련법안 외 총 4백여건에 달하는 민생관련법안을 처리해야 한다.

    그리고 국민적 의혹을 사 특별검사제가 도입돼 수사가 진행중인 옷 로비
    사건과 대전 조폐공사 파업유도 사건, 이외 국정조사가 결정된 언론 문건파
    동과 맹물전투기 사건 등도 그 진상이 밝혀져 하루속히 국민앞에 공개하는
    일이다. 한 세기를 넘기면서까지 이런 문제로 국력을 소모할 수는 없다.
    20세기 냉전의 산물인 한국전쟁으로 인한 억울한 피해자들의 恨도 다함께
    풀어준뒤 21세기를 맞도록 해야 한다. 무시해도 될 만한 역사속의 일로 여
    겨 넘길지 모르나 한국전이라는 동족상잔이 남긴 폐해는 아직도 이 땅에 너
    무나 많은 통한(痛恨)을 남겼다. 다만 지치고 귀찮아 대항만 안 할 뿐이지
    뼛속 깊은 원한은 아직도 곳곳에 잠재해 있다. 대표적인 예가 최근 AP통신
    의 보도로 새삼스럽게 드러난 노근리 주민 학살사건을 비롯한 전국에서 벌
    어진 미군에 의한 학살 만행이다. 부끄럽게도 이는 외국의 통신이 50년이
    지난 사건을 짤막하게 보도한 것을 미국 정부가 귀 기울임으로써 햇볕을 보
    게됐다. 인권을 중시한다는 우리 정부가 반성해야 할 대목이다. 노근리와
    유사한 학살사건은 지금 전국 방방곡곡에서 신고되고 있다. 우리 정부가 이
    제 이를 모른체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들의 아픔을미국에다 맡겨둘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전시 우리 군대가 저지른 가장 참혹했던 양
    민학살사건의 하나인 산청, 함양을 포함한 거창 양민학살사건도 정부는 이
    번 기회에 조사해 그들의 원혼을 달래줄 필요가 있다. 언제까지 참혹한 현
    장을 그대로 방치, 쉬쉬하고 숨겨만 두고 있을 것인가?.
    Y2K문제 역시 화급을 요하는 일이다. 기간산업을 비롯한 대규모 운송수단
    과 생산시설을 상대로한 Y2K문제는 남은 이 50일 안에 총력적 점검을 마쳐
    야 할 문제다. 현 상태론 또 다시 허겁지겁 실기할 가능성이 많다. 불안에
    떨고 있는 국민들의 맘을 생각한다면 이대로 방치해 넘길 수는 없는 일이
    다.

    이대로 물고 물리다 새해가 밝으면 총선은 4개월여 남는다. 여당은 집권
    의 아성을 돈독히 하는데 주력할 것이고, 야당은 집권당의 기반을 무력화시
    키기에 안간힘을 다하려 할것이다. 선거가 끝나면 으레 따라붙는 후유증 또
    한 남게 마련일 것이고 티격거리다 보면 서기 2000년은 다 지나가게 될 전
    망이다. 다음이 2001년, 월드컵은 꼭 1년 남는다.

    이웃 일본은 벌써 요코하마에 주경기장을 완성시켜 놓고 시범경기를 유치
    한다, 손님맞이 전국민 훈련을 실시한다 요란을 떨고 있는데, 우리는 내분
    에 휘말려 스스로 손발을 묶어 놓고 있다. 개막전날까지 페인트 칠이나 마
    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상암 주경기장 관계자들의 말이 이를 뒷받침 한
    다. 월드컵은 88올림픽 다음으로 우리나라가 치르는 세계적 대형 행사다.

    88올림픽을 모범적으로 치러 우리나라를 전세계에 알리고 획기적인 선진화
    를 이룩하는데 기여했듯이 월드컵 또한 국가적 명제로 성공을 전제하지 않
    으면 안된다. 완벽한 준비로 원만한 대회가 치러졌을 경우 우리는 대내외적
    으로 신뢰를 잃지 않을 것이며, IMF로 인해 수축된 우리의 경제적 보상은
    물론 위안을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2000년 새해 아
    침, 우리는 벽두부터 할일을 잃고 정치꾼들의 싸움질이나 또다시 구경하는
    우리 자신의 자화상밖에 보지 못할 것이다. /공봉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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