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9일 (월)
전체메뉴

“시는 삶의 간절함·슬픔 전해주는 언어”

경남문학관서 ‘사이펀 문학토크’ 열려
창원지역 시인 이월춘·민창홍 초대
시인의 삶·시에 얽힌 이야기 등 나눠

  • 기사입력 : 2024-02-19 08:02:18
  •   
  • “사람들은 간혹 시인이라 하면 굉장히 특별한 존재라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시인도 사람이고, 그래서 시를 씁니다.”

    시집을 읽다 보면 종종 아니 빈번하게 그 안에 담긴 서정을 이해할 수 없어서 과연 시인은 머나먼, 나와는 다른 존재라고 생각한 것은 틀렸다고 했다. 그들은 삶이 없으면 시는 없다 했고, 그들은 또 아팠고 슬퍼서 시를 쓴다고 했다.

    지난 17일 저녁 6시 창원시 진해구 소재 경남문학관에서 계간 시 전문지 ‘사이펀’의 제15회 문학토크가 ‘창원의 시인을 만나다’ 주제로 열렸다. 사이펀이 경남에서 창원을 맨 먼저 찾은 것은 ‘과거부터 마산 창동을 중심으로 문화예술인들이 자주 모여 시대와 시인을 이야기하며 문화거리를 이룬, 그래서인지 역사성이 두드러지고 뛰어난 시인들의 활동이 많은’ 장소라서 ‘창원’이라 쓰고 ‘경남의 시인을 만났다’라고 멋대로 해석해본다.

    지난 17일 경남문학관서 열린 ‘사이펀 문학토크’에서 초대 시인인 이월춘(왼쪽)·민창홍 시인이 참석자들에게 시와 시인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경남문학관/
    지난 17일 경남문학관서 열린 ‘사이펀 문학토크’에서 초대 시인인 이월춘(왼쪽)·민창홍 시인이 참석자들에게 시와 시인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경남문학관/

    시 이야기와 낭독을 주고받는 사이펀 문학토크의 이날 초대 시인은 최근 ‘기억은 볼 수 없어서 슬프다’는 신간을 낸 이월춘 시인과 ‘도도새를 생각하는 밤’을 펴낸 민창홍 시인. 그들과 시와 시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월춘의 신간 표제작이 된 ‘기억은 볼 수 없어서 슬프다’는 소멸을 노래한다. 30년 전 여읜 어머니를 생각한다. 어머니에 대한 먹먹함이 시가 되었다는 그는 자신의 시가 때늦은 후회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는 않은지 되돌아본다. 그는 “추억은 사진으로 볼 수 있지만, 기억은 볼 수가 없다. 이 진한 그리움을 어떻게 표현할까. 가버린 님에 대한 생각을 담았다”고 했다.

    ‘곧 사라질 존재들은/ 아무르표범, 검은코뿔소, 보르네오오랑우탄, 크로스강고릴라, 매부리바다거북, 말레이호랑이 등등이고// 다시는 볼 수 없는 존재들은/ 백두산호랑이, 도도, 나그네비둘기, 황금두꺼비, 흰코뿔소, 양쯔강돌고래, 태즈메이니아늑대 등등이다// 그리고/ 내 어머니’ - ‘기억은 볼 수 없어서 슬프다’ 전문

    지난 17일 경남문학관서 열린 ‘사이펀 문학토크’에서 초대 시인인 이월춘(왼쪽)·민창홍 시인(오른쪽)이 참석자들에게 시와 시인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경남문학관/
    지난 17일 경남문학관서 열린 ‘사이펀 문학토크’에서 초대 시인인 이월춘(왼쪽)·민창홍 시인(오른쪽)이 참석자들에게 시와 시인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경남문학관/
    지난 17일 경남문학관서 열린 ‘사이펀 문학토크’에서 초대 시인인 이월춘(왼쪽)·민창홍 시인(오른쪽)이 참석자들에게 시와 시인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경남문학관/
    지난 17일 경남문학관서 열린 ‘사이펀 문학토크’에서 초대 시인인 이월춘(왼쪽)·민창홍 시인(오른쪽)이 참석자들에게 시와 시인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경남문학관/

    우연인지 몰라도 민창홍의 신간 표제작인 ‘도도새를 생각하는 밤’에서의 도도새 역시 소멸된 존재다. 민창홍 시인은 “단순히 새의 사라짐만을 생각한 건 아니다. 주변에 사라지는 게 너무나 많다. 왜 사라졌을까. 본질적인 문제를 질문하며 시를 썼다”고 했다.

    그들에게, 시인에게, 시는 곧 삶이다. 이월춘 시인은 시 속에 삶이 들어가야 한다는 게 당연한 명제다. 그는 “철학적 사유, 신화적 상상, 영웅적 서사, 투사 정신을 찾자면 내 시집은 읽을 수 없다. 평범한 사내가 걸어온 투박한 삶이다”고 했다.

    민창홍 시인에게 시인에 대한 사유는 ‘어느 신부님이 물었다’는 시에서 짙게 묻어난다. 반려견의 안락사를 고민하던 시인. ‘당신이 시인이 맞느냐?’던 신부님의 질문에 가족된 반려견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그는 “문학 밖에 있는 사람들은 종종 시인은 굉장한 사람이라고 본다. 다른 사람의 모범이 되어야 하지 않느냐 질타하지만 우리도 사람”이라면서 “삶에서 늘 배우고 성장한다”고 했다. 그에게 시인이란, 세상을 넓게 바라보고 사람들에게 감동있게 전달하는 사람이다.

    시를 왜 쓰느냐는 질문에도 그들의 답은 일맥상통한다. 민창홍 시인은 “애정 결핍이 있어 시를 쓴다”고 했다. 어릴적 사정상 어머니와 10년을 채 같이 못 지낸 데서 오는 그리움은 늘 자신을 글쓰게 했다고 회상한다. 이월춘 시인은 “나의 시는 사람이 중심이다. 사람이 없다면 사랑도 사물도 따라오지 않는다. 삶에 대한 간절함과 모든 슬픔을 전해주는 언어가 시이기에, 나는 죽을 때까지 시를 쓸 수밖에 없다”고 했다.

    우리는 살면서 소멸과 생성을 반복해 겪는다. 사랑을 주고 또 받고, 거기에서 오는 결핍도 분명히 있다. 모두를 경험하고 펜을 든 당신은 그럼 시인이 아닌가.

    김현미 기자 hmm@knnews.co.kr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김현미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