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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4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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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도덕성 회복」 운동의 필요성

  • 기사입력 : 1999-10-1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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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건복지부가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 96년부터 98년까지 3년
    간 강간피해자 수는 모두 1만3천183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가운데
    만15세이하가 전체의 18.6%에 달해 강간피해자 10명중 2명은 미성년자인 것
    으로 밝혀져 우리 사회에서 심각하게 거론되고 있는 도덕성 실종의 현주소
    를 대변하고 있다. 심지어 6세이하 아동을 상대로 한 범행도 346명에 이른
    것으로 드러났다. 파렴치범인 강간사건은 날로 늘어나고 범행대상도 6살바
    기에까지 확대되고 있는 실정이다. 신고 또는 검거된 사례가 이렇지, 그런
    일이 생기면 근엄한 체하면서 쉬쉬하기 때문에 알려지지 않고 그냥 묻혀버
    린 사례가 얼마나 많을지 모르겠다. 인륜과 도덕을 무엇보다 중시하며 동방
    예의지국을 자처하던 우리 사회가 어쩌다가 이 지경에까지 이르게 되었는
    지 한심스럽기만 하다. 미성년자 성폭행이 빈발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중
    증 정신질환에 걸렸다는 것을 뜻한다.

    이미 잊혀진 일이지만 9세때 성폭행을 당한 여성이 가해남자를 26년만에
    살해해 사회적 파문을 일으키면서 우리 사회에 어린이 성폭행 문제에 대한
    관심을 촉발시킨 사건이 있었다. 이른바 지난 91년에 발생했던 김부남 사건
    이 그것이다. 자신보다 25세나 많은 동네 아저씨로부터 몹쓸 짓을 당한 김
    씨는 피해망상증과 남자혐오증에 시달리다 두번의 결혼에 다 실패하고 26년
    만에 가해자를 찾아내 흉기로 살해한 사건이다. 비슷한 무렵에 계부살해사
    건도 있었다. 계부로 부터 당한 성폭행에 대한 원한과 수치심이 성인이 되
    어도 풀리지 않아 남자 친구와 공모하여 계부를 살해했던 사건이다. 어린
    시절에 겪은 정신적 충격이 살아가면서 얼마나 심각한 후유증을 남기는지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미국 듀크大 정신행동과학 교수인 조너던
    데이비드슨 박사의 최근 연구에서는 16세이전에 성폭행을 당한 여성은 나중
    에 자살할 위험도가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무려 6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
    다. 성폭행을 당한 여성의 자살기도율은 15%였는데 이들중 절반 가량이 16
    세 이전에 강간을 당했다고 한다.

    유교적 도덕관을 중시하던 우리가 왜 이렇게 타락했는가. 국가적 경제난
    이 우리 사회의 윤리와 도덕성은 물론 법질서마저 흔들고 있는게 아닌가 하
    는 걱정이 들만큼 최근 각종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있는 현실이다. 조직폭력
    배등에 의한 흉악범죄는 말할 것도 없고 보험금을 노린 자해사건과 환각물
    질을 복용하고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저지르는 범죄 등 복잡다기화된 사
    회구조를 반영하듯 각종 범죄의 유형도 천태만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어쩌
    다 우리 사회의 윤리·도덕성이 이처럼 무너져 내리고 인륜과 천륜마저 하
    찮게 여기는 풍조가 번지게 되었을가. 그 이유를 단지 우리가 겪고 있는 현
    재의 심각한 경제난에만 두는 것은 무리일지 모른다. 사회현상이 윤리와 도
    덕의 가치를 무너뜨릴만큼 복잡하고도 다양한 변화에 직면하면서 물질적 가
    치가 정신적 가치를 능가하는 배금주의 사상이 만연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
    질만능·황금만능이라는 오늘의 풍조가 인간의 고유한 정신적 가치를 팽개
    쳐 버리는 상황으로까지 몰고 간 것이라고나 할까.

    우리는 오늘의 현실을 보면서 사회전반의 윤리·도덕성 회복과 환경의 순
    화가 시급한 과제임을 절감하게 된다. 범사회적 운동으로 사회를 정화하고
    떠받쳐주는 정신적 지주인 도덕규범을 재창출하는 일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다. 윤리·도덕의 무감각증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의 마련이 그렇게 쉽지 않
    을지 모르지만, 이 문제의 해결이 우리에게 주어진 의무이자 책무임을 깊
    이 인식하여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러나 보다 본질적인 문제는 모두가
    인간의 심성과 도덕률을 가다듬는 일이다. 너 나 할 것 없이 사람다운 윤리
    의식을 갖고 있지 않는한 이처럼 도덕성이 실종되고 있는 병든 사회를 구
    할 수는없다. 나택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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