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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4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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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방사능 공포증

  • 기사입력 : 1999-10-0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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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달 30일 일본 이바라기현 도카이무라에 소재한 핵연료가공회사에서
    방사능이 누출돼 19명이 피폭되고 인근 주민 30만명이 대피하는 사태가 발
    생한지 5일만에 우리 월성 원전 3호기 냉각수 펌프 정비작업중 중수 50ℓ
    가 누설돼 인부 22명이 피폭되는 사고가 일어나 새삼 방사능 공포증이 사
    회 곳곳으로 확산되고 있다. 더욱이 이번 사고는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
    의 국정감사에서 울진 원전 2호기 주발전기에서 수소가 누설되기 시작해 지
    난 9월30일 현재 34.34●/일(日)에 이르러 한계범위 25●/일을 초과했다는
    확인과 함께 수소가 산소와 결합할 경우 폭발할 가능성이 높음에도 안이하
    게 대처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은지 불과 4일만에 발생한 사고여서 더욱 놀
    랍다. 특히 이날 국감장에서는 울진 원전 1·2호기의 정기 예방점검결과 증
    기발생기내 1만9천980개의 세관 가운데 19.9%에 달하는 3천978개의 결함이
    발견됐으며 이것이 균열로 이어질 경우 냉각수 누출이 우려된다고까지 경고
    함으로써 여타 원전에 대해서도 경각심을 일깨우지 않았던가. 이번 월성 원
    전 사고는 정비공구 불량이 그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하지만 순환펌프 제작
    결함 여부에 대해서도 꼼꼼하게 따져 보아야 할 것이다.

    대형 방사능 누출사고가 발생할 경우, 피폭된 사람들은 설사 생명을 부지
    한다해도 끝내 엄청난 고통속에 몸부림치다가 죽어가며 유전자에까지 변화
    를 초래해 기형아 출산 등 후손 대대로 끔찍한 시련을 겪게 된다. 이것은
    비단 인간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농작물이나 가축, 생명수 할 것 없
    이 동·식물계가 동시에 오염되므로 사람들도 더 이상 삶을 영위할 수가 없
    게 된다. 지난 86년 구 소련 당시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에서 일어난 방사
    능 누출사태를 돌이켜 보자. 이 사고로 묵숨을 잃은 자가 3천500명을 넘어
    섰으며 그 피해자는 수십만에서 수백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아직
    도 수많은 생존자들이 고통속에서 죽음의 날을 바라보고 있지 않은가.

    그저께 국회 농림수산위소속 宋勳錫의원은 산림청 국감자료를 통해 한반
    도 산림 및 토양의 방사능 오염이 체르노빌 사고 인근 유럽국가들보다 심각
    하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한국원자력안전연구원이 지난 92년부터 4년간 전
    국 27개지역을 대상으로 측정한 자료에 따르면 평균치는 0.8Bq(배크렐)이
    며 최소 0.18에서 최대 1.85Bq로 나타났다고 한다. 지난 95년의 자료에 의
    하면 체르노빌 원전사고 주변국인 체코의 경우, 최고 0.72Bq에 평균 0.27Bq
    이며, 이탈리아는 최고 1.51Bq에 평균 0.06Bq로 나타나 상대적으로 우리의
    토양방사능 오염도가 훨씬 높아 심각한 상황임을 말해 준다. 이러한 원인
    은 중국이 지난 50년대부터 80년대까지 고비사막과 타클라마칸사막에서 실
    시한 각종 핵실험때 생겨난 플루토늄이 바람을 타고 한반도로 유입, 축적됐
    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정부는 추후 중국의 핵실험 재발을 방
    지할 수 있는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본다.

    현재 울진과 월성지역에는 원전 8기가 운전중이며 이것에 더하여 원전 6
    기가 건설되고 있거나 건설계획중이라고 한다. 걱정되는 것은 이 지역이 양
    산단층대에 속한다는 점이다. 올해들어 9월말 현재까지 남한에서만 총 31회
    의 지진이 발생했으며 이 가운데 14회는 진동을 감지할 수 있는 규모 3.0이
    상인 것으로 확인됐다. 양산단층이 활성이냐 아니냐에 대한 학계의 논란이
    계속되고 있으며 활성단층일 가능성도 존재한다. 만의 하나, 대형지진이 발
    생해 양산단층대가 뒤틀릴 경우, 어떻게 되겠는가. 지근거리에 위치한 월
    성·고리 핵발전소가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될 것이며 그렇게 되면 상상하
    기조차 끔찍한 대재앙이 발생하리라는 것은 不問可知다. 물론 지진에 대한
    대책이 완벽하게 수립돼 있다는 것이 관련 당국의 설명이지만, 이것은 크
    지 않은 지진일 때 한정되는 말일 것이다. 터키와 대만에서처럼 초강진이
    덮칠 때에는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따라서 정부는 ‘이 지역에
    는 절대 강진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식으로 장담하거나 무사안일하게 대처
    할 일이 결코 아니다. 초강진이 발생할 경우까지를 예상해 그야말로 한 치
    의 착오도 용납되지 않는 철두철미한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 그리고 이 지
    역에 건설계획중인 원전의 경우, 계획을 변경해 단층지대를 벗어나 지진발
    생 가능성이 거의 없는 지층구조 위에 건설하는 것이 타당하다. 점증돼 가
    는 방사능 공포증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원전시설 및 방사능 물질에 대한 정
    부의 철저한 관리는 물론 예상되는 그 어떠한 사고에 대해서도 완벽한 대비
    책을 세워 실행에 옮김으로써 국민들로 하여금 안심할 수 있게 하는 길 이
    외에 달리 묘안이 있을 수가 없다.목진숙(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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