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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6월 18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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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ON- 트렌드] 무인점포 전성시대

눈치 안보고 자유롭게 나 혼자 산다

  • 기사입력 : 2023-08-31 20:5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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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경기불황 영향 몇 년 새 무인점포 급증… 도내 286곳
    세탁소·아이스크림 할인점·사진관·애완용품점 등 테마 다양
    창원 무인 아동복 매장 가보니 키오스크로 출입·결제 ‘간단’

    고객은 자유롭게 매장 이용, 업자는 인건비 절약 장점
    창업 비용 적어 진입장벽 낮지만 절도 범죄로 골머리 앓기도
    비대면 문화 선호도 높아진 만큼 전문화·차별화 고민해야


    최근 몇 년 사이 길거리 곳곳서 무인이 들어간 점포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경기불황이 이어지는 데다 인건비, 자재비, 공공요금까지 잇따라 오른 영향이다. 몇 년 전부터 리테일의 미래로 주목받으며 자영업 생태계를 바꾸고 있는 무인점포의 명과 암에 대해 살펴본다.

    ◇전국에 6000곳 이상= 본격적인 무인점포 시대를 알린 것은 2016년 12월 미국 시애틀에 문을 연 아마존의 아마존 고(Amazon Go)다. 인공지능 무인판매점인 아마존 고의 경우 인공지능(AI), 모바일 지불 시스템, 위치 추적 시스템, 사물 인터넷(IoT) 등 첨단 기술이 집약돼 있다. 국내에선 편의점, 패스트푸드점, 대형마트 등 유통업을 중심으로 도입이 증가 추세다. 아마존이 고객의 빅데이터를 수집해 향후 판매 촉진을 위한 마케팅, 신제품 개발에 활용하는 것과 달리, 대부분 업체들은 무인결제 기술을 통한 비용 절감에 집중돼 있다.

    소방청에서 지난해 12월 14일부터 올해 3월 14일까지 실시해 발표한 ‘주요 무인점포 등 전수조사’ 자료를 보면 등록된 무인점포는 6323개소로 나타났다. 무인점포를 형태별로 분류하면 아이스크림이 2011개소로 가장 많았고, 이어 세탁소 1975개소, 스터디카페 967개소, 사진관 708개소, 밀키트 662개소 등으로 집계됐다. 지역별로 무인점포가 가장 많은 곳은 ‘경기본부’ 1614개소였다. 그 뒤로는 서울 593개소, 부산 520개소, 경기북부 402개소, 인천 368개소 순이었다. 경남은 세탁소 94곳, 아이스크림 64곳, 스터디카페 50곳, 사진관 35곳, 밀키트 29곳, 룸카페 14곳 등 총 286곳으로 조사됐다.

    창원시 의창구에 있는 무인 아동복 매장 ‘창원 아동복 공장1188’./‘창원 아동복 공장1188/
    창원시 의창구에 있는 무인 아동복 매장 ‘창원 아동복 공장1188’./‘창원 아동복 공장1188/
    지난 3월 ‘창원 아동복 공장1188’ 개업 당시 고객들이 줄지어 옷을 고르고 있다./‘창원 아동복 공장1188/
    지난 3월 ‘창원 아동복 공장1188’ 개업 당시 고객들이 줄지어 옷을 고르고 있다./‘창원 아동복 공장1188/

    ◇인기 비결= 사실 무인점포가 생긴 건 최근이 아니다. 1970~1980년대에도 오락실, 길거리 자판기 등 무인매장이 존재했다. 최근에 왜 각광받는 사업모델이 됐을까.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창업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기 시작한 시점에 굉장히 다양한 형태의 무인매장이 생겨났다. 키오스크를 도입한 점포나 로봇이 서빙, 음식을 제조하는 매장까지 합치면 그 성장세가 무섭다.

    무인점포가 요즘 자영업자 사이에서 인기 창업으로 떠오른 배경에는 ‘소자본’에 있다. 대표적인 것이 무인 아이스크림 할인점이다. 다른 업종에 비해 초기 자본이 적게 들고, 아이스크림 특성상 유통·관리가 쉬워 동네마다 생겨났다. 아이스크림 할인점은 대기업 빙과 매출의 25%가량을 담당할 만큼 주요 유통채널로 떠올랐다. MZ세대의 취향을 저격한 것도 인기 요인이다. 최근 MZ세대 사이에선 판매 사원 없는 무인 패션 매장 선호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눈치 안보고 자유롭게 옷을 입고 사진을 찍을 수 있어서다. 현대백화점이 지난해 2월 더현대 서울 6층에 문을 연 무인매장 ‘언커먼 스토어’의 경우 1년 만에 누적 방문객 10만명을 넘어섰다. 방문객 중 85%는 30대 이하 젊은 층 고객이다. 입소문이 나면서 주말엔 입장 대기 순번이 800번대까지 이어질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창원시 의창구 ‘창원 아동복 공장1188’에서 고객이 키오스크를 이용해 결제하고 있다.
    창원시 의창구 ‘창원 아동복 공장1188’에서 고객이 키오스크를 이용해 결제하고 있다.

