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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3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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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경야독’ 여공의 삶 한눈에… 한일여고 역사관 개관

  • 기사입력 : 2024-03-31 20:3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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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74년 마산 한일합섬 내 설립
    국내 최초 산업체 부설학교
    50주년 기념식·‘50년관’ 열어
    ‘동문 기증’ 교복·상장 등 전시


    지난달 29일 창원시 마산회원구 양덕동에 있는 한일여자고등학교에서 ‘성취의 50, 기회의 100’을 주제로 개교 50주년 기념행사와 함께 ‘50년관’ 개관식이 열렸다. 50년관은 동문 559명이 십시일반으로 보내온 기금과 당시 교복, 앨범, 상장 등 학교 관련 자료들을 기증받아 이날 문을 열었다.

    한일여고는 1964년 고 김한수 회장이 마산에 설립한 한일합섬에서 일했던 어린 여공(여성 노동자)들에게 배움의 길을 열어 주기 위해 1974년 회사 내에 세운 국내 최초 산업체 부설학교다. 이러한 정신은 학교 교문에 붙은 ‘어떤 시련과 곤궁도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소녀 이외에는 이 교문을 들어올 수 없다’라는 현판 문구에 녹아있다.

    마산 한일여고 역사관에 동문들이 기증한 교복·생활기록부·앨범 등이 전시돼 있다.
    마산 한일여고 역사관에 동문들이 기증한 교복·생활기록부·앨범 등이 전시돼 있다.

    한일여고는 한일여자실업학교로 출발해 1989년 한일여자고등학교로 교명이 바뀌었다. 이후 1992년 한일전산여자고등학교로 변경된 뒤 1994년 2월 제19회 졸업식을 끝으로 산업체 부설학교 운영이 종료돼 일반고등학교로 전환됐다. 2015년 7월 한일여자고등학교로 교명을 다시 바꿔 지금에 이르렀다.

    당시 전국 팔도에서 배움을 위해 마산으로 찾아온 학생들은 고향에서 가져온 잔디를 학교 운동장에 심어 그리움을 달랬다. 한일여고 총동문회가 개교 50주년을 맞아 지난 2월 29일 펴낸 동문 문집의 제목이 ‘팔도잔디의 꿈’인 이유다.

    지난달 29일 열린 마산 한일여고 50주년 기념식에서 김선흥 교장이 ‘성취의 50년 한일의 발자취’를 주제로 한일여고의 역사를 설명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열린 마산 한일여고 50주년 기념식에서 김선흥 교장이 ‘성취의 50년 한일의 발자취’를 주제로 한일여고의 역사를 설명하고 있다.

    이날 찾은 역사관에는 동문들이 기증한 교복과 생활기록부, 교지, 상패 등이 전시돼 있었다. 현황판 옆에 전시된 2000년 12월 1일자 본지 기사에서는 한일여고를 ‘생존을 위해 시골에서, 도시에서, 전국 팔도에서 모여든 여학생들이 낮에는 열심히 일해 가족의 생계비를 벌고, 밤에는 피곤도 잊은 채 책장을 넘기면서 일궈낸 학교(‘팔도 잔디’ 향학열 실업계 명문 성장, 조윤제 기자)’라고 소개했다.

    2000년 12월 1일자 본지에 소개된 한일여고 기사.
    2000년 12월 1일자 본지에 소개된 한일여고 기사.

    추천도서 자료에는 당시 교사들의 교육열을 엿볼 수 있었다. 도서명과 저자, 추천 선생님 이름이 적힌 목록 상단에는 ‘“사람은 빵만으로는 살 수 없다!” 이 말은 의식주의 충족만으로는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없다는 말입니다. 날씨가 무더워 짜증스러울 때나 현장실습에 피로할 때는 스스로 손에 책을 들어보세요. 한없는 희열과 마음의 평화가 찾아올 것입니다’라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7회 졸업생인 강윤희씨의 1984년 7월분 급여 지급명세표도 눈길을 끌었다. 명세표에는 기본급, 야간근로수당 등 소득내역과 국민저축, 의료보험료, 새마을출자금 등 공제내역이 상세하게 명시돼 있다.

    1984년 당시 급여 지급명세표.
    1984년 당시 급여 지급명세표.

    이날 기념식에서 만난 김선흥 교장은 “역사적인 50년관 개관식을 한다니 어젯밤에 한숨도 못 잤다”며 “감개무량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선흥 교장은 마산 한일여고 졸업생 출신 첫 교장이다. 그는 1981년 한일합섬에 입사해 공부를 병행하며 1984년 8회로 졸업했다.

    고 김한수 회장의 손자인 김효준 한효학원 이사장은 “한 분 한 분이 역사이자 산업화, 근대화의 역사”라고 전했고, 2학년 부회장 박은선(18)양은 “일을 하면서 수업도 듣기 위해 학교 다녔다는 얘기를 듣고 대단하다고 생각했고,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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