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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8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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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히노마루’와 ‘기미가요’의 부활

  • 기사입력 : 1999-09-0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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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 히노마루(일장기)를 국기로 하고 기미가요를 국가로 한다는 내용의
    「국기·국가법」이 일본 중의원을 통과함에 따라 일본의 급속한 우경화가
    크게 우려된다. 기미가요는 119년전 日王 明治의 생일잔치에서 최초로 불려
    진 찬가로서 이후 식민통치기간중 우리의 젊은이들이 침략전쟁에 내몰리면
    서 천황에 대한 절대복종의 뜻으로 이 노래를 부르도록 강요받았다. 1870년
    에 제정된 히노마루와 함께 기미가요는 아시아 각국을 침략하여 유린한 과
    거 제국주의 일본의 피비린내 풍기는 상징물이다. 패전 일본을 접수한 연합
    군사령부가 일장기 게양을 금지시키고 기미가요를 부르지 못하도록 한 것
    은 바로 제국주의 일본의 부활을 염려했기 때문이었다.

    또한 일본은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A급 전범들의 위패를 야스쿠니신사로
    옮기는 일과 신사를 특수법인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즉, 총리와
    각료들을 비롯한 정치지도자들의 신사참배를 공식화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
    업임을 확신하게 된다. 지난 8월15일 日王 내외가 참석한 그들의 ‘종전 기
    념식’에서 전후 최초로 기미가요가 제창된 것과, 국회의원 54명과 현직 각
    료 8명이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한 사실만 보더라도 저의가 무엇인지 그대로
    드러난다. 그리고 「헌법조사회 설치법」이 중·참의원을 통과함에 따라 평
    화헌법 개정논의가 본격화 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이러한 행위는 곧 전
    범국이란 멍에에서 벗어나기 위해 과거 침략전쟁의 잘못을 부정하려하는 기
    도로 보아야 한다.

    보수·우경화의 길로 치닫고 있는 일본의 변화를 지켜보는 우리의 심정은
    착잡하기 그지 없다. 그들은왜 이처럼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역회전시
    키려 하는가. 한반도를 비롯한 아시아 식민지 침략에 대한 죄상을 뉘우치기
    는 커녕 침략사실조차 진출로 왜곡시키는가하면 "종군위안부는 개인적 차원
    의 매춘부였다"는 망발을 서슴지 않는다. 東京대지진 때의 한국인 학살과
    南京 중국인 대학살 사건을 부정하며 우리의 젊은이들을 태평양 전쟁 총알
    받이로 내몰아 희생시킨 사실조차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식으로 시치
    미를 떼는 그들이다. 식자층조차 과거 선대들의 잘못은 그들이 책임질 사항
    이며, 현재 자신들과는 무관하다는 논리를 펴고있다. 우익 민족주의 역사관
    에 사로잡혀 진실을 바로 보고 들을 수 있는 이성적 판단이 마비돼버린 듯
    한 일본의 이러한 행태는 마치 눈멀고 귀먼 石像을 대하는 것과 같다는 생
    각이 든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아무리 부인한다고해도 그들이 저지른 죄업은 사라지
    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제국주의시절 살육의 피묻은 日本刀를 씻는다고 해
    서 죄과가 소멸되지 않으며 과거사를 왜곡한다고 하여 침략자란 역사의 낙
    인이 지워지지 않는다는 점을 그들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일본의 보수·우
    경화 현상이 더욱 가속되는 이 시점에서 우리가 진정 경계해야 하는 것은
    민주·평화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그들의 미소 뒤에 가려져 있는 재무장과
    아시아 재침 야욕에 대한 가능성이라고 본다. 물론 지난 날처럼 군사력으
    로 지배하기는 불가능하겠지만 막강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하여 아시아 여
    러 나라들의 취약한 경제를 지배하려들 가능성은 상존한다고 볼 수 있다.
    어쩌면 그들은 제국주의시절 누린 패권, 즉 아시아 맹주로서의 위치를 확보
    하려 하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그들이 그토록 ‘히노마루’와 ‘기미가
    요’에 집착하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 아닐까.

    지난 8·15광복절날 항일독립투사로 둔갑한 한 친일인사에게 포상이 추서
    됐다. 이처럼 아직도 우리 의식속에는 떨쳐내야 할 많은 일제잔재가 남아있
    다. 일본식 각종 용어가 조국광복 54주년이 지난 지금에도 그대로 사용되는
    가 하면 일본의 대중문화는 이미 우리의 안방 깊숙이까지 파고든지 오래
    다. 글로벌 시대를 맞아 脫민족주의적인 보편가치를 추구해야 할 오늘날 무
    슨 구시대적인 발상이냐고 반문할지 모르겠지만 결코 국수적 민족·국가주
    의를 지향하려는 것이 아니다. 세계화 시대일수록 더욱더 확고부동한 민족
    의 정체성은 확립돼야만 한다. 그래야만 어떠한 외풍이 불어닥칠지라도 끄
    덕없이 나라를 지탱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만일 히노마루와 기미가요
    를 앞세운 일본의 우익 민족주의에 대한 경계 없이 무사안일하게 대응할 경
    우 또다시 어떠한 불행이 닥쳐올지 모른다. 일본이 한민족에게 저지른 죄과
    에 대해 우리는 넓은 아량으로 용서할 수 있다. 그러나 결코 이들에게 당
    한 불행한 역사만은 잊어서는 아니 될 것이다.
    목진숙(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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