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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분초사회- 정민주(경제부 기자)

  • 기사입력 : 2023-11-02 19:4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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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해도 두 달이 채 남지 않았다. 찬바람이 불어오면 서점가에는 내년 경제와 사회변화를 예측하는 전망서적이 쏟아진다. 트렌드 코리아 팀은 내년을 ‘분초사회’로 정의했다. 분초사회는 플랫폼 사회로 접어들면서 시간을 밀도있게 쓸 수 있게 된 현대인이 더욱 시간의 가성비를 강조하는 현상을 이르는 말이다.

    ▼최근 멀티플렉스 앞에서 20대로 보이는 이가 전화로 “내일 오후 4시 42분에 만나자”고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정시, 30분 단위가 아닌 분 단위로 약속시간을 정하는 것이 생소했기 때문이다. ‘연차 휴가’ 대신 ‘반반차 휴가’를 쓰는 MZ 직장인도 늘었다. 반반차 휴가는 연차를 반의 반으로 나눈 2시간 단위 휴가인데, 특판 예금 가입, 베이글 맛집 웨이팅 등 하루를 투자하기는 아깝지만 시간을 써야 할 때 주로 사용한다.

    ▼분초사회가 갑자기 튀어나온 것은 아니다. 이미 영상 콘텐츠를 시청할 때는 빨리감기를 해 시청하는 ‘배속시청’을 하는 것이 다반사가 됐다. LG유플러스에 따르면 자사 VOD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 열 명 중 네 명(39%)이 표준 속도보다 빠른 배속으로 영상을 시청한다고 한다. 틱톡, 유튜브 등에서 평균 1분 내외의 ‘숏폼(Short-Form)’ 콘텐츠가 대세로 자리매김한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우리는 왜 시간을 가장 중요한 자원으로 여기는 분초사회를 살게 됐을까? 좋은 차, 좋은 집을 소유하는 재화 중심에서 외식, 공연 등 경험소비를 중시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그 답이 있다. 시간을 희생해 소득을 얻는 대신 시간을 확보하는 것의 의미가 더 커졌다는 뜻이다. 부의 양극화가 심화된 시대에서 공평하게 주어지는 시간의 가성비를 추구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인지 모르겠다. 그러나 ‘분초사회’가 효율을 따진다는 것이지, 각박하게 산다는 건 아닐 것이다. 오늘은 분초를 쪼개 남은 시간으로 물드는 단풍을 눈에 담아봐야겠다.

    정민주(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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