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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8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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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 문화현장] (1) 디제잉 in 사사로운 덕담

떨리는 손끝으로 ‘휘끼휘끼’ 신나는 리듬에 ‘들썩들썩’
통영 모던바 ‘사사로운 덕담’서 일일DJ
아티스트 정체성 담은 DJ네임 정하고 초보 DJ의 노래·춤에 손님도 ‘신바람’

  • 기사입력 : 2023-12-10 09:4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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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를 즐기는데 조건이 있던가요? 인터넷 발달과 함께 이제는 언제 어디서나 어렵지 않게 문화를 향유할 수 있게 됐습니다. 누구나 문화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찾아 경남신문 문화부 기자가 ‘문화현장’으로 달려갑니다. 생생한 문화체험 현장으로 함께 가보실까요.

    이걸 뜻하는 단어를 생각해 봤는데, 하나밖에 없다. ‘휘끼휘끼.’

    직접 DJ가 돼서 좋아하는 음악을 ‘휘끼휘끼’ 할 수 있다면 어떨까. 우연찮게도 음악의 도시인 통영에서 일일DJ가 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음악과 위스키를 함께 즐기는 모던바 ‘사사로운 덕담’에서다. 다양한 문화행사를 진행하고 있는 사사로운 덕담에서는 지난 8일 일반인의 신청을 받아 직접 디제잉에 참여할 수 있는 디제잉파티를 열었다.

    지난 8일 통영 사사로운 덕담에서 ‘DJ로꼬모꼬’로 변신한 기자가 디제잉을 하는 모습./DJ금치산자/
    지난 8일 통영 사사로운 덕담에서 ‘DJ로꼬모꼬’로 변신한 기자가 디제잉을 하는 모습./DJ금치산자/

    ◇오늘은 내가 디제잉 주인공= 디제잉을 하기에 앞서 가장 먼저 수행해야 할 것은 DJ 네임을 정하는 일이다. 아티스트로 정체성을 가장 쉽게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인데, 기자의 이날 DJ네임은 ‘DJ로꼬모꼬’로 정했다. 어감이 귀여워서 정했는데 찾아보니 하와이의 대표 먹거리다. 어? 더 힙(hip)하다. 이외에도 ‘DJ마산정어리’, ‘DJ스슥’, ‘DJ금치산자’가 합류했다. 모두 디제잉을 해본 적 없는 일반인이다.

    파티가 시작되기 전, 사사로운 덕담의 김호진 대표에게 DJ의 기본을 겉핥기로 배우고 연습 시간을 1시간가량 가졌다. 디제잉에 사용되는 것은 ‘DDJ-400’으로 가장 기본이 되는 입문형 디제잉 장비다.

    디제잉의 기본은 음악의 연결이다. 가지고 온 음악들을 끊김 없이 매끄럽게 이어가야 한다. 음악을 재생하고 믹싱할 수 있는 2개의 덱이 있는데, 이 덱에 각각 다른 음악을 넣고 비트와 볼륨을 조절하면서 매끄럽게 넘기는 것이 관건이다. ‘휘끼휘끼’를 만드는 것은 원형으로 생긴 ‘조그’인데, 초보자가 사용하니 어색하기 그지없어 4명의 초보DJ들은 눈물을 머금고 ‘휘끼휘끼’ 사용을 최소화하기로 마음먹었다.

    사사로운 덕담의 오픈시간이 되고 손님이 하나둘 가게로 들어서자 초보 DJ들이 떨리는 손으로 디제잉을 시작했다. 대부분 디제잉파티를 모르고 들어온 손님이었지만 흥미로운 표정으로 초보DJ들의 디제잉을 감상했다. DJ로꼬모꼬의 디제잉 순서는 맨 마지막, 그러니까 어쩌다 보니 파티의 헤드라이너(head liner·가장 주목받는 출연자)가 돼버렸다.

    DJ로꼬모꼬의 디제잉에 DJ금치산자가 호응하고 있다./DJ스슥/
    DJ로꼬모꼬의 디제잉에 DJ금치산자가 호응하고 있다./DJ스슥/

    ◇음악 하나로 교감= DJ로꼬모꼬는 1시간 반 동안 3명의 DJ가 디제잉을 끝내고 나서야 출격할 수 있었다. 가져온 음악은 몸을 ‘흐느적’거리게 만드는 그루비(groovy)한 노래들. 반면 가만히 의자에 앉아 쳐다보는 손님들을 보니 눈앞이 하얘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가 결정했다. ‘일단 나부터 즐겨!’ DJ로꼬모꼬는 디제잉하고 노래하고 춤추는 1인 엔터테이너로 빙의해 열연했다. 중반부터는 맞은편 바에 앉아있던 20대 커플도 의자에서 내려와 가볍게 춤을 추기 시작했다. 서로 대화를 하다가도 디제잉에 리듬을 타며 호응해주는 사람들도 생긴다.

    디제잉하는 DJ도, 손님도 함께 신바람이 났다. ‘DJ금치산자’로 참여한 김다솜(32)씨는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주고, 관객들이 그 음악에 호응하는 게 좋았다”며 “그런 분위기 자체로 충분히 즐거운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서울에서 내려왔다는 박훈(50)씨는 “음악을 틀어 놓는 것도 좋지만, 가까이서 디제잉하는 DJ와 함께 음악을 즐길 수 있는 게 좋았다”고 말했다. 남자친구와 함께 방문한 김아연(23)씨는 “디제잉파티를 하는지도 모르고 들어왔는데, 평소 흥이 많아서 같이 즐길 수 있었다”며 “일반인이 디제잉을 할 기회가 없는데, 나도 참여하고 싶다”고 관심을 보였다.

    김호진 대표는 “평소 사사로운 덕담에 관심을 가진 분들을 대상으로 신청을 받아 파티를 하게 됐다”며 “음악을 수동적으로 듣는 역할에서 벗어나 음악을 직접 다룰 수 있는, 디제잉 경험을 제공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일반인도 진입장벽이 있다고 느껴지는 문화예술 활동들을 경험하고 즐길 수 있는 곳이 지역에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얘기했다.

    어태희 기자 ttotto@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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