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7일 (토)
전체메뉴

[듣고 싶은 길] 통영 동피랑마을길

소소한 골목길, 쏠쏠한 힐링길

  • 기사입력 : 2024-01-03 21:39:05
  •   
  • 희망이란 물감을 머금은 산동네마을
    형형색색 벽화·추억 간직한 까망길
    드라마 촬영지·먼 바다 조망 동포루
    강구안의 아름다움 담은 갤러리 등
    다채로운 매력으로 관광객 사로잡아


    현재 동피랑은 통영을 찾는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관광지 중 하나이지만, 원래는 외면받았던 동네 중 한 곳이었다. 높은 언덕 위에 위치해 사람들 눈에 잘 띄었지만, 평지랑 다르게 발전은 더뎠고, 저렴한 집값에 갈 곳 없던 이들이 머물던 동네였다. 통영 내 대표적인 낙후된 곳으로 2006년 재개발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동피랑이 사람이 찾아오는 동네로 변화하기 시작한 시점은 2007년 마을활동가들과 마을주민, 자원봉사자들이 낡은 담벼락에 벽화를 그려 넣으면서부터다. 형형색색의 벽화는 낡은 마을 분위기를 환하게 변화시켰고, 낯선 이들도 불러 모았다. 방문객들이 늘어나자 마을은 철거되지 않고 보존될 수 있었다. 형형색색의 벽화 덕분에 동피랑마을은 겨울에 방문해도 좋은 장소다. 본래의 색깔을 잃어버리게 만드는 겨울이지만, 동피랑마을에서는 여전히 다채로운 빛깔을 만날 수 있다. 또한 희망을 되찾은 마을답게 새 힘도 얻어 올 수 있다.

    통영 동피랑마을길에 있는 벽화 동피랑과 통영팔경 사이로 여행객들이 걷고 있다.
    통영 동피랑마을길에 있는 벽화 동피랑과 통영팔경 사이로 여행객들이 걷고 있다.

    ◇여유로운 강구안과 활기찬 중앙시장

    동피랑마을길의 첫 번째 장소 강구안에 들어서면 잔잔한 바다가 여행객을 맞는다. 강구안 바다는 육지 깊숙이 들어와 있어서 그런지 늘 차분함을 유지하고 있다. 바다 한쪽에는 어선들이 줄지어 정박해 있고 다른 한쪽에는 거북선과 판옥선이 위용을 드러낸다. 정박된 선박들 너머에는 반원 모양의 ‘강구안브릿지’가 자리해 있다. 관광객들은 발걸음을 옮기며 여유로움을 사진에 담고 있다.

    강구안 안쪽으로는 중앙시장이 형성돼 있는데, 해산물을 판매하는 상인과 그 신선함을 들여다보는 방문객이 눈에 들어온다. 이들 모습에서는 활기가 느껴진다.

    첫 번째 장소에서 만난 사람들의 모습에서는 강구안 바다와 닮은 여유로움과 활기참을 느낄 수 있다.

    동피랑전망대에서 바라본 강구안 경관
    동피랑전망대에서 바라본 강구안 경관

    ◇동피랑의 옛 기억을 간직한 까망길과 강구안의 아름다움을 담은 동피랑갤러리

    시장 안쪽으로 들어가다 보면 까망길이 나온다. 까망길에서부터 벽화를 볼 수 있는데, 다소 오래된 느낌의 벽화들을 만날 수 있다. 그중 ‘그 옛날 동피랑’이라는 벽화가 있다. 한 아저씨가 리어카를 끌고 산동네를 오르는 모습인데, 동피랑의 과거 풍경으로 아련하면서도 따뜻함이 느껴진다.

