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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4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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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고물가 시대 ‘현금 챌린지’ 유행

돈 샐 일 없게… 돈 세는 MZ

  • 기사입력 : 2024-04-24 21:0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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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미권서 시작된 ‘현금 분류’ 지난해부터 국내 퍼져
    한 달 생활비 현금으로 인출해 ‘바인더’에 넣어 관리
    소비 흐름 한눈에 보고 불필요한 지출 줄여 저축도
    소득공제 혜택까지 2배… 바인더 꾸미는 재미는 덤
    현금 정산과정 나만의 노하우 공유하며 응원하기도



    # 최근까지 주 소비를 신용카드로 해왔던 30대 직장인 최현지씨는 지출이 계속 늘어나자 알뜰한 소비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최근 유튜브에서 ‘현금 챌린지’ 영상을 접하면서 카드 대신 현금을 사용해보기로 결심했다. 최씨는 “내가 얼마를 쓰는지 체감하지 못했는데, 현금을 사용하니 불필요한 소비를 줄일 수 있었다”며 “다만 요즘은 온라인 결제도 많이 하고 현금을 받지 않는 곳도 늘어나는 등 현금으로만 생활하는 건 쉽지 않아 체크카드를 함께 사용하면서 합리적인 소비를 위해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다.

    고물가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젊은층 사이에서는 카드 대신 현금을 사용하는 ‘현금 챌린지’가 유행하고 있다. 무계획적으로 카드를 긁는 게 아니라, 예산을 정한 뒤 현금만을 사용해 고물가 시기 알뜰하게 소비하자는 취지에서다. 인스타그램에 ‘현금 챌린지’를 검색하면 관련 게시글이 6만9000여건이 넘어서는 등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현금챌린지 관련 게시물./인스타그램 캡처/
    현금챌린지 관련 게시물./인스타그램 캡처/

    ◇‘현금 챌린지’가 뭐야?= 2~3년 전부터 영미권에서는 틱톡과 인스타그램 등에서 ‘현금 분류’(Cash Stuffing) 챌린지가 유행했다. 이는 현금을 사용 목적에 따라 나눠 쓰는 행위로, 신용카드가 대중화되기 전 쓰이던 재테크 방식이다. 예컨대 생활비, 교통비, 주거비 등 목적에 따라 현금을 나눠 담아 사용한다. 인스타그램에 ‘cash stuffing’을 검색하면 12만건 넘는 게시물이 나온다.

    이 같은 흐름이 지난해부터 국내에서도 SNS를 통해 ‘현금 챌린지’, ‘현금 생활(현생)’로 퍼지기 시작했다.

    마찬가지로 현금 챌린지는 고정지출을 제외한 한 달 생활비를 현금으로 인출한 뒤 용도·기간별로 나누는 단계부터 시작된다. 일주일 예산을 미리 책정해 구분하거나, 식비와 의류비, 교통비, 여가생활비 등 자주 사용하는 항목을 정해 ‘현금 바인더(속지를 철해 꽂는 형식의 수첩)’에 넣어두는 식이다.

    소비가 필요할 때 카드 대신 분류해 놓은 현금 바인더에서 돈을 꺼내 쓴다. 쓰고 남은 현금은 별도의 저축용 바인더에 용도별로 구분해 따로 관리한다. 현금 챌린지 방법이 궁금하다면 유튜브나 블로그 등을 둘러보면 된다. 현생을 실천 중인 사람들의 ‘현생 가이드’, ‘초보현생러를 위한 추천 아이템’ 등 현생이 처음인 사람들을 위한 다양한 게시물들이 길라잡이 역할을 해준다.

    현금 챌린지 관련 게시물. /유튜브 캡처/
    현금 챌린지 관련 게시물. /유튜브 캡처/

    ◇장점은?= 현금 챌린지, 현생의 가장 큰 장점은 현금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볼 수 있어 소비 습관을 되돌아보게 해준다는 점이다. 현금을 사용하면 돈의 흐름이 눈으로 보이기 때문에 불필요한 지출을 줄여 계획적인 소비가 가능하다. 현금 사용을 통해 세금 절약도 가능하다. 연말정산에서 현금영수증은 신용카드(15%)보다 2배 높은 30%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현생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현금이 쌓이는 재미와 함께 꾸미는 재미는 덤이다. 현생 중인 사람들은 ‘다꾸’(다이어리 꾸미기)를 하는 것처럼 현금 바인더를 정성껏 만들고 기록한다. 취향껏 아기자기하게 꾸민 현금 바인더를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또한 자신의 현금 바인더나 계산기로 현금을 정산하는 과정을 인스타그램이나 쇼츠, 유튜브 등을 통해 공유하면서 서로 응원과 노하우를 주고받기도 한다.

    이 같은 인기에 힘입어 현생 관련 제품들도 출시되고 있다. 현금 바인더, 저축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세이빙 보드, 세이빙 속지, 머니포켓, 지출·저축 용도 구분에 도움이 되는 스티커 등 다양하게 판매 중이다.

    현금 챌린지 관련 게시물. /유튜브 캡처/
    현금 챌린지 관련 게시물. /유튜브 캡처/

    ◇각자 현실에 맞게 변형도= 최근에는 결제 간소화 등으로 현금 없는 사회가 가속화고 있는 만큼, 현금만 쓰면서 생활하기는 현실적으로 힘들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경제주체별 현금사용행태 조사결과’에 따르면 전체 지출액에서 현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38.8%에서 2021년 21.6%로 하락했다. 따라서 현금과 함께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를 사용하면서 가짜 돈(페이크 머니)으로 현생을 실천하는 사람들도 있다.

    카드로 지출을 하고, 현금 대신 페이크 머니로 예산을 정리하는 방법이다. 페이크 머니를 통해 현금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볼 수 있기 때문에 순수 현금을 쓰는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다.

    이 같은 챌린지의 유행은 고물가 시대 주머니 사정이 팍팍한 MZ세대 중심으로 소비를 줄일 방법을 찾는 과정에서 주목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익명 채팅방에 소비 내용을 공유하는 ‘거지방’, 하루 지출 ‘0원’에 도전하는 ‘무지출 챌린지’, 냉장고의 남은 식재료를 활용해 끼니를 해결하면서 장보기를 최소화하는 ‘냉파(냉장고 파먹기)’ 등이 인기를 끌었듯 절약, 짠테크의 일환인 것이다.

    한유진 기자 jinny@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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