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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6월 23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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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ON- 듣고 싶은 길] 남해 다랭이지겟길

층층이 빛난다, 선조들의 삶도 우리들의 쉼도

  • 기사입력 : 2023-10-05 20:4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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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해 가천 다랭이마을은 미국 뉴스전문채널 CNN에서 선정한 ‘한국에서 가 봐야 할 아름다운 50곳’ 중 한 곳이다. 산비탈을 깎아 만든 계단식 논과 탁 트인 푸른 바다가 만들어낸 풍경은 세계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장소다. 가천 다랭이마을 한 곳만으로도 만족스러운 여행이 될 수 있지만, 이곳을 출발점으로 한 ‘다랭이지겟길’을 걸어보는 것도 추천한다. ‘다랭이지겟길’은 가천 다랭이마을에서 시작해 평산항으로 이어지는데, 남해군 서남부 지역의 다채로운 아름다움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다랭이마을 제2주차장 부근에서 바라본 다랭이논. 푸른 바다와 하늘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풍경을 뽐내고 있다.
    다랭이마을 제2주차장 부근에서 바라본 다랭이논. 푸른 바다와 하늘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풍경을 뽐내고 있다.


    산비탈 깎아 만든 680여 개 다랭이논
    선조들의 억척스러운 흔적에 감탄

    바다와 맞닿은 해안산책로 걷다보면
    시원한 파도 소리·향긋한 허브향 물씬


    ◇자연과 사람의 합작품, 다랭이마을

    노량대교를 지나 남쪽으로 30여 분 내달리다 보면 다랭이마을 제2주차장에 다다른다. 차를 대고 사람들이 몰려 있는 도로 맞은편으로 건너자 푸른 바다와 함께 다소 완만해 보이는 계단식 논이 보이기 시작한다. 다랭이논은 경사가 급한 산등성이를 깎아 만들었다고 알고 있는데 의아함이 든다. 하지만 제2주차장 서쪽에 위치한 제1주차장으로 걸어가자 의문점이 풀렸다. 다랭이논을 직선 방향으로 내려다보면 완만해 보이지만 측면에서 보면 급경사가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다랭이마을은 이러한 계단식논 680여 개로 이뤄져 있다. 제1주차장에서 마을로 내려간다. 멀리 푸른 바다가 보이고 양옆으로는 초록빛을 잔뜩 머금은 논과 함께하는 길이라 급경사임에도 그리 힘들지 않다. 한없이 아름답게만 느껴지는 마을풍경이지만, 계단식 논은 다랭이마을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바다를 끼고 있지만 급격한 해안절벽으로 이뤄져 선착장을 지을 수 없었고 어업에 기댈 수 없자 생계를 위해 경사가 급한 산등성이를 깎아 논농사를 지었다. 다랭이논은 억척스러운 선조들의 흔적이자 유산으로, 현재는 아름다운 풍경이 되어 여행객들을 불러 모으며, 관광 수익으로 후손들을 먹여 살리고 있다.

    다랭이마을에는 신기하게 생긴 바위가 있다. 바로 암수바위다. 암수바위는 각각 남성과 여성의 생식기를 닮았다. 매우 적나라한 모습이지만, 마을주민들에게 의지가 되는 바위라고 한다. 앞으로의 삶이 불투명할 때, 풍요와 다산을 기원할 때, 순산을 바랄 때, 자식이 잘되길 바랄 때 등 간절히 바라는 소원이 있을 때 찾았다고 한다. 남들에게 말하지 못한 마음도 드러낼 수 있는 장소로 여러모로 솔직한 공간이란 생각이 든다.

    바다와 맞닿아 있는 해안산책로를 걸어본다. 산책로를 걸을 때 향긋한 바람이 불어오는데, 다랭이마을 해안산책로는 허브로 구성됐기 때문이다. 덕분에 소금기는 느껴질지 모르지만 비릿한 바다 냄새는 나지 않는다. 허브 향기를 맡으며 걷다 보면 어느새 전망대에 이르게 된다. 정자 모양의 전망대에서는 해안절벽에 부딪히는 파도와 함께 끝없이 펼쳐진 바다를 감상할 수 있는데 마음속까지 뻥 뚫리게 한다.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다랭이마을에 자리한 식당과 카페를 이용해 보거나 마을에서 운영하는 체험행사에 참여해 봐도 좋다. 다랭이마을에서는 낚시와 고구마 캐기, 연 만들기 등을 운영하고 있다. 다랭이마을 민박에서 하룻밤을 묵어보는 방법도 추천한다.

    양 옆 허브로 이뤄진 해안산책로.
    양 옆 허브로 이뤄진 해안산책로.
    용발떼죽 전설을 상징한 빛담촌 포토존
    용발떼죽 전설을 상징한 빛담촌 포토존

    바닷가 동화 같은 마을 ‘빛담촌’ 가면
    각양각색 펜션과 용의 전설도 만나

    반짝반짝 몽돌해변·황금빛 모래해변
    파도와 어우러진 차분함·여유로움 선사

    종착지 평산항은 아름다운 낙조로 유명
    ‘바래길 작은미술관’은 여행객 필수 코스


    ◇바닷가 동화마을, 빛담촌

    다음 코스인 빛담촌으로 걸음을 옮긴다. 빛담촌은 펜션들이 모여 있는 장소인데 여느 관광지 펜션과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빛담촌 펜션들은 다양한 색깔을 품고 있다. 빨강과 주황, 노랑, 파랑 등 무지개 색깔을 포함해 청록색과 분홍색 등 다양한 채도의 색깔을 갖고 있다. 마치 동화 속 마을에 방문한 기분이 들게 만든다.

