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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30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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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 토박이말] 옛배움책에서 캐낸 토박이말 (201)

- 바른 하루 만들다 잠 일어남

  • 기사입력 : 2024-01-03 08:0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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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움= 우리한글박물관 김상석 관장.
    도움= 우리한글박물관 김상석 관장.

    오늘은 4285해(1952년) 펴낸 ‘셈본 6-2’의 98쪽부터 99쪽에서 캐낸 토박이말을 보여드립니다.

    98쪽 둘째 줄에 ‘규칙 바른 생활’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여기에서 ‘규칙 바른’이라는 말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요즘 다른 책에서는 ‘규칙적(規則的)’이라는 말을 많이 쓰기 때문에 보기 어려운 말입니다. 하지만 이를 볼 때 우리가 버릇처럼 쓰고 있는 말이 반드시 그 말을 써야만 되는 것은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규칙적인 생활’이라는 말이 아니고 다른 말을 쓰고 싶어도 다른 어떤 보기가 없다면 쓸 수가 없습니다. 이것처럼 옛날 배움책에 좋은 보기가 있고 이런 보기를 보고 다르게 쓸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이 일은 참으로 값진 일이라는 것을 거듭 말씀드립니다. ‘규칙적인 생활’보다 ‘규칙 바른 생활’이 아이들이 알아차리기 훨씬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셋째 줄에 ‘하루의 생활표를 만들어서’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도 요즘 쓰는 말보다는 훨씬 쉬운 말로 되어 있어서 보고 배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배곳에서도 ‘일일 계획표’ 또는 ‘생활 계획표’라는 말을 많이 씁니다. 여기서 일일이 일일(一日)이든 일일(日日)이든 토박이말 ‘하루’라는 말로 갈음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생활 계획표’라고 이름을 붙인 것을 보면 98쪽에 나오는 그림과 같이 하루 동안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를 짜보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굳이 ‘생활(生活)’이라는 말을 쓸 까닭이 없는 것입니다.

    그리고 보시다시피 하루의 생활표를 ‘만들어서’라고 했습니다. 요즘 배곳에서 ‘일일 계획표’ 또는 ‘생활 계획표’라는 말 뒤에는 ‘작성’이라는 말이 붙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요즘 사람들이 버릇처럼 쓰는 ‘작성(作成)하다’라는 말도 ‘만들다’는 토박이말로 갈음해 쓸 수 있다는 좋은 보기를 보여주어 참 좋았습니다.

    넷째 줄에 “하루에 얼마를 자야 하는가를 알아보자.”는 월이 있습니다. 이 월은 모두 토박이말로 되어 있어서 더 반가웠습니다. 이런 뜻을 담을 때도 요즘 다른 곳에서 자주 ‘수면(睡眠)’이라는 말을 쓰기 때문에 요즘 배움책이었다면 ‘수면’이라는 말을 넣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런 말을 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알려주는 참 좋은 보기라고 생각합니다.

    다섯째 줄에 있는 ‘동안’, 일곱째 줄에 있는 ‘나머지’ 열째 줄에 있는 ‘집안 심부름’도 다 토박이말이라서 반가웠습니다. 그리고 정숙이의 하루 생활표 안에 있는 ‘잠’이라는 말과 ‘일어남’이라는 말은 더 반가웠습니다. 아이의 하루 생활표인 옛날 배움책으로 배우던 그 때의 아이들은 요즘 흔히 쓰는 ‘수면(睡眠)’, ‘기상(起床)’이라는 말을 쓰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새로 바뀐 갈배움길(교육과정)에 따라 새로운 배움책을 만들고 있는 분들이 부디 이런 옛배움책에 있는 좋은 보기들을 보고 배웠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나라에서 만드는 배움책을 그렇게 만드는 게 얼른 되지 않는다면 경남에서 먼저 본보기를 만들어 보는 것도 좋은 수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이 함께 힘과 슬기를 보태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사)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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