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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외로움- 강지현(편집부장)

  • 기사입력 : 2023-11-13 19:3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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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말 없이도 하루가 간다. 회사일은 컴퓨터로 처리하고 이메일과 카톡이 대화를 대신한다. 식당과 카페에선 키오스크가 주문을 받는다. 쇼핑은 집에서 손가락으로 해결하고 여가시간은 소셜미디어와 함께한다. 스마트폰은 24시간 초연결세계를 열었지만 우리는 오히려 외롭다고 느낄 때가 많다. 정호승 시인이 말했다.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라고. 하지만 외로움을 견디는 일은 생각보다 고통스럽다.

    ▼혼자 있을 때만 외로운 건 아니다. ‘고립의 시대’를 쓴 영국의 경제학자 노리나 허츠는 도시의 군중 속에 있을수록, 나이가 젊을수록, 더 많이 온라인에 연결될수록 외로움의 위력이 강해진다고 말한다. 저자에 따르면 21세기의 외로움은 정치적 단절감, 일과 일터에서의 소외감, 경제적 지위로 인한 배제 등으로 주변화되고 무력해진 느낌을 아우른다. 현대사회의 외로움은 전염병보다 더 심각한 사회적 질병이다.

    ▼외로움은 건강을 좀먹는다. 연구에 따르면 외로움은 매일 담배를 15개비씩 피우는 것만큼 치명적이다. 알코올의존증과는 비슷한 수준으로, 비만보다는 2배나 더 해롭다. 또한 지속적인 고립은 관상동맥질환, 뇌졸중, 치매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 세계보건기구는 외로움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연 1조달러로 추정했다. 심각성을 인지한 영국 정부는 2018년 세계 최초로 ‘외로움부’를 신설했다. 일본도 지난해 ‘고독담당 장관’을 임명했다. 외로움을 국가적 문제로 인식한 것이다.

    ▼우리는 하루 평균 221번, 3시간15분 동안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며 누군가와 연결되지만 누군가를 만나는 일은 갈수록 줄어든다. 외로운 세기의 해독제는 ‘사람’이다. 친절·온정 같은 작은 배려다. 먼저 말 걸어주고 손 잡아주고 그저 곁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고통은 덜어진다. 더 추워지기 전에 나와 이웃의 ‘외로움 면역’부터 살펴볼 일이다. 따뜻한 말 한마디는 추위보다 힘이 세다.

    강지현(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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