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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9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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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충무김밥- 김성호(통영거제고성 본부장)

  • 기사입력 : 2024-01-30 19:3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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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맨밥을 엄지손가락보다 조금 굵은 크기로 김에 말아 놓은 음식. 충무김밥이다. 여기에 잘 익은 무를 큼지막하게 썰어 만든 섞박지와 갑오징어 무침이 곁들여 나온다. 멸치 육수로 맛을 낸 담백한 시래깃국도 같이 내놓는다.

    ▼충무김밥 유래에 대해 다양한 말들이 많지만 정확히 알 수는 없다. 충무김밥 가게 벽면에는 1930년대 고기잡이를 나가는 남편에게 싸준 김밥이 쉽게 쉬는 것을 안쓰러워하던 아내가 김과 반찬을 따로 담아 싸준 것이 충무김밥 유래라고 설명하고 있으나 믿을 말은 아니다. 뱃사람들은 대개 배에서 회 뜨고 찌개 끓여 끼니를 해결하지 출근하는 직장인처럼 도시락을 챙겨가지 않는다.

    ▼분명한 것은 충무김밥이 유명세를 탄 것은 남해안 여객선의 점심 메뉴로 뜨면서였다. 도로교통이 열악해 여객선 운항이 활발했던 시절, 부산항 출발이든 여수항 출발이든 점심시간에 닿는 항구는 중간 지점에 위치한 통영이었다. 통영항에 배가 닿는 짧은 순간 충무김밥 장수들은 여객선에 뛰어 올라 승객 사이를 누비며 꼬챙이에 꿴 홍합무침, 오징어무침과 김밥을 팔았다. 오전 내내 거친 뱃길에 시달리던 승객들에게 충무김밥은 모양이 어떻든 맛이 어떻든 없어서 못 파는 독점 아이템이었다.

    ▼오늘날 충무김밥은 비싼 음식의 대명사가 돼 있다. 김밥 8개와 반찬 2~3종류, 시래깃국이 전부인데 휴게소에서 7000원, 일부 식당에선 1만원까지 받는 게 말이 되냐는 것이다. 그런데 충무김밥의 본고장 통영에는 1만원짜리 충무김밥은 단연코 없다. 한때 몇몇 가게에서 7000원까지 받기도 했으나, 통영시가 설득한 끝에 통영에서 충무김밥 1인분 가격은 6000원 이하로 굳어졌다. 수산물의 본고장 통영에서 맛보는 충무김밥이 6000원이면 적당한 것 아닐까. ‘창열’(가격에 비해 실속 없다)하다는 비난은 적어도 통영의 충무김밥에 있어서만큼은 억울한 면이 없지 않다.

    김성호(통영거제고성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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