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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문해력은 과연 청년세대만의 문제인가- 장민지(경남대학교미디어영상학과 교수)

  • 기사입력 : 2023-08-07 19: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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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교에 임용되고 얼마 되지 않아 학생들과의 강의에서 ‘토론’과 ‘토의’의 차이점을 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됐다. 학생에게는 본 강의를 듣고 토론과 토의의 목적과 핵심적 내용을 간단히 정리하는 기말고사를 내주었다. 강의에서 “토론은 상대 주장의 모순을 증명하고, 자신의 관점을 관철하는 것이 목적이다”라는 내용이 있었는데, 기말고사에서 놀랍게도 대부분의 학생이 “자신의 관점을 관찰하는 것이 목적이다” 라고 썼다. 다시 말해 대다수의 학생이 관철을 관찰로 바꿔 답을 작성한 것이다. 반면, 강의를 듣는 학생 가운데 유학생들은 전부 이 문제를 맞혔다. 아마도 문장을 통째로 외웠기 때문이리라.

    관철과 관찰은 다른 의미를 갖는다. 관찰은 ‘사물을 자세히 살펴보다’라는 의미를 갖지만, 관철은 ‘어려움을 뚫고 목적을 이루다’란 뜻으로 ‘주장을 관철하다’와 같은 문장에 쓰인다. 아마 학생들은 내가 수업을 받던 시절만큼 관철이라는 단어를 일상에서 잘 사용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강의를 듣는 동안 자신들이 모르는 ‘관철’이라는 용어가 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전을 찾아보거나 교수에게 질의를 할 생각을 안 했(혹은 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학생들 다수가 교수의 오탈자를 염두에 두고 답안을 쓰게 만든 과정에는 무엇보다 집단적 커뮤니케이션에서 상호작용보다는 ‘일방적 소통’에 많은 사람들이 익숙해지고 있다는 것이 문제일 수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으로 많은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은 웹상에서의 다양한 표현과 새로운 밈(meme, 인터넷상에서 유행하는 대중문화의 일부, 스타일, 생각 등을 총칭하는 용어)들을 접하게 됐다. 그 과정에서 서서히 세대를 넘어 자신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언어와 인터넷에 게재되는 많은 표현들에 차이가 생겨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게’ 되었고, 이는 청년세대들이 일상 속에서 글을 읽거나 어휘나 문장구조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러한 이해의 주체는 사실 기존세대의 인지 방식에 가깝다. 예를 들어 우리는 기존세대가 새로운 밈이나 신조어를 ‘인지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는 크게 의식하거나 문제화하지 않는 편이다.

    언어는 사실 쓰는 주체가 변화하거나 시대에 따라 사라지기도, 동시에 새롭게 생겨나기도 한다. 이러한 언어의 변화는 이를 인지하고 충분한 사회적 소통으로 간극을 메워나가며 해결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문해력의 문제는 ‘사회적 소통’이 부족할 때 가시화된다. 실제로 문해력은 언어를 사용하는 주체들이 서로 ‘소통’하는 가운데 성장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글을 읽고 문장을 쓰는 과정에서 모르는 용어가 나왔을 때 이에 대해서 알아보거나 모르는 사람에게 가르쳐주는 태도가 부족하다면 이는 갈등으로 확산될 수 있다.

    세대 갈등의 양상으로 보도되는 문해력 논쟁은 소모적이기도 하다. 우리는 ‘문제’에서 벗어나 ‘해결책’을 찾는데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무엇보다 서로 모르는 것에 대해 묻고 그것에 귀를 기울이는 타인과의 상호작용을 지속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사실 다양한 집단 간의 상호소통 문화의 부족은 사회 전반에서 일어나고 있는 갈등 상황과도 연결된다. 특히 디지털 미디어가 보급되고 소셜 미디어가 확산되면서 많은 글과 이미지, 영상들이 주변의 맥락이 삭제된 채 부분적으로 게재되는 경우들이 많아졌고, 여기에는 원하는 정보는 깊이 파고들 수 있으나 그 이외의 정보를 받아들이지 않는 형태의 미디어 이용관습이 보편화되고 있는 것 또한 이 문제를 더 심화시킨 요인일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고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의견을 먼저 ‘듣는’데서 비롯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장민지(경남대학교미디어영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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