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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교권이 회복되어야 학교 교육이 산다- 이재돈(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

  • 기사입력 : 2023-09-04 19:3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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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7월, 서울의 서이초등학교 교내에서 2년차 새내기 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비극적인 사건으로 인하여 교육계는 물론 국민들은 큰 충격에 빠지게 되었고, 교권 회복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이 커지고 있다. 지금까지 교단을 묵묵히 지켜오던 교사들은 학교 폭력과 학부모들의 악성 민원 등으로 인하여 학교 교육이 무너지는 현실 앞에서 자아 성찰과 함께 교권 회복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교육부의 자료에 의하면 2018년부터 지난 6월말까지 공립 초·중·고교 교사 100여명이 극단적 선택으로 운명을 달리하였다. 이들 일부 교사 중에는 학생 생활지도의 어려움과 학부모들의 악의적인 항의로 인한 교육 활동에 대한 침해와 심리적 압박 등으로 극단적 선택을 하였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하였다.

    예로부터 우리나라는 선비 정신을 바탕으로 학문과 배움을 중시하였으며,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아야 한다’는 말이 교사들의 위상을 대변하는 것처럼 교사의 권위는 대단하였다.

    해방 후에 남북으로 분단되고 6·25의 참상을 거치면서도 우리나라가 눈부신 경제 발전을 이룬 것도 교육의 성과에 기인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필자가 기억하기로는 적어도 1980년대까지만 해도 학교 교육 현장에서 학생들은 선생님들의 말에 순순히 따랐고 존경하였으며, 학부모들은 교사들의 권위를 존중하였다. 그러나 1990년대 말 즈음부터 ‘수요자 중심의 열린교육’ 바람이 교육계를 강타하였고, 교사들은 교육 공급자로 취급받기 사작하였다. 학생과 교사의 관계를 수요자와 공급자로 설정하고 보니 교육 수요자인 학생과 학부모들의 목소리가 커지게 되었으며, 교육 공급자인 교사들은 새로운 교육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전력을 기울였지만 교육 수요자의 요구는 커지기만 했다.

    예로부터 전해오는 ‘교육은 백년대계(敎育之百年大計)’라는 말은 구두선(口頭禪)일 뿐, 새롭게 출현하는 정부마다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처럼 ‘교육 개혁’을 꺼내 들었고, 교육감 선거가 실시되면서 교육계를 보수와 진보로 갈라치기하면서 정치 선거에 이용하는 사태가 왕왕 벌어지게 되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개혁’이라는 미명 아래 우리 교육은 중심을 잃은 채 흔들리고 국가 발전의 근간이 되는 학교 교육은 점점 나락의 길로 빠지게 되었다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어느 중견 교사의 말에 따르면 “10여년 전부터 일부 시도 교육청에서 제정된 학생인권조례가 본래의 취지와는 달리 ‘학생 해방, 교사 위축’이라는 분위기가 형성되었으며, 교육수요자인 학생으로서의 권리만 지나치게 강조한 결과가 교실 붕괴와 교권 추락의 원인이 되었다”고 하면서 교권이 무너진 현실 속에서 무력감을 느낀다고 말한다. 교육 수요자인 학생과 학부모들을 중시하는 교육을 펼치다 보니 교육 공급자인 교사는 졸지에 학생과 학부모들의 평가를 받게 되는 을(乙)의 처지가 되었고 학생, 학부모의 지나친 갑(甲)질에 교사의 권위는 땅에 떨어지고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극단적 선택과 같은 비극적 사태가 발생하게 되었다.

    자녀에 대한 지나친 성공 욕구와 과보호는 일부 학부모들의 도에 넘치는 난폭한 행동으로 나타나게 되고, 학부모와 무분별한 민원으로부터 괴롭힘 당하는 교사가 늘어나고 교권은 추락하고 있다. 이처럼 교권이 추락된 사회 분위기에서는 사랑과 정성으로 제자들을 가르쳐야 할 교사들은 소극적인 교육 활동을 펼치게 되고, 마침내 교실 붕괴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정부 당국은 적절한 학생 생활지도는 아동학대로 보지 않는다는 면책권 보장과 학부모의 악성 민원에 대한 교권 보호 조치 등 교권을 확립할 수 있는 교육 정책을 하루빨리 수립해야 한다. 교육 공급자인 교사를 신뢰하고 존중하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될 때 교육 수요자인 학생과 학부모가 만족하는 좋은 교육이 실현될 것이다.

    이재돈(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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