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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1정 연수 이야기- 김경모(경상국립대학교사범대학 학장)

  • 기사입력 : 2023-08-28 19: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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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등학교 여름 방학이 많이 짧아졌다. 거의 3주 정도이다. 유난히 더운 올여름에는 선생님들도 ‘배움 내려 놓기(放學)’를 했으면 했다. 그러나 1정 연수에 참가하게 된 선생님들은 그러지 못했다.

    대부분의 중등학교 선생님은 임용된 지 3년이 지나면 1급 정교사 자격 취득을 위한 연수를 받을 자격을 갖게 된다. 그리고 지역 교육청별로 차이가 있지만 평균적으로 5년 이후면 연수에 참가할 수 있게 된다. 필자가 수업을 맡은 연수 과정에는 3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 사이의 선생님이 참여하였으며, 40대·여자 선생님들의 비중이 높았다. 최근 들어 연수에 참여하는 선생님들의 연령은 점점 낮아지고 있고, 법원의 판결에 따라 기간제 선생님도 1정 연수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 1정 연수가 8월 둘째 주에 3주간의 일정을 마쳤다. 마치기 직전에 태풍 때문에 대면 연수를 비대면으로 전환하는 해프닝이 있긴 했지만, 코로나 때문에 익숙해진 비대면 수업으로 전환이 크게 어렵거나 혼란스럽지는 않았다. 이미 선생님들은 대면과 비대면이 공존하면서 서로 쉽게 전환하는 교실 수업에 완벽하게 적응한 느낌이었다.

    연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연수 참가 선생님들의 자료를 보면서 학교급이나 연령, 소재 지역의 차이 때문에 연수 수업의 분위기가 잡히는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런 우려가 무색하게 선생님들은 빠르게 연수에 적응하였으며, 연수 수업의 분위기는 활발하고 적극적이면서 진지했다. 활동 중심 수업을 통해 수업 아이디어를 공유하고자 한 필자에게는 반갑고 고마운 일이었다.

    최근의 1정 연수에는 많은 변화가 있다. 우선 연수 내용 면에서 사범대학이나 교직과정 등의 양성과정에서 이미 배웠던 교육과정의 내용을 망라하여 단순히 반복하고 재정리하기보다는 교직은 교직대로, 전공은 전공대로 현재 이슈가 되는 주제나 문제에 대한 이해와 해결방안을 생각해 보는 연수과목이 늘어났다. 그 과정에서 현장의 교사는 물론 해당 이슈의 전문가들의 참여가 자연스럽게 늘고 있다. 예를 들면 공통과목 영역에서는 ‘인공지능(AI)과 윤리’, ‘학교 폭력 사안 처리의 실제’ 등 교육의 환경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AI를 윤리적 측면에서 이를 어떻게 이해하고 학교수업에 적용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같이 고민해 보거나, 많은 선생님들이 힘들어하는 학교 폭력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하는 실제적인 문제를 사례 중심으로 알아보는 과목이 포함되어 있다.

    전공과목 영역의 경우에도 학교폭력, 인권, 이주민의 현안 문제를 다루기도 하고 ‘실제로 해보는 주식 수업’ 등 교원의 실제 경제생활과 관련한 과목과 함께 수업을 설계하고 적용하는 과정을 서로 보여주면서 수업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등 교과의 내용과 방법을 결합시키는 수업의 비중이 늘어났다.

    강의를 듣기만 하면 될 것 같았던 연수에서 다시 동료 교사들 앞에서 수업을 진행하고, 같은 모둠의 연수 선생님이 학생이 되어 보는 과정에서 처음에는 다소 어색한 점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금방 그 상황에 적응하여 진지하게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는 모습을 보면서 수업 전문가로서 선생님들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었다.

    교생을 거쳐 초임 교사로서 수업을 시작할 때만큼 1정 연수는 선생님들의 직업 이력에서 매우 의미있는 문화적 경험이 된다. 이 귀한 시간을 ‘교과의 내용 복습’을 넘어 교사로서 자긍심을 높이고 서로 격려하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이를 위해 연수 시설과 프로그램 등의 개선을 위해 의견 모으기를 시작하려 한다. 그리고 제도적으로 협의가 가능하다면 복(伏) 더위 중에 실시하는 연수 시기를 겨울 방학 등으로 옮길 수 있으면 한다. 올해 같은 여름이 일상화된다면 더욱 그렇다.

    김경모(경상국립대학교사범대학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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