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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3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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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부동산PF 문제, 조용히 넘어가길- 이민영(경제부장)

  • 기사입력 : 2024-01-15 19:3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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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즘 건설 경기가 심상치 않다. 지난해 12월을 기점으로 자금난을 견디지 못해 부도 처리되거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하는 건설사들이 늘고 있다. 소규모 건설사뿐 아니라 지역 중견업체도 잇따라 무너지면서 건설업계에 미치는 파장이 클 것으로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도내에도 여파가 현실화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도내 중견 건설사인 남명건설이 부도 처리됐다. 남명건설은 함안 등 사업 현장의 장기 미회수 공사대금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어 왔다. 남명건설의 공사 미수금 누적액은 6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남명건설의 시공 능력 평가액은 지난해 기준 847억원으로 종합건설 시공 능력 전국 285위, 경남 8위 수준이다.

    2024년 새해 벽두부터 태영건설이 화두다. 태영건설은 지난해 12월 28일 기업구조개선(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지난 12일에는 태영건설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제1차 금융채권자협의회’에서 동의율 96.1%로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개시를 결의했다고 밝혔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개시가 확정되면서 도내 건설업계는 한숨 돌린 분위기지만 정상화되기까지 한동안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태영건설의 기업재무구조개선(워크아웃) 배경에는 빚에 의존하는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가 있다. 업계에서는 태영건설이 부동산 시장 활황기에 무리하게 사업 수주를 진행한 것이 부담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이슈로 일반인들도 부동산PF에 대한 정보를 많이 접하게 됐다. 부동산PF는 말 그대로 프로젝트 자체의 사업성을 보고 대출을 실행하는 것을 말한다. 일반적인 대출의 경우 돈을 빌려주는 사람(대주)은 돈을 빌린 사람(차주)의 상환능력과 상환이 지연될 경우 최소한 이자를 지급할 수 있는 능력을 보고 진행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반면 부동산PF의 경우 미래에 지어질 건물(담보물)과 그 건물을 분양해서 발생하는 현금흐름(상환능력)을 보고 대출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현재 상황은 녹록지 않다. 고금리, 부동산 경기 침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등 복합적인 원인으로 원자재 가격도 상승해 사업 진행이 늦어지면서 건설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업이 중단되면 금융권 부실로 확산할 수밖에 없다. 정부 당국은 물론이고 금융권에서 우려하는 건 이번 사태가 다른 건설업체나 자금시장 전반으로 위기가 확산될 가능성이다. 건설업의 특성상 일부 업체에서 발생한 유동성 리스크가 전체 업계에 영향을 미치게 될 수밖에 없다.

    혹자는 이번 사태를 보면서 과거 외환위기 공포를 떠올리게 됐다고 한다. 1997년 IMF 외환위기 사태 말이다. 1970년대생인 본인도 IMF 사태를 생각하면 아찔하다. 다행인지 모르겠지만 군에 입대하자마자 외환위기가 터지고 제대할 때쯤에는 이 위기를 극복한 이후였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전과 이후 사회적인 분위기는 확연히 달랐다. 그 위기를 직접 경험했던 국민 대다수는 두려운 생각이 먼저 떠오를 것이다. 외환위기보다 PF 부실이 더 무서울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나온다. 어찌 됐든 PF 부실이 연쇄적으로 터지지 않기를 소망한다. 그래서 또 선량한 서민들이 길거리로 나앉는 일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이민영(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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