    ◇이용해보니= 창원시 의창구의 무인 아동복매장 ‘창원 아동복 공장1188’을 찾은 김미림(35)씨는 “SNS를 통해 이곳을 알게 됐는데, 간절기 아이 옷이 입고됐다는 게시글을 보고 들렀다. 판매 사원 눈치를 보지 않고 자유롭고 편리한 쇼핑을 즐길 수 있어 만족한다”고 말했다.

    매장 이용방법은 간단하다. 출입구에 있는 키오스크에서 신용카드나 카카오톡·네이버 등 모바일 인증을 진행하면 출입문을 열 수 있다. 사이즈별로 진열된 옷을 쇼핑하고 구매를 결정한 옷에 있는 바코드를 키오스크로 인식해 결제하면 된다.

    고객이 자유롭게 매장을 이용할 수 있는 게 매력이라면 점포 입장에선 그만큼 매장 관리 인력을 줄일 수 있어 인건비 절약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무인점포가 나날이 다양해지는 추세다. 흔히 볼 수 있었던 무인카페를 비롯해 사진관, 애완용품점, 휴대폰 판매점, 밀키트숍, 문구점, 라면가게, 안경원, 테니스장 등 ‘테마형’ 무인점포가 성행 중이다.

    창원시 성산구에 사는 이경호씨는 “캠핑을 가기 전 무인 밀키트 가게를 찾는다. 예전에는 장을 봐서 식사 준비를 했는데 번거롭고 재료도 많이 남아 밀키트를 이용하게 됐다. 다양하고 맛있어 만족도가 크다. 다만 신선도가 중요한 만큼 주변 가게 중에 가장 영업이 잘되는 곳을 찾는다”고 말했다.

    ◇문제점과 비전은= 무인 아이스크림 판매점 가운데 폐업하는 곳이 많아지고 있다. 창업 비용이 2500만~3000만원 선으로 다른 업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어 진입장벽이 낮다는 게 오히려 약점이 됐다. 한 집 건너 한 집꼴로 점포가 우후죽순 난립한 탓에 경쟁이 심화되면서 폐업하는 사례가 속출했다.

    2021년 가전업계 최초로 무인매장 문을 연 LG전자 역시 고심이 깊다. 지난 6월 기준 LG전자는 밤 9시부터 11시까지 사람 없이 점포 문을 여는 야간무인매장을 전국 17곳에서 운영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서비스 열풍이 불자 무인매장 수를 29개까지 늘렸지만 엔데믹 국면을 맞이하면서 무인매장을 찾는 고객들이 급속도로 줄고 있다. 직원이 없어 고객이 신제품에 대한 가격·기능 정보를 즉각적으로 알기 어렵다는 점도 마이너스로 작용한다.

    절도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매장도 많다.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무인점포에서 발생한 절도 건수는 6018건으로 집계됐다. 편의점, 아이스크림가게 등 절도 위험성이 큰 매장 경우 보안을 강화해도 관리자가 상주하지 않고 야간에도 문을 연다는 점을 악용한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그럼에도 인건비 등 고정비용이 적다는 점에서 여전히 전망이 밝다. ‘창원 아동복 공장1188’을 운영하는 A씨는 “아동복 관련 일을 하고 있었는데 출산율이 줄면서 경쟁이 치열해져 획기적인 것을 찾다 보니 무인 점포를 열게 됐다. 인건비를 줄여서 인터넷보다 가성비 있게 구매할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다. 초기에 키오스크나 CCTV 등 비용이 많이 들긴 했지만 입소문이 나서 3월 창원점 개점에 이어 5월 김해에서 무인매장을 냈다”고 말했다.

    무인매장은 ‘고수익’보다는 안정적인 수익 보장에 더 적합하다. 무인매장 운영의 묘를 살리려면 꾸준한 수익과 낮은 업무 강도를 잘 고려해야 한다. 수익이 지나치게 낮거나 또 반짝 수익으로 그칠 업종은 피하는 것이 좋다. 입지 역시 중요하다. 좋은 위치에서 사람들이 원하는 아이템을 판매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특정 업종이 같은 상권에 지나치게 많이 생기면 경쟁이 심화돼 수익이 낮을 수밖에 없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비대면 문화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 만큼 무인점포는 앞으로 더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 점포와는 차별화된 아이템을 판매하는 방식으로 ‘전문화’와 ‘차별화’를 이루는 게 관건이다.

    글·사진= 정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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