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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9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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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의 웹툰 스타 ④ ‘좀비묵시록 82-08’ 경우 작가

그림 전공 살려 좀비물 리얼하게

  • 기사입력 : 2024-05-06 21:3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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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학서 순수미술 전공한 ‘만화 덕후’
    서양화 접고 2019년 웹툰 작가로 새출발
    택배일로 생계 이으며 치열하게 만화 연습

    2021년 카카오 ‘정의는 죽지 않는다’로 데뷔
    친형 권유에 소설 ‘좀비묵시록’ 웹툰 제작
    “언젠가 무협·코믹 장르에도 도전할 것”


    지난 몇 년 한국은 물론 세계를 강타했던 좀비물. 어느 나라건 영화, 드라마 할 것 없이 좀비를 소재로 다루기 바빴고, 웹툰·웹소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중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낸 작품이 있었으니, 박스오피스 원작의 웹소설 ‘좀비묵시록 82-08’. 좀비물 좀 봤다 하는 독자들 사이에서 명작으로 꼽히는 이 작품을 웹툰으로 만드는 그 중심에도 경남의 웹툰 작가가 있다. 필명 ‘경우’로 활동 중인 유경우(35) 작가다.

    웹툰 ‘좀비묵시록 82-08’ 경우 작가는 얼굴 공개를 원치 않아 작업 중인 뒷모습을 촬영했다.
    웹툰 ‘좀비묵시록 82-08’ 경우 작가는 얼굴 공개를 원치 않아 작업 중인 뒷모습을 촬영했다.

    그가 ‘좀비묵시록 82-02’ 원작의 노블코믹스를 그리게 된 건, 물론 마침 기회가 왔고 그의 그림이 원작에 어울렸으나 그 과정이 아주 운명 같았다는 게 경우 작가의 말이다. 때는 그가 전작을 끝내고 주말도 없이 포트폴리오 준비에 여념이 없던 때, 집에서였다.

    “친형이 있는데 소설을 정말 좋아해요. 형이 오더니 ‘좀비묵시록 진짜 재미있게 읽었는데 그런 건 할 수 없냐’고 묻더라고요. 원작이 있는 건 마음대로 할 수 없다고 말했었죠. 근데 한날 기획사 대표님이 좀비묵시록을 들고 오신 거예요. 운명이다 싶더라고요. 또 신기한 건, 웹툰이 9월 4일 오픈이었는데 그날이 마침 형 생일이었어요.”

    창원 진해에서 태어난 경우 작가는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미술 전공자다. 2019년쯤 웹툰작가로 새로운 출발을 시작해 올해로 5년 정도 만화를 그려오고 있다. 순수미술에서 웹툰으로의 전향이 쉽지 않았겠다 싶지만 생각보다 그의 결정은 명쾌하고 빨랐다.

    좀비묵시록
    좀비묵시록

    “어렸을 적부터 만화를 좋아하기도 했고 어느 날 웹툰을 보는데 내가 갈 길이라는 판단이 섰어요. 나도 할 수 있겠다 싶은. 다들 꿈을 꾸지만 그걸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잖아요. 다행히도 저는 용기가 있었고요. 지금 생각하면 저도 할 수 있다 생각했던 작품들은 감히 제가 비빌 수 없는 것들이었는데, 그땐 약간 오만한 자신감이 있었거든요. 그게 지금 저를 있게 했죠.”

    다른 영역이긴 하나, 그림 전공자로서 의심의 여지 없을 그의 실력은 떡잎부터 보였을 일이다. 지난 2021년 카카오웹툰에서 연재됐던 크레용 글, 경우 그림의 ‘정의는 죽지 않는다’가 그의 데뷔작. 그가 네이버 도전만화에 올렸던 만화를 보고 크레용 작가가 연락을 해온 것이 시작이었다.

    ‘정의는 죽지 않는다’ 이후 작품이 바로 지금의 ‘좀비묵시록 82-08’. 웹툰작가 인생 두 번째 작품이 북미, 대만 런칭이라는 성과를 내고 있으니 그에겐 천운이 따랐다 싶지만 이면엔 엄청난 노력이 있었다.

    좀비묵시록
    좀비묵시록

    “서양화의 길을 완전히 그만두고 웹툰을 하겠다 마음먹었을 때 부산으로 내려갔었어요. 부산에 있는 사촌형이 만화를 전공했었거든요. 가서 이것저것 많이 배웠죠. 생활을 해야 하니 택배 일을 했습니다. 새벽에 나가서 오후 1시쯤까지 배송을 완료하고 그때부터 만화 연습을 했거든요. 근데 종일 무거운 걸 들고 내리다 그림을 그리려니 손이 떨려서 잘 안 그려져요. 그래도 진짜 열심히 했어요. 하루 10시간? 15시간씩 할 때도 있었어요.”

    데뷔작은 글 작가와 함께한 ‘오리지널’이라면 지금 작품은 원작이 따로 있는 ‘노블코믹스’다. 그래서 그는 원작을 얼마나 담아낼 것인가를 깊게 고민한다. 노블코믹스는 2차 저작물로 ‘창작’이 보장되는 영역이지만, 원작 웹소설의 팬덤이 웹툰으로 유입되는 특성상 소설을 읽은 독자들의 니즈를 충족시킨다는 맥락에서다.

    “원작이 있는 작품을 웹툰이나 드라마로 다룰 경우에 독자들은 이걸 이벤트라고 생각해요. 그것들이 얼마나 잘 고증되는지를 눈여겨보죠.”

    예를 들면, 소설에서 사람들이 좀비로 변하기 전에 구토를 한다. 그런데 웹툰에서는 그런 장면들이 안 나온다면, 그게 작가 입장에선 일일이 다루지 않겠다 판단해 넣지 않은 거겠지만 독자 입장에선 ‘틀린’ 그림이 되어버리기도 한다.

    주인공이 한둘인 여타 웹툰들과 다르게 좀비묵시록은 주인공이 열댓명은 되다 보니 작가는 웬만한 장면 모두에 공을 들여야 하는 상황이 된다. 주간 웹툰이니 한 달 평균 4편은 그려야 하지만, 경우 작가는 퀄리티 유지를 위해 3편을 그리고 있다.

    언제가 될지 모르나, 경우 작가의 세 번째 작품은 무협이거나 코믹물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무협은 도전하고 싶은 장르, 코믹은 하고 싶은 장르다. 근거 없는 자신감을 동력으로 삼아 여기까지 왔다는 경우 작가의 다음 도전이 성공할 근거는 충분해 보인다.

    글·사진= 김현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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