    빛담촌에서는 전설도 만날 수 있다. 빛담촌 주변 응봉산에 사는 용에 관한 이야기인데, 얼굴도 예쁘고 마음씨도 착한 여인이 용에게 잡혀갔고, 여인을 흠모하던 마을 총각이 죽을 각오를 하고 여인을 구해 냈다는 전설이다. 빛담촌 주변 풍경을 보고 있노라면 용에 관한 전설도 신빙성 있게 느껴진다. 자유롭게 날아다닐 수 있는 용도 응봉산 주변 절경을 본다면 오랫동안 머무르고 싶었을 것 같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바다풍경
    전망대에서 바라본 바다풍경

    ◇몽돌해변과 모래해변

    다랭이지겟길에는 서로 다른 분위기의 해변을 만날 수 있다. 하나는 몽돌로 이뤄진 항촌해변이고 또 하나는 모래 해변인 사촌해수욕장이다.

    먼저 항촌해변에 다다르게 되는데, 검은빛의 몽돌이 바닷물에 씻길 때마다 반짝반짝 빛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거제에서 만난 몽돌해변에서는 파도가 몽돌에 부딪칠 때마다 우렁찬 소리가 났지만, 항촌해변에서는 잠든 아이도 깨지 않을 만큼 차분한 소리가 난다. 파도가 몽돌에 부딪친다는 느낌보다 몽돌이 바닷물을 머금는 듯하다.

    검은색 몽돌이 반짝이는 항촌몽돌해변.
    검은색 몽돌이 반짝이는 항촌몽돌해변.

    선구마을을 통과해 선구보건소에서 다시 차도로 나와 걸어가다 보면 황금빛의 모래해변이 모습을 드러낸다. 남해군의 유명 해수욕장 중 하나인 사촌해수욕장이다. 사촌해수욕장은 여름에 사람들로 붐비는 장소이지만, 피서객이 떠난 가을에 찾은 해수욕장은 한적하다. 사촌이란 이름은 모래가 많다는 뜻인데, 황금빛의 부드러운 모래가 해변을 가득 채우고 있다. 햇빛에 반짝이는 바다를 바라보며 잠시 쉬는 시간을 가져본다. 항촌몽돌해변이 차분한 분위기라면 사촌해수욕장은 여유로움을 머금은 풍경이다.

    ◇한적한 어촌마을, 평산항

    유구방파제를 지나 북쪽으로 2㎞ 올라가면 다랭이지겟길의 마지막 코스인 평산항에 도착한다.

    평산항이 있는 평산마을은 한가하고 조용한 분위기의 어촌마을이다. 고기잡이배가 들어올 때를 제외하고는 차분한 분위기가 이어진다고 한다. 평산항을 걷다 만난 고양이마저 얌전하다. 마을주민의 이야기로는 현재의 평산항은 조용하지만, 조선시대 때만 해도 군항이 있어 시끌벅적한 동네였다고 한다. 전라좌수영의 통제를 받던 군항으로 임진왜란 때 이곳에서 훈련받던 수군들이 크게 활약했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고 있다.

    여행객들이 꼭 들르는 ‘바래길 작은미술관’.
    여행객들이 꼭 들르는 ‘바래길 작은미술관’.

    평산항에는 ‘바래길 작은미술관’이 있다. 방치돼 있던 평산 보건진료소를 미술관으로 조성해 놓았는데, 전시공간을 찾던 지역작가들은 미술전시 관람을 꿈꾸던 마을 주민들에게 소중한 공간이라고 한다. 또한 남해바래길을 걷는 여행객들이 꼭 들르는 장소라고 하는데, 한적한 평산항의 분위기 속에서 감상하는 전시는 여행 기간 내내 여운이 남는다고 한다.

    평산항은 낙조가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바래길 작은미술관 전시를 관람하고 조금 더 기다렸다가 바닷속으로 일몰을 감상하며 여행을 마무리하는 것도 좋겠다.


    ◇여행 TIP

    다랭이지겟길은 남해바래길 11코스이자 남파랑길 43코스로 ‘남해바래길’ 전용 스마트폰 앱을 설치한 후 사용하면 경로 및 각종 여행정보를 안내받을 수 있다.

    ◇방문할 만한 주변 관광지

    다랭이지겟길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가볼 만한 주변 관광지가 있다. 먼저 섬이정원이 있다. 섬이정원은 1만5000㎡의 다랭이논을 정원으로 꾸며놓은 곳으로 400여 종의 꽃과 나무들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다. 겨울에도 특유의 낭만을 만날 수 있다고 하지만, 가을이 가기 전 싱그러운 수목이 만들어내는 풍경을 감상해 보면 어떨까?

    다랭이지겟길 안에는 빛담촌 등 숙박시설이 포함돼 있지만, 자연 속에서 하룻밤을 보내기를 원하는 캠핑족들이 있다면 ‘보물섬캠핑장’을 방문해 보자. 보물섬캠핑장에는 오토캠핑장을 비롯해 방갈로, 펜션 등 다양한 방법으로 남해에서의 밤을 보낼 수 있다. 보물섬캠핑장은 단풍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쌓여있는 낙엽을 밟으며, 깊어져 가는 가을 분위기를 만끽해 보자.

    글= 이주현 월간경남 기자

    사진= 전강용 기자

    ※자세한 내용은 월간경남 10월호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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