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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4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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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100세를 장수하면 무엇하나

  • 기사입력 : 1999-10-22 00:00:00
  •   
  • 성재효 논설위원

    인간 수명의 한계는 어디일까? 1900년도 인간의 평균 수명은 47.3세였으
    나 1백년동안 77세로 늘어났다. 그리고 향후 50년 사이 그 두배까지 늘어
    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진시황은 불로초를 구하기 위해 동방에 사람을 보냈다. 長壽는 인류의 꿈
    이었다.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 산 기록은 구약성서 창세기에 나오는 므두
    셀라로 969세였다. 현대인들에게는 환상적인 나이다. 구약시대의 사람들은
    대체로 수백년을 넘게 살았다. 이집트 람세스왕 시절 유태민족을 이끌고 가
    나안으로 향했던 출애굽의 주인공 모세도 120년을 살았다. 이후 수명은 점
    차 단축되어 산업사회에 접어 들어서는 50을 넘기지 못했다. 그러나 현대
    들어 발달하는 의학과 삶의 환경이 좋아지면서 반등하기 시작해 100세를 바
    라보게 된 것이다.

    21세기 말에는 200세
    생명공학 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윌리엄 해즐타인 박사는 2050년에 태어나
    는 인간의 기대수명을 150세로, 2100년에는 200세를 넘을 것이라고 진단했
    다. 그는 21세기 의학이 손상된 섬유와 조직을 치료하는 차원을 넘어 재생
    할 수 있을 정도로 발전해 `젊음의 샘`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인간은 그동안 잃어버렸던 수명을 되찾는 과정을 밟고 있는
    셈이다. 진시황의 꿈을 실현시켜 나가고 있는 것이다. 21세기 새로운 천년
    은 그런 희망의 시대가 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갖게 한다. 선진국들은
    이같은 인류의 꿈을 실현하기 위한 복지 비전을 저마다 제시하고 있다. 그
    것은 유아부터 보육과 교육을 국가가 책임져 미래가 요구하는 창의적인 국
    민을 길러내며 노후를 안락한 환경에서 마감하도록 보장하는데 까지 이른
    다.

    인간 수명이 연장되면서 추구해야 할 국가 최고의 정책은 말할것도 없이
    복지 분야다. 그것이 삶의 질을 높여 주는 환경 조성의 길이다. 그러나 우
    리의 정책은 여전히 복지와는 거리가 멀다. IMF이후 복지 분야 예산이 대부
    분 삭감되고 난후 국가 정책은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복지 사회의 최고 슬로건은 『요람에서 무덤까지』다. 요람의 환경이 인
    간 수명을 좌우하고 노년의 삶이 그 사회의 복지수준을 말해준다. 그중에
    유아복지는 국가 경쟁력과도 직결된다. 일본은 전후 유아복지에 집중적으
    로 투자를 했다. 엄청난 전쟁 복구비용에도 불구하고 유아복지 시설 투자
    에 최우선을 두었다. 유아복지는 여성의 사회진출을 돕고 조기교육을 실현
    시킨 先見之明의 정책이었다. 유아를 가진 어머니도 직장을 다니는데 불편
    하지 않도록 하고 소득을 높여 삶의 질을 향상시켜 준 셈이다. 그러나 우리
    의 실정은 어떤가. 유아를 둔 어머니는 꼼짝도 못하고 있다. 유아를 위한
    보육과 교육 환경이 제대로 갖춰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 와중에도 교
    육 열의는 높아 한 해 20조원의 과외비중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유아의 조
    기 교육비도 실익없이 과소비 되고 있을 뿐이다.

    우리는 아직도 유아 교육이 복지부와 교육부로 이원화 돼있다. 통합의 필
    요성을 깨닫고 마련된 『영유아법 개정안』이 3년째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 사설 유치원과 어린이집이 부실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것도 따지
    고 보면 미지근한 정부의 복지정책에서 비롯된 것이다. 영유아 교육을 시
    장 논리에 맡긴 복지 국가가 어디있단 말인지 한심스럽기조차 하다.

    노인문제 심각한 국력 소모
    노인 문제는 더 심각하다. 치매 문제만 해도 아직도 가족이 대처해야 하
    는 수준이다. 환자가 늘어나면서 매달린 식구들의 희생은 엄청난 국력 손실
    로 이어지고 있다. 노후를 보장받는 노인들은 소수에 불과하고 대다수 노인
    들은 불안한 노후생활을 보내고 있다. 노인 복지시설을 늘려야 한다. 그것
    은 노인복지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에게 정부가 지원해 시설을 확충해 나가
    는 것 외에 달리 방법이 없다. 현대식 대규모 시설을 해야 한다는 사고를
    바꾸어 지역 실정에 맞게 작은 시설을 확대해 나가는 것이 해결책이다. 노
    인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 나가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백세 장수만이 행복은 아니다. 노후에도 즐겁고 감사하는 삶이어야 한다.
    그런 환경을 만드는 것이 국가의 책무다. 유아부터 조기교육으로 창의적인
    국민을 길러내고 이들이 국가에 헌신하도록 하며 노후에는 행복한 삶을 마
    감하게 하는 그런 사회가 우리의 꿈이 아니겠는가. 밀레니엄에는 『요람에
    서 무덤까지』란 복지 비전이 현실로 다가올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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