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5월 18일 (토)
전체메뉴

[금요칼럼] 탈북난민

  • 기사입력 : 1999-09-10 00:00:00
  •   
  • 북한을 탈출하여 해외에서 체류중인 탈북자들의 비참한 실상이 밝혀지면
    서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대북지원단체의 하나인 사단법인 좋은 벗들이 지
    난해 11월부터 약 5개월동안 지린성 등 중국 동북 3성 지역과 연변 조선족
    자치주의 마을 2천4백79곳에 거주하는 탈북자 인권실태를 현장조사하여 밝
    힌바에 따르면 현재 탈북난민은 20만여명에 달하며 조사대상 이외의 지역
    과 숨어 지내거나 떠도는 난민을 포함할 경우 30만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탈북자 숫자가 정부가 파악한 것보다 훨씬 많고 너무나 열악한 생활을 하
    고 있는 점도 그렇거니와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들 탈북난민의 75%정도가
    여성이며, 이들의 절반 이상이 인신매매등에 의한 강제혼 상태에 놓여 있다
    는 것이다. 월남패망 이후 전세계를 떠돌던 보트피플이나 냉전의 벽을 무너
    뜨린 도화선이 되었던 동독난민도 아니고 우리동포인 북한탈출 난민들의유
    랑이라는 이 사태는 결코 강건너 불보듯 할 일이 아니다.

    북한 동포들이 죽음을 무릅쓰고 사선을 넘어 탈출을 실행하게 되는 데에
    는 대부분 배고픔과 생지옥과 같은 환경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
    다.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을 바에는 도망이라도 한번 쳐보자는 한계상황에
    서 시도되는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무슨 설움 무슨 설움해도 배고픈 설움
    이 가장 큰 설움이라는 우리의 속담이 말해주듯 그들의 처지가 처절했던 보
    릿고개의 우리들 과거를 반추시켜 주고있어 더욱 가슴에 와 닿는다.

    과거에도 러시아 벌목공과 연변탈출자들이 국제사회에서 주목의 대상이 되
    었던 때가 있었다. 시베리아 벌목장에서 탈출하는 북한 노동자들과 압록강
    두만강을 건너 연변지역 등으로 탈출하는 북한 동포들의 행렬이 이어졌던
    것이다. 그 당시에도 그들에게 다가오는 것은 인간 이하의 생활과 북한으로
    의 강제송환이라는 참담한 운명이었다. 몇년의 세월이 지난 오늘날에도 북
    한 탈출난민들의 실상이 아무런 개선없이 재현되고 있어 우리들에게 안타까
    움을 더해주고 있다.

    북한에는 반혁명분자에 대한 공개처형이 아직도 자행되고 있으며 정치범
    수용소에는 수많은 정치범들이 수용돼 있다고 외신들은 전하고 있다. 한마
    디로 인권불모지대인 셈이다. 실상은 더 참혹할 것이라는 추정이 훨씬 자연
    스럽다. 이로인해 탈북동포들의 행렬이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하면서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식량난도 굶주림의 차원을 넘어 본질적으로 인권문
    제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현실속에서도 북한은 이를 외면한채 오직 체제
    유지에 혈안이 돼 있다. 이같은 처사로 탈북자들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마저 낳게 하고 있다.

    국제적으로 외면당하고 있는 이들 탈북자 인권문제를 인도적 차원에서 해
    결할 필요와 시급성에 대해서는 두말할 나위가 없다. 정부가 우선적으로 해
    야 할 일은 국제사회의 관심과 협력을 이끌어 내는 것이다. 탈북자 문제는
    한국 중국 북한간 이해가 첨예하게 얽혀있는 미묘한 국제문제이기도 하다.
    정부가 지난 3월 제네바 유엔인권위원회 총회에서 탈북자 문제를 처음으로
    공식 제기한 것으로 할 일을 다했다고 말할 것이 아니라 유엔고등난민판무
    관실이나 중국과의 협의를 통해 해결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고 본
    다. 가장 좋은 방법은 난민의 지위를 부여, 최소한의 인권이 보호받도록 해
    야 할 것이나 북한과의 미묘한 입장때문에 난민 자격 부여나 난민시설 설
    치 등이 당장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당연한 일이지만 현재로선 민
    간차원에서 마음놓고 지원할 수 있는 길이라도 열려야 한다.

    탈북자 문제가 지금처럼 철저한 무관심속에서 방치되어서는 아니된다. 탈
    북난민 보호 UN청원운동본부 소속 회원 등 1백여명이 8일 오후 서울 명동에
    서 집회를 갖고 촉구한 내용들을 되새겨야 할 것이다. 그들은 『UN은 탈북
    자의 참상을 밝히기 위한 진상조사단을 파견하고 이들에게 국제난민의 지위
    를 부여하라』고 촉구했다. /나택진 논설위원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