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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7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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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칼럼] ‘복을 짓는다’는 말과 ‘끌린다’는 말- 임성구((사)한국문인협회 시조분과 회장)

  • 기사입력 : 2024-03-27 19: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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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은 메마르고 차디찬 감정들에게도 무한정으로 제 가슴을 열어 준다. 따사로운 햇살이 내리는 곳곳엔 파릇파릇 울긋불긋 새로운 생명이 움튼다. 세상에 불쑥 나온 그것들은, 아주 조용한 말로 상춘객을 끌어모은다. 여기저기서 환하게 웃는 꽃의 부름을 받고, 끌려 나오거나, 쏟아져 나온 사람들의 마음을 즐겁게 하기에 충분하다. 환한 꽃그늘 아래 쑥을 뜯고, 냉이와 달래 등 봄을 캐는 사람들의 눈가에도 미소가 한 바구니로 번져 있다. 무뚝뚝한 사람도 꽃잔을 서너 번씩 부딪치면, 불그레한 말씀이 죽순처럼 취기를 박차고 오른다. 겨우내 움츠렸던 그들의 심장에도 봄이 왔으므로, 쌉쌀하고 달달하게 미소가 한 바구니로 번진다. 눈가에서 얼굴로 그리고 마음 전체로 폭발하는 것이다.

    미소가 환한 사람은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이 봄 햇살과 같아 복을 짓는 사람이다. 미소가 환한 사람 곁에는 늘 사람들이 많이 모여들기 마련이다. 거창하게 베풀지 않아도, 잔잔한 끌림 하나로 사람이 모여드는 것이다. 나비와 벌이 향긋한 꽃의 언어에 이끌려 찾아오듯, 다디단 환한 미소의 유세장으로 그렇게 그렇게 찾아오는 것이다. 깔깔깔 왁자지껄 허심탄회한 사람의 한바탕 꽃놀이로 모여 자리를 펴는 것이다.

    마음을 주고받는다는 것은, 조용히 복을 짓는 일이고, 끌림을 당하는 일이다. 굳이 선한 마음을 얻기 위해선 선거 유세장처럼 볼강스럽게 큰 확성기가 필요 없다는 말이다. 매번 선거철만 되면, 간사한 웃음과 핏대를 올리며, 세상을 시끄럽게 하는 것들이, 안쓰럽기까지 느껴질 때도 있다. 봄같이 여린 사람을 시들게 하고, 분노케 하는, 저 악성 바이러스들에게는 백신 처방이 시급하다. 저들에게 필요한 백신 처방은 뭘까? 본연의 순수한 마음으로 표백할 수 있는 강력한 백신이 필요하다. 언어를 사용하고 생각을 하는 사람들에게 강력한 백신이란, 잔잔한 말과 감동의 글로 오래도록 녹아내리게 하는 것이다. 한순간에 새 사람을 만들기에는 역부족이므로 성급하게 다가가지 마라. 속이 끓어올라도 거리를 두고 조용조용한 미소로 다가가라. 저들도 본성은 봄같이 부드럽고 순수했으므로 조용히 녹아내릴 시간이 필요하다.

    불필요하게 큰소리로 고함치는 사람들아! 제발, 조용한 목소리로 진심을 전하며 세상을 복되게 하라. 그리하면 세상은 당신에게 자연스럽게 끌릴 것이다. 그런 환경이 형성된다면, 비로소 당신은 세상에 최고의 지도자가 될 것이다. 오래도록 마음자리에 머물 수 있는 종교적인 사람이 될 것이다. 이는, 함부로 사람의 마음을 제 마음처럼 난도질하지 말라는 것이다. 나쁜 마음을 가진 사람은 세상이 모두 나쁘게 보이기 마련이다. 그런 사람이 세상을 이끌어 가는 세상은 점점 더 시끄러워질 것이다. 부디 큰일을 하려거든, 제 마음의 중심부터 제대로 잡아서 세상을 복되게 하라는 말이다. 각자의 자리에서 선한 마음으로 치열하게 살아가는, 여러 국민의 마음에 의심과 분노의 씨앗을 심지 말라는 것이다.

    사람아! 조용히 고함치려는 사람을 짓밟지 마라. 며칠 전 어느 자리에서 지인이 그랬다. “가져보니 어떻터노?” 뭔가 잘 못 들었나 싶어 그에게 재차 물었다. “자네가 가져보니 어떻터노 말이다”라고 했다. 잠시 “이게 무슨 말이지” 싶어 화도 났지만, 순간 아차! 싶었다. 문단에서 이사니, 감사니, 부의장이니, 협회장이니 하는 여러 감투를 많이 쓰고 있는 것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감투는 잠시 이름 앞에 부착된 부속물이자 소모품에 불과하다. 항상 겸손하게 살라는 애정의 말로 받아들인다. 귓속말 “가져보니 어떻터노?” 그 말이 내겐 아주 잠시지만, 서운함보다 큰 깨달음을 주는 고마운 말이었다.

    이제 3월이 간다. 4월에는 꽃들이 더욱 만발할 것이다. 환한 꽃무더기 속에, 조건 없이 많은 복을 짓고, 좋은 사람에게 한없이 끌림을 당하는 계절이 되어, 모두가 행복하시길….

    임성구((사)한국문인협회 시조분과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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