    조금만 더 올라가면 ‘동피랑갤러리’를 볼 수 있다. 동피랑에 입주하고 있는 작가들의 작품을 주로 전시하는 장소라고 한다. 도심의 거대하고 세련된 갤러리와 비교해 무척 작고 투박한 공간이지만, 오히려 모나지 않고 주변과 무척 잘 어울린다. 전시된 작품도 볼만하지만 가장 아름다운 작품은 갤러리 안에서 밖으로 본 풍경이다. 강구안 풍경이 거대한 액자에 담긴 듯 한눈에 들어온다.

    까망길에서 전망대로 가는길.
    까망길에서 전망대로 가는길.

    ◇드라마 속 장면이 그대로, 빠담빠담 드라마 촬영지와 먼바다까지 바라볼 수 있는 동포루

    동피랑갤러리를 지나 위쪽으로 계속 올라가면 빠담빠담 드라마촬영지가 나온다. ‘빠담빠담’은 노희경 작가가 집필하고 정우성 배우와 한지민 배우가 출연한 JTBC 인기 드라마다. 촬영장소에 들어서면 나문희 배우와 정우성 배우의 그림이 관광객들을 반긴다. 두 배우의 그림은 드라마 속 장면이 떠오르게 만든다. 촬영지 곳곳을 둘러보다 잠시 마루에 앉아 휴식을 취했다. 푹신함이 전혀 없는 나무바닥이지만, 여유로움과 함께 아늑함이 밀려온다.

    동피랑마을길 마지막 장소인 동포루를 향해 거침없이 올라가 보았다. 성큼성큼 발걸음을 옮기니 정상에 위치한 동포루가 금방이다. 동포루에서 보는 전망은 특별하다. 오는 길에 만난 동피랑 전망대가 강구안 풍경을 한눈에 보여준다면 동포루에서 보는 전망은 통영의 먼바다까지 시야를 허락한다. 동포루는 이순신 장군이 바다를 감시하기 위해 만든 망루라는데, 건립 목적이 단번에 이해가 된다.

    동피랑 정상에 위치한 동포루
    동피랑 정상에 위치한 동포루

    ◇희망을 품은 형형색색 벽화

    동포루가 동피랑마을길의 마지막 장소이지만, 아직 살펴봐야 할 동피랑 매력들이 남아있다. 동피랑 곳곳에서는 형형색색의 벽화들을 만날 수 있다. 동피랑벽화는 2007년부터 그려지기 시작해 2년마다 새로운 벽화들이 찾아온다. 가장 최근에 그려진 벽화는 2022년 10월에 그려진 벽화 10점이다. 김상효(그림도시협동조합) 총감독을 비롯해 이진숙 미술감독, 미술전공자, 통영여고 미술동아리 등 8개 팀이 참여해 벽화를 새로 그렸다. 덕분에 2~3년 전에 동피랑을 방문했더라도 다시 방문한다면 새로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작품명 ‘과거에서부터 동백바다’.
    작품명 ‘과거에서부터 동백바다’.

    새로 그려진 벽화들 중 ‘통영을 품은 날개’와 ‘과거에서부터/동백바다’, ‘검은통영, 붉은순신’ 등이 기억에 남았다. ‘통영을 품은 날개’는 통영의 푸른 바다와 고개구름을 배경으로 날개가 그려진 벽화이며, ‘과거에서부터/동백바다’는 푸른 통영바다를 배경으로 한 소녀가 자전거를 타고 있고, 그 위로 고래가 동피랑을 싣고 하늘을 나는 벽화다. 두 작품 모두 파란색 배경에 평화롭고, 희망이 가득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차이점이 있다면 ‘과거에서부터/동백바다’는 통영여고 미술동아리에서 그려서 그런지 소녀 감성이 조금 더 묻어나 있는 듯하다. ‘검은통영, 붉은순신’은 붉은 색깔의 이순신 장군이 용맹하게 해전을 치르는 장면이 그려진 벽화로, 보는 것만으로도 강렬한 힘을 얻는 듯한 느낌이 든다. 동피랑 벽화는 희망과 함께 용기를 전하고 있었다.

