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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3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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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혁신에 대하여- 조고운(디지털뉴스부장)

  • 기사입력 : 2024-01-17 19: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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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야흐로 혁신 타령의 시대다. 총선을 앞둔 정치권은 앞다퉈 당 내 혁신을 외치고, 새해를 맞은 조직과 기관들은 혁신을 과제로 내세운다.

    혁신(革新), 묵은 관습이나 방법 따위를 완전히 바꾸어서 새롭게 한다는 뜻이다. 통상적으로 혁신은 현재의 상황이 나쁠 때 더 자주 쓰인다. 우리는 수 많은 혁신이 개선에 그치거나, 구호에 멈추거나, 실패하는 사례를 심심찮게 목격한다.

    종이신문을 만들다가 최근 ‘디지털뉴스’ 부서로 자리를 옮긴 필자에게도 혁신이 화두다. 그 고민은 윤석열 대통령이 홍보의 혁신 사례로 꼽은 충주시 유튜브 채널 운영자 김선태 주무관에 가 닿았다. 그가 ‘충TV’에 올리는 B급 감성의 기발한 영상들은 매번 화제가 되고, 채널 구독자 수는 충주시민의 2배인 50만명을 넘겼다.

    김 주무관의 여러 인터뷰를 찾아보니 3가지 성공 포인트가 추려졌다. △독보적인 캐릭터 △열악한 제작 환경에 의한(?) 차별화된 전략 △유튜브 운영에 대한 전권 부여다.

    공무원 조직에서 상부의 결재 없이 업무의 전권을 부여한 결과 뛰어난 개인의 창조성을 자유로운 도전으로 이어지게 만든 점이 혁신을 이끌어낸 것이리라.

    책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의 저자 야마구치 슈는 “혁신을 위해 무언가에 도전한다는 것은 불확실한 행위이므로 이에 대한 균형을 잡기 위해서는 당근이나 채찍이 아닌 안전기지(secure base)를 구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혁신이란 사람이 창조성을 발휘해 리스크를 무릅쓰고 나아가는 것인데, 사람이 주저 없이 리스크를 무릅쓰는 것은 그저 단순히 자신이 그렇게 하길 원해야 하기 가능하다. 이에 대해 조직은 그 도전과 결과를 충분히 허용할 수 있는 안전기지를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해 혁신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여러 혁신 중에서도 필자가 속한 신문사의 혁신은 피할 수 없는 긴급한 현안이다. 종이신문의 위기는 구구절절 읊지 않아도 모두가 안다. 종이신문을 손에 들고 펼쳐보는 일이 고루한 옛 풍경이 돼 가는 현실 속 많은 신문사들이 앞다퉈 유통 채널의 다변화를 위한 혁신을 꾀하고 있다.

    해외 선진 사례를 공부하며 디지털퍼스트 시스템을 구축하고, SNS와 뉴스레터로 독자들과 소통하고, 유튜브 시장에 뛰어드는 등 다양한 도전에 나섰지만, 성공이라고 할 만한 혁신 사례는 아직이다.

    그 과정에서 업무의 과부하와 정체성 논란, 어뷰징 등의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사실상 십수 년간 신문시장은 혁신의 전환기에 머물러 있는 셈이다. 신문의 혁신 방향성을 제대로 정하지 못하면서, 혁신을 확대할 기반 마련에도 한계가 온 것 같다. 그렇다면 그 방향성은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미국의 심리학자 윌리엄 브리지스는 경력이나 인생의 전환기는 무언가가 시작되는 시기가 아니라 오히려 어떤 일이 끝나는 시기라고 정의한다.

    사람들은 대부분 후자의 새로운 시작에만 주목해 대체 무엇이 끝났는지, 무엇을 끝내야 하는지 끝에 관한 물음에 진지하게 맞서지 못한다는 것이다.

    ‘혁신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본질적인 의미에서 지난 시절에 대한 노스탤지어를 끝내야 한다.’ 야마구치 슈의 문장이 한 중년 신문쟁이의 마음에 쓰리게 와 닿는다.

    조고운(디지털뉴스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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