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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8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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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칼럼] 암 예방과 차세대 염기 서열

김성근 (창원한마음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 기사입력 : 2024-03-18 08: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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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가오는 3월 21일은 세계보건기구가 정한 암 예방의 날이다. 예나 지금이나 암 예방은 암을 유발하는 위험인자를 제거하고 발암물질로부터 노출을 방지하는 것이 주된 방법이다. 예를 들면 다이어트, 음주와 흡연, 운동, 비만 그리고 환경요인과 암의 유발과의 인과관계 연구를 통해 금주 및 금연, 운동을 통한 비만의 방지, 과다한 방사선 노출을 피하도록 교육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다수의 사람은 앞서 열거한 방법보다는 비타민과 건강보조식품을 통한 더욱 쉬운 암 예방을 찾고자 하는 욕구가 높은 듯하다. 하지만 미국 국립암센터의 최신 보고에 의하면 우리가 섭취하는 이러한 비타민과 건강보조식품이 암의 발생을 예방할 수 있다는 근거는 아직 찾지 못했다고 한다.

    ‘셀레니움과 비타민E의 섭취가 암을 예방할 수 있는가?’에 대한 암 예방 연구(SELECT)에서는 비타민E의 단독 복용은 오히려 전립선암의 발생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뿐만 아니라 비타민 D의 복용도 암 예방이나 항암 작용이 없다고 발표하였다. 그렇지만 우리 몸에서 암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나 세균의 감염을 백신과 항생제로 억제하면 자궁경부암, 구인두암, 간세포암, 림프종, 위암의 발생을 줄일 수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좀 더 적극적인 암 예방법은 인간의 게놈지도(인간의 DNA 해독)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암을 일으키는 유전자 변이를 발견하여 표적치료제로 유전자 구조의 변형을 유도하거나 암세포를 사멸하는 방법이다. 현대의학에서는 이러한 암 예방과 항암치료를 연구하는 학문을 정밀 의료(Precision Medicine)라고 한다. 1990년대 말, 영국의 생화학자 생어는 세계에서 가장 큰 게놈연구소를 설립하여 미국의 제임스 왓슨과 손을 잡고 세계 최초로 인간게놈프로젝트를 시작하였다. 생어가 접근한 방법은 한 번에 하나의 DNA 절편만을 시퀀싱해서 많은 시간과 노력 및 비용이 소요되어 효율이 낮은 문제점이 있었던 반면 NGS(차세대 염기 서열, 유전체 분석 기술 중 하나)는 런당 수백만 개의 절편을 동시에 대규모 병렬형으로 시퀀싱할 수 있다. 즉 DNA 시퀀싱 기술의 발전으로, 개인의 유전체 정보를 분석하여 질병의 원인을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정확한 유전체 분석이 가능해지면서 개인 맞춤형 치료를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 실례로 약 10여 년 전 NGS 유전자 분석을 통하여 암을 예방한 할리우드 영화배우 앤젤리나 졸리는 아직도 유명 가도를 달리고 있다. 어머니와 이모 그리고 외할머니 모두 난소암으로 세상을 떠난 것으로 알려진 졸리는 NGS 검사를 통하여 유방암과 난소암의 발병을 일으키는 BRCA 변이 유전자가 자신에게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고 유방암 예방을 위해 유방절제 수술과 난소와 나팔관을 모두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다. 애플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 역시 두 차례 NGS 검사를 통해 췌장암 치료 표적 유전자를 찾아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티브 잡스처럼 암 조직으로 NGS 분석을 통해 표적치료제를 찾을 수도 있지만, 최근에는 혈액채취(Liquid Biopsy)만으로도 혈관 내에서 순환하는 암유전자 DNA를 분석할 수 있게 되었고, 실제 임상에서 적용되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인 우리나라의 암 검진과 더불어 검사 가격이 더 저렴해진 NGS가 나온다면 가장 정확하고 합리적인 암 예방법으로 여겨질 것으로 보인다.

    김성근 (창원한마음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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