    한 아이가 통영바다를 품은 날개 벽화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 아이가 통영바다를 품은 날개 벽화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동피랑, 새로운 희망이 시작되는 곳

    동피랑은 희망을 지켜낸 장소이기도 하지만, 희망이 새롭게 시작된 곳이기도 하다. 동피랑에서 새로운 인생을 개척해나가고 있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동피랑에서 기념품가게 ‘그러나’를 운영하고 있는 장명환(41)씨는 대구 출생에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타지 사람이었다. 미술과 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2014년 동피랑벽화를 그리기 위해 통영을 찾았고, 남쪽도시의 아름다움에 매료돼 현재의 자리에 기념품가게를 열었다. 그는 ‘그러나’에서 일반적인 통영의 기념품뿐만 아니라 직접 그리고 만든 엽서와 공예품을 판매하고 있다.

    늘 그림을 그리는 삶을 꿈꿔 왔다는 그는 동피랑에 정착하면서 창작에 대한 도전을 이어 나갈 수 있게 됐으며, 동피랑을 찾는 여행객들에게 기억할 만한 추억들도 판매해 현재의 삶이 만족스럽다고 전했다.

    카페 ‘루미노소’를 운영하는 박지영(31)씨는 강원도 춘천에서 이사를 왔다. 직장생활을 할 때 통영으로 두 번 여행을 왔는데, 첫 번째 여행에서는 통영의 매력에 빠졌고, 두 번째 여행에서는 정착해야겠다는 마음이 생겼다고 한다. 2020년 6월 문을 연 루미노소는 청량감 넘치는 벽화와 포근한 감성이 가득한 실내 공간 그리고 라벤더라테와 푸른바다라테, 유자케이크 등 특색 있는 메뉴로 많은 여행객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동피랑 대표 카페다.

    그는 루미노소가 많은 분들에게 오랫동안 사랑받고, 동피랑이 아름답게 잘 보존될 수 있도록 힘을 보태고 싶다고 말했다.“골목들 사이로 보이는 바다와 사계절 늘 따스하게 내리쬐는 햇살을 볼 때면 동피랑에 살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루미노소는 이탈리아어로 ‘빛나는’, ‘빛을 내는 이’라는 뜻인데, 오랫동안 많은 분들의 마음에 남아있길 바라고, 저를 따스하게 품어준 동피랑 마을이 잘 보존되고 발전할 수 있도록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카페 루미노소 입구.
    카페 루미노소 입구.
    동피랑갤러리
    동피랑갤러리

    ◇방문할 만한 주변 관광지

    동피랑마을길을 다 돌아보고도 아쉬움이 남는다면 주변 관광지를 방문해 보자. 추천할 만한 동피랑마을 주변 관광지로는 ‘서피랑마을길’과 ‘디피랑’이 있다.

    서피랑마을은 동피랑마을의 서쪽에 위치해 있다. 동피랑과 마찬가지로 산동네 마을이며, 벽화를 볼 수 있다. 동피랑의 벽화가 형형색색의 느낌이라면 서피랑의 벽화는 아기자기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또한 서피랑마을에는 소설가 박경리 선생 등 다양한 이야기도 품고 있다. 서피랑마을을 꼼꼼히 둘러보고 싶다면 서피랑마을길을 따라가면 된다. 서피랑마을길은 월간경남 2022년 4월호에 자세히 소개돼 있다. 디피랑은 야간에 방문하면 좋을 관광지다. 디피랑은 2020년 남망산에 개장한 국내 최대 규모의 야간 디지털 테마파크로, 밤이 되면 화려한 미디어 파사드 쇼가 펼쳐진다. 동피랑과 서피랑에서 사라진 벽화들이 남망산조각공원으로 건너와 다시 살아 움직인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총 15개의 테마로 이뤄져 있다. 황홀한 빛의 향연을 보기 원한다면 디피랑을 방문해 보자.

    글= 이주현 월간경남 기자·사진= 전강용 기자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이주현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