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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6월 25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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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ON- 경남의 건축물 기행] 교회와 성당

영혼 깃든 웅장함·경건함·소박함… 신과 인간을 연결하다

  • 기사입력 : 2023-10-12 20: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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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건축(architecture)은 어원적으로 예술과 기술의 양면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 BC 1세기경 로마 건축가 비트루비우스는 그의 저서 건축십서에 건축의 3요소를 구조(견고함), 기능(유용성), 미(아름다움)라고 주장하였는데, 이 세 가지가 균형을 이루어야 함은 아직도 진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건축물들은 저마다의 의미와 목적을 가지고 있다. 대부분의 공간은 기능과 용도에 따라 건축물의 형태가 규정되지만, 종교건축은 초월자와 인간과의 관계를 건축적으로 해석해야 하기에 색다른 공간들이 나타난다. 신을 위한 공간을 디자인해야 한다면 당신은 무엇을 먼저 고민하겠는가? 건축가는 공간을 찾는 사람들이 일상에서 경험할 수 없는 초월적이고 영적인 공간을 구현하기 위해 심사숙고할 것이다.

    자연과 어우러져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는 고성 ‘마음이 가난한 자들을 위한 교회’./신대곤 건축사/
    자연과 어우러져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는 고성 ‘마음이 가난한 자들을 위한 교회’./신대곤 건축사/

    중세에는 영적인 공간을 구현하기 위해 화려한 장식창과 웅장하고 권위적인 내·외부 장식을 도입하는 방식으로 발전되었고,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메시지로 빛을 이용하여 아름답고 물질적인 빛을 신성하고 영적인 빛으로 극대화하여 사용되었다. 이렇게 신에게 가까워지려는 노력의 종교건축은 기능과 형태가 경제적 가치에 상반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 경남 건축물 기행에서는 신과 인간을 연결하기 위해 깊이 고민한 종교건축물 3곳을 소개하고자 한다.

    첫 번째 소개할 건축물은 마산 양덕성당이다.

    설계자는 건축가 김수근으로 20세기 한국 현대건축을 대표하는 건축가이며, 작품으로는 국회의사당, 국립진주박물관, 주한미국대사관 등이 있다

    마산 양덕성당
    마산 양덕성당

    마산 양덕성당, 십자가 건물에 일체화
    ‘바위산에 핀 수정꽃’ 모티브로 건축


    필자는 양덕성당을 바라보는 관점을 신과 인간의 관계를 어떻게 연결하려 했는지에 대해 건축가의 관점에서 바라보았다. 설계자는 초월자와의 관계성을 어떤 방식으로 표현하고자 하였을까? 성당이나 교회 건축물을 상상하면 건물꼭대기에 십자가 이미지가 먼저 떠오른다. 적극적인 표현방식은 중세성당에서 잘 나타나는데, 건물평면이 기하학적인 십자가 형상을 가지며 그 위에 못 박힌 신을 상징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성당 건물은 상징적으로 신의 몸을 의미하기도 했다.

    양덕성당의 십자가는 2층 성당으로 올라가는 짧은 순례자 길에 손을 모아 기도하듯 마주할 수 있다. 많은 교회 건축물들이 십자가를 직설적으로 도입하지만, 근대에서는 십자가를 건물에 일체화하거나 인간의 눈높이에서 신을 바라보는 형식을 많이 적용하고 있다.

    건축가는 ‘바위산에 핀 수정꽃’을 건축적 모티브로 삼았는데, 신에 대한 굳은 믿음을 바위산에 대비하고 종교적 신앙의 꽃을 수정꽃으로 형상화하였다고 한다. 바위의 느낌은 저층부의 거친 벽돌로 표현하고 꽃의 형상은 멀리서 건물을 바라보면 꼭대기에 꽃봉오리가 보이고 주변을 돌아보면 건물을 감싸는 듯한 꽃잎 형상이 나타난다.

    꽃잎 사이사이에 빛을 내부로 받아들이고 꽃봉오리 사이에 은은한 천창을 만들어 빛을 내부로 끌어들였다. 내부 성당은 불을 켜지 않으면 어두운 편이지만 경건한 어두움, 스테인드글라스로 스며드는 빛의 엄숙한 표정이 건축가의 의도된 장치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좋은 건축물이란 공간과 형태가 같은 표정을 가져야 한다.

    이 건물에 아쉬움이 있다면 세월의 흔적일 것이다. 지금은 방수 문제로 지붕의 재료가 금속패널로 변경되었지만, 지붕 보수 이전에는 외벽과 지붕을 같은 벽돌을 적용하여 꽃잎 형상이 선명했다. 꽃잎 형태가 이질적인 재료의 아쉬움으로 무겁게 느껴진다. 양덕성당의 가치를 생각하면 지붕을 원안대로 복원하는 노력이 꼭 필요할 것이다.

    두 번째 여행지는 밀양 하남읍에 있는 명례성지 기념성당이다.

    이곳은 밀양과 김해를 잇는 옛 나루터이자 1866년 병해 박해에 서른여덟 나이에 순교한 신석복 마르코가 출생한 곳으로 마산교구의 영적 고향이며, 첫 번째 본당이 설립된 곳이다. 1935년에 재건한 한옥식 성당 옆에 기념성당이 자리하고 있다.

    명례성지 기념성당
    명례성지 기념성당

    밀양 하남읍에 있는 명례성지 기념성당
    언덕에 묻힌 듯 소박하고 담담함 투영


    기념성당의 설계자는 이로재 승효상 건축가로 양덕성당의 설계자 김수근의 수제자이며, 서울시 총괄 건축가, 제5기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장, 파주출판도시 코디네이터 등을 통해 우리에게 잘 알려진 인물이다.

