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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경남신문 신춘문예 응모작 분석] 경제불황·고독사… 사회 그늘 짙었다

  • 기사입력 : 2023-12-18 21:3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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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역색이나 판타지 요소가 빠지고 고독사나 노인 문제, 경제불황 등 현재 대한민국의 우울한 사회적 상황을 다룬 글들이 많았다. 시대적으로 글쓰기가 쉬워진 만큼 대체로 기본기를 갖춘 반면, 본인만의 색깔이나 신춘문예에서 볼 수 있을 법한 독특하고 낯선 그 어떤 것은 발견하기 어려웠다.”

    2024년 경남신문 신춘문예 심사가 지난 13일부터 사흘에 걸쳐 진행됐다. 14일 단편소설·동화·시조·수필 부문과 15일 시 부문으로 나눠 양일간 심사했고, 단편소설은 이에 앞서 예심을 진행했다. 응모편수는 총 2276편(단편소설 192편, 시 1254편, 시조 368편, 수필 319편, 동화 143편)으로 지난해 응모편수인 1700편보다 576편 늘며, 경남신문 신춘문예 역사상 2019년(2461편), 2020년(2300편)에 이어 세 번째로 많았다. 특히 긴 호흡을 필요로 하는 소설, 수필 분야에서 응모작이 크게 늘었다.

    심사위원들이 본사 5층 회의실에서 신춘문예 심사를 하고 있다./성승건 기자/
    심사위원들이 본사 5층 회의실에서 신춘문예 심사를 하고 있다./성승건 기자/

    코로나19에 따른 오랜 비대면 조치의 긍정적 수혜인지 SNS의 확산이 빚은 시대적 양상인지, 어쨌거나 ‘글을 쓰는 이’가 많아진 데 대해 심사위원들은 고무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환경적으로 글 쓸 일이 많다 보니 응모작들 대부분이 기본기를 갖췄다는 호평을 보내기도 했다. 다만 글을 익힐 때 대체로 요즘 유행하는 일부 작가들의 책들로만 공부하는 까닭에 글들이 대체로 비슷하고 평이하며 본인의 색채가 없다는 데 아쉬움을 보냈다.

    일찌감치 미국에서 보내온 작품, 이미 보냈지만 약간 부족함을 느껴 다시 보낸다는 50대 여성, 안 되는 줄 알지만 소제목을 잘못 표기했다며 자신의 원고를 찾아서 수정해줄 수 있냐는 80대 남성까지. 모두의 소중한 작품들을 정리해 심사위원께 전달했다. 신춘문예 당선자와 당선작품은 본지 신년호(1월 2일자)에 발표한다. 다음은 심사위원들이 밝힌 부문별 응모작 특징이다.


    응모작 크게 늘어… 기본기 있지만 특색 없어

    소설= SNS 시대, 글을 쉽게 쓰니 국내외에서 상당히 많은 작품들이 들어온 것 같다. 책이 안 팔리는 시대에 소설 쓰는 사람의 숫자가 늘어난 건 고무적인 일이다. 작품들에서 오래 글을 써온 이들의 습작이 많이 느껴졌는데, 과거와 비교해 지역색이 많이 빠지고 어느 지역에서도 무난할 만한 글들이 많았다. 한국 단편소설의 일반적인 경향을 따라하는 글들이 많아 도드라지는 부분이 없었다. 소재 면에서 판타지를 섞은 글도 있었지만 설익었거나 이야기적으로 연결이 안 되는 글도 있었고, 대체로 사회 부적응이나 고독사, 자살 등 사회적 문제를 다룬 글이 많았다. 신춘문예스럽다고 할 만한 독특함, 패기는 느끼기 어려웠다.

    (김탁환·배상민·조화진 소설가)


    연령층 다양해졌지만 젊은층 적고 깊이 부족

    시= 불황이 오면 문학이 활기를 띤다. 이에 시를 쓰는 인구도 늘면서 연령층도 예년보다 다양해졌지만 젊은 층의 글은 적어 아쉬웠다. 시의 소재로는 AI나 세계 정세, 자영업 등 경제불황과 같은 세태를 반영한 글들이 주를 이뤘다. 글이 깊이는 없는데 트렌드를 따라하는, 알맹이는 없이 언어의 껍질만 흉내 낸 경향을 느꼈다. 사유의 힘을 먼저 단단하게 만들고 언어의 표현을 습득해야 하는데 사유의 힘을 미처 쌓기도 전에 흉내를 내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이미지보다 진술을 많이 하다 보니 이야기가 길어지기도 했다.

    (성윤석·조말선 시인)


    피상적·미시적 접근 많고 곳곳에 상투적 표현

    시조= 피상적이고 상투적인 사고가 많이 느껴졌고, 역설적이거나 낯선 발견은 없었다. 전근대적 삶의 편린 정도로 미시적인 접근이 아쉬웠으며, 정형성으로 인한 율의 효과가 동요적이며, 직접 체감하지 않아 정동이 없는 부분도 있었다. 잦은 파격인지 정형의 미숙함인지 감탄형 종결어미로 인한 상투성을 보았다. 시는 곧 운율이자 이미지임을 모르는 시가 많았다.

    (임성구 시조시인·신상조 문학평론가)


    단순한 체험 위주의 글 다수… 신선함 떨어져

    수필= 문학이 되려면 형상화가 돼야 하는데 수필이라고 해서 단순히 체험 위주로만 적은 글들이 많았다. 엄연히 원고 매수가 정해져 있는데도 지키지 않고 짧은 경우도 있었다. 소재가 참신했다면 좋은데 기존에 많이 나왔던 진부한 소재들 위주 글이 다수로, 신선하다거나 독창성이 느껴지는 글은 드물었다. 누구나가 아는 걸 대체로 다뤘다고 느꼈다.

    (강현순·허숙영 수필가)


    다수가 트렌드 반영… 대체로 어둡고 현실적

    동화= 이번 응모작들은 대체로 어두웠다. 트렌드를 무시할 수 없으므로 반려동물을 소재로 다룬 글이 다수 있었으나, 단연 죽음을 소재로 한 글들이 많이 있었다. 주로 동화를 읽는 연령대인 초등학생들의 의식이 보다 철학적으로 변하고 사고가 깊어졌다는 반증이 아닐까 생각하지만, 동화만이 가지는 밝고 아름다운 면을 볼 수 없어 아쉽기도 했다. 비슷한 맥락에서 판타지적 요소는 적고, 아주 현실적인 글들이 많이 보였다.

    (최미선 문학평론가·김문주 아동문학가)

    김현미 기자 hm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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