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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9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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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발언대] 생명의 무게- 김영현(디지털뉴스부)

  • 기사입력 : 2024-03-18 19:2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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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벚꽃 잎이 흩날리던 2016년 4월. 따스한 봄바람이 살랑거리는 거리에는 연인들의 웃음꽃이 피어났다. 그러나 모두에게 포근한 봄은 아니었다. 어떤 존재에겐 가장 불행한 기억으로 남은 계절. 같은 거리에는 주인을 애타게 기다리는 강아지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진해 자은동의 한 경로당 인근에서 강아지 한 마리가 발견됐다. 낯선 장소에 묶여 있던 목줄, 유기된 것이 분명했다. ‘터보’라는 이름을 가진 녀석은 발견 당시 생후 7개월쯤, 쇠한 기력과 심하게 엉켜 있는 털은 그간 터보의 삶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터보는 구조된 이후 진해 유기동물보호소에서 보호를 받고 있다. 하지만 검은 털을 가진 믹스견이라는 태생적 한계로 입양자들에게 외면받는 신세다. 이런 탓에 터보는 보호소에 있는 유기견 중 나이가 가장 많은 축에 속한다. 이제는 나이까지 걸림돌이 돼 입양은 언감생심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온순한 성격 덕분에 인도적 안락사는 면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터보가 행복한 건 아니다.

    경남에선 매년 1만 마리 이상의 유실·유기동물이 발생하면서 도내 보호소는 이미 포화상태다. 터보가 생활하고 있는 진해 유기동물보호소의 경우 적정 수용 개체 수가 100~120마리이지만, 이미 100마리 이상을 초과 수용하고 있다. 도내 대부분의 보호소 사정도 다르지 않다. 한정된 인력이 수백 마리의 유기견에게 할 수 있는 최선은 밥을 주고, 배변을 치워주는 등 최소한의 관리뿐이다.

    동물자유연대가 2020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5~2018년 도내 유기동물보호소에서 자연사한(8913 마리) 주요 원인은 질병이나 사고였다. 이 중 수명이 다해 사망한 경우는 258 마리에 불과, 연대는 이를 ‘고통사’라 표현했다.

    전문가들은 유기견 발생을 줄이고, 건강한 입양 문화를 활성화하려면 유럽국가에서 시행하고 있는 반려인 자격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한다.

    물론 반려인에 대한 엄격한 기준이 유기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야 되겠지만, 그보다 우선 돼야 하는 건 반려인의 마음가짐일 테다. 그렇기에 예비 반려인들은 자기 자신에게 끊임없이 질문하고 답해야 한다. 단순 호기심이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한 것은 아닌지, 동물을 넘어 가족 구성원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됐는지 말이다. 한 생명을 책임지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일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김영현(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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