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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7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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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총선을 대하는 경남사람의 태도에 대하여- 조고운(디지털뉴스부장)

  • 기사입력 : 2024-03-27 19: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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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지역 국회의원들은 경남 사람일까 수도권 사람일까. 그들의 서류상 거주지는 경남이지만 일과의 대부분을 수도권에서 보낸다. 또 21대 국회의원 16명 중 11명은 경남이 아닌 서울에 자가주택을 가지고 있고, 경남에 집이 없는 이도 2명이나 된다. 선거철이 되면 오가는 동네 길목마다 얼굴을 비추지만, 당선 후에는 동네에서 쉽게 마주칠 일은 거의 없어진다. 지역의 일꾼을 자처하던 후보들이 순식간에 정당의 일꾼으로 분하는 모습을 우리는 여러 차례 목도해 왔다.

    또다시 선거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후보들은 자신이 경남의 발전을 이끌 최고의 적임자라고 외친다. 늘 그렇듯 경남이 더 힘들어진 이유는 상대당 탓이고, 경남의 성과들은 소속 당의 공이라며 대립한다.

    지역 공약 역시 재활용 수준에 그친다. 교통 인프라 확충, 부울경 메가시티, 의대 및 국가기관 유치, 지역 주력산업 발전 방안 마련 등 어제 또는 엊그제, 옆 동네 또는 윗동네에서 들은 듯한 어젠다가 모양만 조금씩 바뀐 채 돌고 도는 듯하다. 이미 때를 놓친 부울경 메가시티 부활론은 더 많은 갈등비용을 지불할 수밖에 없는 소모적인 주장이다. 단순한 인프라 확충이나 구체적 계획 없는 장밋빛 청사진 역시 도민들을 기만하는 약속이다. 이렇듯 진지한 지역 논제는 사라지고 정쟁만 남은 듯한 선거판이 마치 데자뷔처럼 느껴진다.

    문제는 선거판에서 경남이 실종된 지금도 여전히 경남의 소멸은 급격하게 진행 중이라는 것이다. 그 속도 또한 매우 광범위하고 빠르다.

    산업연구원이 인구 증감률과 1인당 GRDP 등 6개 지표로 ‘K-지방소멸지수’를 개발해 전국 228개 시군구를 조사한 결과 소멸위기지역 59곳 중 경남은 9곳에 달했다. 전남(13곳)·강원(10곳)에 이어 전국 3번째로 많다.

    경남의 청년유출 인구도 해마다 급증하는 추세다. 동남지방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경남 인구이동 통계’에 따르면 도내 순유출 인구는 1만6300명으로 직전해(1만8547명)보다 12.1% 감소했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20대가 1만3276명으로 순유출 규모가 가장 컸다. 최근 10년간 도내 20대(20~29세) 순유출 인구는 3배가량 늘었다.

    올해 경남에서 신입생이 없어 입학식이 열리지 못한 초등학교도 25곳이나 된다. 신입생이 1명인 ‘나 홀로 입학식’을 한 학교도 22개교이다. 학령인구 감소 추세가 갈수록 빨라지면서 향후 도내 초등학교 입학 대상은 2025년 2만1192명에서 2029년 1만4508명으로 급감할 전망이다. 이 밖에도 지역의 대학교와 의료기관들이 경영위기를 견디지 못해 줄이어 문을 닫고, 그 피해 역시 지역민들에 고스란히 돌아가고 있다.

    이러한 추세라면 언제까지 오늘의 경남사람이 내일의 경남사람으로 살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대부분 경남의 사람들은 정치보다는 우리 동네 일에 더 관심이 많을 수 밖에 없다. 당장 내일 내 고향이 사라지진 않을지, 다음 달에 내 모교가 폐교되는 건 아닌지, 내년에 내가 다니던 병원이 문을 닫는 건 아닌지, 10년 뒤엔 내가 살고 있는 동네가 존재할 수 있는지를 걱정한다.

    한 번의 총선에서 선거공약으로 지역소멸을 해결할 수는 없는 일이다. 다만 경남의 일꾼이 되고 싶다면 경남에 사는 사람의 시선에서 현안을 바라보고 내일을 고민하는 태도는 갖춰야 하지 않나. 나는 이번 선거에서 진짜 경남을 고민하는 경남사람을 뽑고 싶다.

    조고운(디지털뉴스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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