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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응답하라! 1996- 이장원(영남지역문화전문가협회 회장)

  • 기사입력 : 2023-08-21 19:3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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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는 눈을 뜨면서부터 잠이 들 때까지 스마트폰과 함께 살고 있다. 아니 어쩌면 스마트폰과 연결된 디지털 플랫폼 안에서 살고 있다고 하는 것이 더 맞을 수도 있겠다.

    문득 필자가 1996년 새내기로 경남대학교에 다니던 시절의 추억이 소환된다. 어쩌면 그 시절에 살았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통신 시장이 발전하는 과정을 현장에서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지금의 세상은 필자가 새내기였던 1996년과는 전혀 다른 별천지로 변해버렸다. 중학교 때 컴퓨터학원을 다녔던 그 당시에는 몰랐지만 지금 생각하면 아주 느린 286, 386컴퓨터가 주류였고, 주로 네모난 플로피디스크를 사용하던 시절이었다. 학원에서 DOS라는 프로그램을 배웠지만, 아쉽게도 컴퓨터의 빠른 진화로 인해 전혀 사용할 기회가 없었다. 게다가 더 높은 사양의 컴퓨터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하면서 추억의 이 플로피디스크도 우리 곁에서 사라져 버렸다.

    인터넷이 활성화되기 전에는 전화 모뎀을 활용한 서비스가 주류였는데, 아마도 1991년 하이텔과 1996년 유니텔이 마니아층 중심으로 사용된 것이 인터넷의 초기 형태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본격적으로 인터넷이 활성화되면서 초기에는 넷스케이프라는 브라우저가 탑재된 PC방도 많이 생겼었는데, 마이크로소프트에서 개발한 인터넷 익스플로어 브라우저가 운영체계인 window에 기본 탑재되어 보급되면서 자연스레 익스플로어로 대체되기 시작했고, 점차적으로 인터넷 속도가 빨라지면서 다양한 서비스가 비교적 안정적으로 공급되기 시작했다. ‘삐삐’라고 불리는 무선호출기가 등장하고 대중화되면서 다수의 학생들이 더 많은 소통을 통해 다양한 관계망으로 확장되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이 시기가 디지털에 아날로그적 감성이 한데 겹쳐 있었던 낭만적인 시절이 아닌가 싶다. 삐삐는 단방향 소통이었기 때문에 호출 번호를 보고 유선전화기로 전화를 해서 직접 통화를 하거나 삐삐에 녹음된 음성메시지를 음성사서함에 전화를 걸어 듣는 방식이었는데 뭔가 불편하면서도 메시지 내용이 엄청 궁금했고, 공중전화가 끊어지지 않도록 동전을 열심히 넣어가면서 전화를 했던 것도 기억난다. 그렇게 막연한 기다림과 설렘이 있었던 정겨운 시절이었기 때문인지 필자는 이때가 무척 그립다.

    셀룰러폰(011-SK텔레콤, 017-신세기통신)이 2G 서비스를 주도하고 있었지만, PCS(016-KTF, 018-한솔PCS, 019-LG텔레콤)가 등장하면서 본격적으로 핸드폰이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아 참, 그전에 재미난 서비스가 하나 있었는데, 삐삐가 대중화되면서 씨티폰이 아주 잠깐 등장했다. 이 씨티폰은 지금 생각해도 무척 재미난 녀석으로 공중전화 부스 주변에서만 서비스가 되었지만 여러 가지로 아쉬운 점들이 많았었다. 무엇보다 삐삐와 씨티폰 두 개를 같이 들고 다녀야 하는 것이 불편했고 메시지를 확인하거나 전화를 하려면 공중전화 박스로 달려가야 하는 점은 같았지만 핸드폰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특이했기 때문에 유행에 민감한 사람들은 일부 사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PCS가 공격적으로 공짜폰이라는 콘셉트로 대중화되면서 삐삐와 씨티폰이 빠른 속도로 추억 속으로 사라지고 본격적으로 휴대폰으로 소통하는 시대가 시작되었다. 통신업체들이 사용자를 확보하기 위한 무한경쟁의 시대로 들어서면서 유명 연예인이 등장하는 광고 마케팅도 치열하게 펼쳐져 업체 간의 경쟁을 보는 재미도 나름 쏠쏠했다. 이제는 누구나 휴대폰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지만 당시에 우리가 기업들이 던진 낚싯바늘에 걸려 있었던 달콤한 미끼를 아무 생각 없이 덥석 물어버렸기 때문에 우리가 어쩔 수 없이 그들이 만들어 놓은 디지털 플랫폼의 틀 안에 갇힌 채로 사육당하는 기분이라서 조금 슬프기는 하다. 하지만 그래도 오늘은 왠지 그런 현실들은 잠시 잊어버리고 추억 속의 우리에게 새로운 희망의 메시지를 보내 보고 싶다. 1996년 그 시절의 우리에게…, 추억 속으로….

    이장원(영남지역문화전문가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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