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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 에세이] 한국 창작 동요 100년, 지금 우리가 부르는 노래는- 장진화(아동문학가)

  • 기사입력 : 2024-04-25 19:3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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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오늘도 옷고름 씹어가며 산제비 넘나드는 성황당 길에~”

    봄이면 절로 흥얼거리게 되는 노래 ‘봄날은 간다’ 첫 소절이다. 1954년 손로원 작사 박시춘 작곡으로 가수 백설희가 불렀지만 이후 이미자·나훈아·조용필·최백호·장사익 등 내로라하는 가수들이 제각각의 음악적 스타일로 다시 부른, 그야말로 ‘불후의 명곡’이다. 더구나 지난 2009년 문학계간지 〈시인세계〉가 시인 100명에게 ‘가장 좋아하는 대중가요 노랫말’을 물었는데, 이 노래가 압도적으로 1위를 차지했다. 그뿐만 아니라 문인수 시인을 비롯한 많은 시인들은 3절뿐인 이 노래에 자신만의 감성을 담아 4절, 5절을 지어내 부르기까지 했으며, 같은 제목으로 시를 쓰며 가는 봄을 아쉬워하기도 했다.

    그러면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동요는 무엇일까? 몇 해 전인 2022년 어린이날 100주년을 맞아 KBS 라디오가 KBS 국민 패널 1500여 명을 대상으로 한국인이 사랑하는 우리 동요를 조사했더니 ‘고향의 봄’이 1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이원수의 시에 홍난파가 곡을 붙인 ‘고향의 봄’이 1위였고 ‘과수원 길’(김공선 곡), ‘가을’(현제명 곡), ‘섬집아기’(이흥렬 곡)가 뒤를 이었는데 모두 한 구절만 불러도 다 함께 부를 수 있는 국민동요다.

    그런데 이 노래를 우리 어린이들도 즐겨 부를까. 아쉽게도 그렇지 않다. 제목조차도 모르는 경우가 많고 노래를 불러 주면 그제야 어디서 들어본 듯하다는 반응이다. 학교 교과서에 이 노래들이 수록되지 않다 보니 모르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면 요즘 어린이들은 무슨 동요를 부를까. ‘아기 상어’ ‘올챙이 송’ ‘내가 바라는 세상’ 등인데 그조차 저학년 어린이에게서 들을 수 있는 대답이고 고학년 어린이에게 물어보면 ‘요새 누가 동요를 불러요’ 하며 콧방귀를 뀌곤 한다. 학교에서는 요즘 아이들과 정서가 맞지 않다는 이유로 옛날 동요는 잘 가르쳐 주지 않는다는데, 엄마 아빠도 알고, 할머니도 아는 그런 동요를 함께 배워 부른다면 세대 간의 소통과 공감을 할 수 있지 않을까. 마냥 아쉽기만 하다.

    올해는 우리나라 창작 동요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어린이날을 만들었던 소파 방정환이 윤극영을 찾아가 ‘나는 창작동화에 힘쓸 테니 윤 형은 이 땅의 어린이를 위해 동요 작곡에 힘써 달라’고 청했고 이 만남 이후 윤극영은 우리나라 최초의 어린이 문화단체인 색동회에 가입하고 어린이 문화운동과 동요창작 작곡 운동을 벌였다. 그리고 1924년 처음 발표한 창작 동요가 우리나라 창작 동요의 효시가 되는 노래 ‘반달’이다. 어쩌면 ‘아기 상어’가 전 세계 선풍적인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것도 우리 창작 동요 100년 역사의 힘은 아니었을까. 다가오는 2026년은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동요 ‘고향의 봄’ 창작 100년이다. 그 봄에는 모두가 손잡고 ‘고향의 봄’을 소리 높여 부를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장진화(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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