    승효상의 건축철학은 ‘가난할 줄 아는 사람들을 위한’ 빈자의 미학을 통해 조금은 불편하고 부족하지만 그 불편함의 즐거움을 역설적으로 이야기한다.

    명례성지는 넓은 들판의 남쪽에는 낙동강이 흐르고 하남평야의 가장자리에 우뚝 솟아오른 언덕 위에 위치하고 있다. 높은 언덕에 성당을 더 돋보이게 만들 수도 있었겠지만, 성당은 언덕에 묻힌 듯 소박하고 담담한 모습으로 지어졌다.

    언덕을 오르면 오래된 팽나무 옆에 기존 한옥의 성모승천성당이 자리하고 서쪽에 소리 없이 아담하고 절제되어 기념성당이 녹아들어 있다.

    건물은 언덕의 서쪽 경사 지형에 건물을 숨기고 겹겹이 쌓여 성벽을 이룬 듯한 풍경을 가졌지만 그 어디에도 화려함이 보이지 않는다. 비우고 절제하며 침묵을 통해 대지 전체를 자연과 가까운 높이에서 대지 풍경을 만들고자 한 의도가 엿보인다.

    건물 내부는 서쪽에 깊고 날카로운 빛이 인공적이지 않고 순수한 백색의 빛을 콘크리트에 반사시키며 내부로 끌어들였다. 성당 지붕에 소금 결정체를 형상화한 사각 조형물을 통해 빛이 녹아내리듯 실내로 흘러들어온다

    그의 건축 철학은 스승인 김수근 선생과는 조금은 다른 모습을 보인다.

    절제되고 꾸미지 않은 이 건축물에서 자기만의 철학을 소박하고 담담하게 건축물에 투영시키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세 번째 여행지는 고성군 마암면 예수의 작은마을 ‘마음이 가난한 자들을 위한 교회’를 소개하고자 한다.

    이곳은 결핵 치유자들의 자활촌으로 치유자들의 사회복귀를 돕는 중간 정착지이며, 28만여 평의 광활한 자연 속에 치유자들이 모여 공동생활을 하고 있고, 마을 입구에는 공동 기도 및 공동체의 유대를 위해 60평의 작은 교회가 자리하고 있다.

    고성 ‘마음이 가난한 자들을 위한 교회’
    고성 ‘마음이 가난한 자들을 위한 교회’

    고성 ‘마음이 가난한 자들을 위한 교회’
    보석 모양 십자가 첨탑 등 자연과 조화


    건물은 1986년 경남대학교 김효일 명예교수가 설계하였다.

    어은곡저수지를 따라 올라가다 보면 보석 모양의 십자가 첨탑이 보이기 시작한다. 주위는 병풍처럼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그 계곡 사이에 높은 산자락 사이 삼각추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고 있다. 외벽은 삼각뿔 형태를 강조하기 위해 회색 징크패널로 일체화시켰으며 사이사이 적벽돌을 사용하였는데 색상과 재료가 주변 자연과 잘 어울리는 모습이다.

    필자는 박스 형태의 건물이 이곳에 있었다고 상상해보았다. 이곳에서 기하학적인 삼각뿔은 주변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건물은 다리와 연못을 지나 원통형 공간을 마주하게 된다. 건물 사이의 연못은 신을 위한 공간과 인간세계의 영역 경계를 의미하는 듯하다. 출입구를 지나 두 개의 계단을 마주하면서 잠시 망설여지게 된다. 본당으로 올라가는 양옆의 계단을 한 계단 한 계단 밟고 올라가면 마음이 경건해지는 느낌이다.

    본당에 들어서면 비로소 작지만 넓게 보이는 공간이 나타난다. 기하학적인 삼각형의 강렬한 매스와 세 면의 정점 꼭대기에 천장으로 스며드는 하늘의 빛은 교회 내부로 은은하게 스며들어 초월적인 공간을 연출한다. 삼각형의 두 면에는 측창을 간접적으로 받아들였고, 입구 한 면에는 밝은 빛을 받아들이도록 장치하여 내부가 어둡게 느껴지지 않는다.

    마음이 가난한 자들을 위한 공간이지만 건물의 기하학적인 공간에 들어서면, 마음이 경건해지고 삼각형 꼭짓점으로 영혼이 모아지는 듯하다.

    모든 건축물들은 필요에 의해서 지어지고 존재한다. 종교건축은 시대적으로 종교적 신념이 어떻게 사회에 투영되는지에 따라 끊임없이 진화되며, 그 시대를 대표하는 건축물로 자리매김해 왔다. 건축에 있어서 공간을 정의할 때 ‘경계를 결정 짓는 일’이라고도 한다. 장엄한 공간구조와 인간을 압도하는 스케일, 인간의 감동을 극대화하기 위한 영적인 공간, 초월적이고 경계가 없는 공간은 필요에 따라 지어지는 다른 건축물과는 차별화되고 있다.

    이렇게 종교건축물을 바라볼 때 신을 위한 공간을 어떻게 디자인하고 고민했는지를 깊이 있게 살펴본다면 좀 더 재미있는 건축 기행이 될 것이다.

    이노디자인건축사사무소 신대곤 건축사.

    이노디자인건축사사무소 신대곤 건축사.
    이노디자인건축사사무소 신대곤 건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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