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5월 03일 (금)
전체메뉴

생생히 담아낸 시간의 흐름

본지 신춘문예 출신 진서윤 시인
‘여기까지가 인연입니다’ 첫 출간

  • 기사입력 : 2024-02-14 08:01:28
  •   

  • 지난 2013년 본지 신춘문예로 문단에 들어섰던 진서윤 시인이 등단 10년 만에 첫 시집 ‘여기까지가 인연입니다’(사진)를 냈다.

    인생은 매일 주어지는 8만6400초의 시간을 소진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여로와 같다. 시인은 그 여로에 서서 눈앞의 풍경을 빠짐없이 담아내고자 다짐한 듯 빛과 시간의 흐름을 생생하게 묘사해낸다. 인생을 바라보는 시인의 시선은 초연하다. 벌어진 일에 미련이 없고 일어날 일에는 기대가 없는, 어떤 감정의 동요도 느낄 수 없는 무아의 경지에서 슬픔은 더욱 짙어진다. 이는 표제를 얻어온 시 ‘제법무아’에서 도드라진다.

    ‘이별에 암순응이 필요할까요? 그냥 흘려보내는 감정에 실린 편도체를 자극하는 거겠지요 9시 09분 이제 당신이 떠날 시간이네요 내가 떠나든가, 별 사이가 아니란 게 별스럽게 자유를 주는 밤이네요// 여기까지가 인연입니다’ - ‘제법무아’ 중

    어쩌면 시인은 초연한 것이 아닌, 지독히도 초연하고 싶어 애쓰는 한낱 인간일지도 모른다. 장예원 문학평론가는 “그의 시는 고독하다 슬프다는 표현이나 내용의 구성 없이도 회화적 혹은 공감각적 조형성을 활용해 간결하고 뚜렷하면서도 건조하게 슬픔을 전달한다”면서 “소멸한 존재들을 보내고 슬픔에 빠져 있을 수만은 없다. 또 다른 단역들의 하루는 계속되기 때문이다”고 평했다.

    모든 존재에 의미가 있듯이 그들 모두를 담백하게 바라봐야만 하는 시인은 또 반대로 모든 존재를 온 마음을 다해 바라본 적이 있는지 되묻는 듯하다.

    김현미 기자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김현미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