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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3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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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재미- 강신형(시인)

  • 기사입력 : 2023-07-31 20: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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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기자기하게 즐거운 기분이나 느낌, 지내는 형편이나 살아가는 맛 따위를 이르는 말 등을 사전적 의미로 ‘재미’라 한다.

    날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진즉부터 시작된 더위와 길었던 장맛비가 모든 것을 거추장스럽게 하고 몸과 마음을 힘들게 한다. 팬데믹 이후 맥이 빠져버린 일상도 좀처럼 활기가 돌아오질 않는다. 무더위를 피해 잠시 여름휴가를 떠났다가 돌아온 주변을 돌아봐도 별다른 변화는 보이지 않고, 삶에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날들이 연속이다.

    얼마 전 몽롱한 눈으로 TV를 보고 있는데, 방송에 출연한 연세 지긋해 보인 분이 20대에는 20㎞로 길을 걸었고, 30대는 30㎞, 40대는 40㎞, 50대는 50㎞, 60대는 60㎞로 길을 걷는 것 같다며 나이가 들수록 빨라지는 세월 흐름의 느낌을 말하는 것을 듣고는 나도 모르게 공감의 고개가 끄떡여졌다.

    길을 걷는 것을 좋아하는 필자는 일상에서 분심이 일거나, 여유가 생기면 퇴직 이후 흐트러진 마음과 생각을 가다듬게 해 줬던 길을 지금도 곧잘 찾아 떠난다. 처음 그 길을 걸었을 때 맞이했던 불볕더위와 장맛비는 무거웠던 발걸음만큼 잊을 수 없지만, 그래도 무념무상으로 길을 다 걷고 홀가분해진 마음으로 돌아왔을 때의 그 감사함을 잊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도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그 길을 찾아 떠나고 이제는 중간중간 막걸리 한잔을 즐기는 여유와 재미마저 갖고 산다.

    사람들이 어렵고 복잡한 세상을 살아나가는 데는 나름대로의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오랜 친구를 만나서 술 한잔을 나눌 수 있는 재미, 돈을 벌거나 승진을 하는 재미, 자식들이 올바르게 성장해 나가는 것을 보는 재미, 자신만이 누리고 즐길 수 있는 것을 찾는 재미 등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이러한 재미가 없다면 세상살이가 얼마나 지루하고 힘들 것인가를 가끔 생각하는 요즘, 나이가 들어감에 비례해 시간도 빨라지고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이 한여름 무더위 또한 자신의 입맛에 맞는 재미를 찾는 재미로 떨쳐내면 어떨까 싶다.

    강신형(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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