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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8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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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대통령의 해외순방 외교

  • 기사입력 : 1999-07-0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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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국에 나오면 (이처럼) 대접 받는데... 국내에 들어가기도 싫다.』
    92년 9월30일 아침, 中國 北京 『조어대』에서 盧태우 대통령은 혼자말처
    럼 내뱉었다. 일본과 중국 방문을 결산하는 수행기자 조찬간담회는 숙연한
    분위기였다. 당시 취재기자로 참석했던 필자는 그 순간 대통령의 심적 갈등
    을 이해하기보다 『어린아이의 투정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자신의 외교
    적 성과가 국내 정치권의 심각한 갈등으로 부각되지 못한데 대한 불만을 이
    렇게 표현하는 것이 과연 대통령으로서 합당한 것인가에 의문을 가졌었다.

    99년 5월27일 러시아, 몽골 방문길에 올랐던 金대중 대통령은 귀국 후
    『외국에서(국가 원수가) 혼신의 외교 노력을 펼쳤는데 그 성과가 부각되
    지 못했다』고 불평했었다. 여당 고위층은 이에 앞서 『대통령이 외국에서
    국위를 선양하고 있는데 엉뚱한데 신경을 써 성과를 반감시키고 있다』고
    언론에 화살을 돌렸었다. 당시 『고가 옷 로비의혹』으로 떠들썩 했었고 당
    연히 대통령의 순방기사는 뒷전일 수밖에 없었다.

    대통령의 외국 순방은 여러가지 면에서 중요한 행사임에는 틀림없다. 먼
    저 순방이 결정되면 양국간의 외교 인력이 풀가동 되어 현안을 놓고 상호주
    의 원칙에 입각한 해결 방안을 찾는다. 그것만으로도 양국간의 우호증진에
    도움이 된다. 더욱이 과거사에 부정적이었던 국가간 정상 방문은 과거사를
    해결하는 계기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순방의 성과는 대통령으로서 당
    연히 해야할 책무고 국민의 평가에 대해 불평할 일은 아니다. 더욱이 외교
    적 성과는 국내 리더십과 상관관계를 가진다. 『섹스 스캔들』로 곤혹을 치
    르고 있을 당시 클린턴 대통령의 외국 나들이는 『죄인의 행차』에 다름 아
    니었다. 외국에서 대접받으려면 국내 정치가 안정돼야 하고 리더십이 드러
    나야 하는 것은 불문가지다. 국내문제는 죽을 쑤고 있으면서 외국에서 대
    접 받는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다. 그러나 우리 대통령들은 자신이 잘
    나 해외서 대접해 주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었다.

    대통령의 해외나들이가 국내 현안에 밀려 빛을 보지 못하는 경우는 허다하
    다. YS도 94년 4월1일 당시 일본과 중국 방문을 마치고 『4강외교의 마무
    리』란 거창한 수식어를 붙였지만 귀국 즉시 『UR 이행계획서의 수정문제』
    로 농수산부장관을 경질하는 등 뒤치다꺼리에 급급해야만 했다. 그도 방문
    길에 자신의 외교적 성과가 UR문제로 뒷전에 밀려난 것을 불평했었다.

    따지고 보면 역대 대통령은 외교적 성과를 진단하는 자기 판단이 매우 권
    위주의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더욱이 귀국보고회에서 내놓은 말들은 자화
    자찬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과거 외국 순방길 공식일정에 검은색 선글라
    스를 낀 박정희 대통령이나, 일국의 대통령으로서 뉴욕타임스의 공무국 초
    청으로 신문사를 방문했던 전두환 대통령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귀
    국 환영은 대대적인 것이었다. 국민의 의식 수준 차이였지만 본인들은 착각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어쩌면 우매한 국민들을 기만하는 것이기도 했
    다.

    외국 원수의 순방외교는 이제 과거와는 다르다. 행차가 간소화 됐고 특히
    격식이 필요없는 통상외교로 변하고 있다. 특수한 관계를 제외하고 초청외
    교에서 多者間 외교로 변하고 있다. 실무적인 외교로 전환하는 것이 시대조
    류다.
    김대중 대통령은 올들어 3번째 미국과 캐나다를 순방했다. 지난해 취임이
    후 7번째 외국나들이다. 필라델피아에서는 자유를 위해 공헌한 인사들에게
    주는 『자유메달』도 받았다. 외국나들이가 잦은 김대통령이 행여나 과거
    대통령들의 전철을 밟지나 않을지 염려가 된다. 자신의 외교적 성과를 부각
    시키기 위해필요 이상의 노력을 하는 것은 아닌지, 국민들이 대통령의 치적
    을 알아주지 않는다고 불평하는 것은 아닌지 조심스럽다.
    이제 김대통령은 오늘날 지구촌 정상 외교의 변화에 적응할 필요가 있다.
    순방국은 대통령 개인을 환영하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이란 나라를 환
    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도 중요하다. 농경사회의家父長的 권위의식
    에 젖어 어른이 밖에 나가면 집안 사람들은 근신해야 하고, 어른이 돌아오
    면 모든 일을 팽개치고 온 식구가 정중히 마중하기를 요구하는 대통령이 아
    니기를 바란다. 국가 원수의 행차에 거창한 수식어가 따르지 않아도 불평하
    지 않고 실무적인 성과에만 매달릴 수 있는 정보시대의 통상외교 대통령이
    기를 바란다. 김대통령은 『자유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그 타이틀에 걸맞
    은 사이버시대의 대통령으로서 책무에 충실해 주기를 바란다. 우리 국민은
    그런 변화된 대통령을 기대하고 있다.
    성재효. 국장대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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