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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도도새와 모낭충- 최국진(한국폴리텍Ⅶ대학 창원캠퍼스 교수)

  • 기사입력 : 2023-08-01 19:4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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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든 새가 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구상에는 대략 40여 종의 날지 못하는 새가 있는데, 큰 덩치와 강력한 발톱으로 보호 능력을 가진 타조와 하늘보다는 수중 생활에 적응한 펭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천적이 없는 섬에서 살다 보니 천적을 피해 하늘을 날 필요가 없어 퇴화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장 잘 알려진 예로 도도새가 있는데, 아프리카 대륙에서 뚝 떨어져 나온 마다가스카르섬에서도 다시 뚝 떨어져 나온 모리셔스라는 섬에 서식했던 새이다. 울창한 숲에 자신들과 같은 조류 말고는 포유류 같은 천적이 없다 보니, 하늘을 날아다닐 필요가 없어 서서히 하늘을 나는 능력을 잃어버렸다.

    그런 상태에서 1500년대 포르투갈인들이 최초로 이 섬에 도착한 후, 많은 배들의 경유지가 되면서 선원들의 사냥감이 되었다. 이후에 네덜란드인들이 이 섬을 유배지로 활용하면서 죄수들과 함께 원숭이나 쥐와 같은 천적들이 들어오면서 도도새는 급격하게 개체수가 줄기 시작했고, 인간이 최초로 이 섬에 발을 디딘 지 이백 년이 되기도 전인 1681년 마지막 도도새가 죽음으로써 멸종이 되었다.

    도도새처럼 멸종되지는 않았지만, 천적 없는 환경에서 점차로 기능이 퇴화하고 있는 생물이 또 있다. 우리 눈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사람의 피부에서 3주 정도의 짧은 생을 살아가는 모낭충이다.

    갓 태어난 아기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사람의 피부에 공생하고 있는 모낭충은 별다른 천적 없이 피부의 모낭 속에서 완벽하게 보호된 삶을 살고 있다. 모공에서 모공으로 짧은 거리만 이동해도 피지나 각질 같은 풍부한 먹이를 구할 수 있으니 다리는 점점 퇴화하여 비슷한 다른 진드기와 달리 매우 짧고 단 3개의 단일 근육 세포로 바뀌었다.

    자외선이 내리쬐는 낮에는 모공 안에서 나오질 않으니 자외선으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유전자도 퇴화했고, 심지어 작은 무척추동물에게 활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멜라토닌을 합성하는 유전자도 퇴화하였다.

    밤이 되면 인간의 피부에서 멜라토닌이 무제한으로 분비되니 모낭충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생명의 화수분인 셈이다. 그러니 굳이 스스로 멜라토닌을 만들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모낭충이 인간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아지고 좁은 영역에서 고립된 생활로 근친교배가 이어지면서 새로운 유전자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게 유전적 다양성이 줄어들면서 현재는 치명적인 돌연변이가 발생했을 때 그것을 복구하는 유전자마저 퇴화했다고 한다. 이것은 결국에 모낭충도 어느 순간 도도새처럼 멸종의 길로 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요즘 MZ세대들의 성장 환경을 둘러보면 일정 부분 도도새의 모리셔스섬이나 모낭충의 사람 피부 같다는 생각을 가끔 하게 된다. 스스로 고민하고 노력하지 않아도 기본적인 의식주뿐만 아니라 원하는 대부분을 부모가 제공하고 있으니 성인이 되어서도 그것이 당연할 줄 알게 된다.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아도, 취업을 하지 않아도, 그 어떤 노력을 하지 않아도 부모로부터 제공되는 안락한 생존 환경에 자신들도 모르게 생존 능력이 퇴화하고 있는 것 같다.

    물론 기성세대들이 예전에 못 먹고 못 산 것에 대한 보상 심리로 자녀들에게 최대한의 물질적인 풍요를 제공하는 것을 나쁘게만 볼 수는 없겠다.

    그러나 그러한 과잉보호가 MZ세대들의 자립성을 저해할 수 있다. 해가 갈수록 새로 입학하는 학생들의 경우 지나치게 부모에게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부모들은 자녀를 위해 최선을 다해 돌보는 것이 부모로서의 당연한 의무라고 생각하지만, 지나친 보호와 간섭이 자녀에게는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을 반드시 알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녀들은 위기 상황에서 스스로 대처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잃어버릴 수 있다. 마치 도도새와 모낭충처럼 말이다.

    최국진(한국폴리텍Ⅶ대학 창원캠퍼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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