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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근대기록문화는 우리의 소중한 역사 자산이다- 이재돈(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

  • 기사입력 : 2023-07-10 19:3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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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류는 유구한 역사(歷史)의 흐름 속에서 현재를 살아가고 있다. 역사의 어원인 그리이스어의 ‘historia’는 조사, 탐구라는 의미를 갖고 있는 바와 같이 역사는 과거의 사건을 조사, 기록하는 제반 활동을 의미하고 있다. 영국의 저명한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Arnold Joseph Toynbee) 는 ‘역사의 연구(A Study of History)’에서 ‘역사 속에서 확고한 국민 정신을 갖고 있는 나라는 외부의 어떠한 공격이나 도전과 응전이 있을 때에도 국가를 지킬 수 있었지만 국민 정신이 상실된 민족은 조그만 도전이나 응전이 닥치더라도 그것을 이겨내지 못하고 멸망했다’고 말했다.

    역사는 오랜 기간에 걸쳐 획득한 증거 자료인 유물과 유적, 문서, 그림, 사진 등을 기반으로 기록된다.

    필자가 몇해 전에 ‘금바다 김해 마을이야기’를 집필하면서 마을, 기관, 개인을 찾아 다니면서 문서와 사진 등 향토 사료를 수집, 조사하는 과정에서 몇백 년 전의 사료는 매우 찾아보기 어려웠으며 불과 50년 전후의 문서나 사진 등 마을의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 향토 사료도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최근에 ‘가야문화축제 60년사’를 집필할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1960년대의 초창기 가야문화축제 사진과 문서를 찾지 못하여 헤매고 있을 때, 아버님의 유품이라며 지금까지 간직하고 있던 자녀분의 도움으로 겨우 찾을 수 있었다. 우리는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부모님이 남기신 사진, 문서 등 유품들을 버리거나 심지어 불에 태워 없애 버리는 일에 익숙해져 있다. 이사를 가거나 집을 새로 지을 때에도 오래된 문서, 서적, 사진 등을 이제는 쓸모없는 물건이라고 치부하면서 버리는 일이 다반사이다. 이런저런 연유로 인하여 우리의 소중한 역사 자산인 근대기록문화자료는 하나, 둘 없어지고 있다. 현재, 개인이나 집안에서 지니고 있는 한 장의 빛바랜 사진이나 문서 등이 50년, 100년이 지난 후에는 귀중한 사료가 된다는 사실을 모르고 버리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을 보면서 근대기록문화자료를 지금부터라도 조사, 수집하는 일에 정성을 기울여야겠다고 생각한다.

    최근 들어 근대기록문화의 중요성을 인식한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지역 역사 바로알기’를 위한 조례를 제정하고 관계 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향토 사료를 발굴하여 아카이브 구축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사라져가는 근대기록문화자료의 발굴과 수집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 다행스러운 일이라 생각한다. 우리 경남에서도 지자체를 중심으로 근대기록문화자료를 조사, 수집하고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하며, 지자체별로 지역 특성을 살린 근대기록문화박물관을 건립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한국국학진흥원에서는 2021년부터 문화체육관광부의 행·재정적 지원을 받아 우리의 소중한 근대기록문화를 발굴하고, 사료의 가치를 재조명하기 위해 근대 역사의 중심에 선 50~60대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근대기록문화자료 조사원을 선발하여 전국에서 활동하고 있다. 조사원들을 통해 수집된 1910년부터 1979년까지 생산된 문서, 도면, 서적, 사진 등 근대기록문화자료를 체계적으로 축적하는 작업인 아카이브를 전개하는 한편, 지역문화사를 집대성하고 근대기록문화가 지니고 있는 역사적 콘텐츠를 발굴하여 문화강국의 초석을 다지는 사업을 펼치고 있어 그 성과가 기대된다.

    지금부터라도 근대기록문화는 우리의 소중한 역사 자산임을 인식하고, 근대기록문화자료의 발굴과 보존 및 전시회 등을 통해 추억을 공유하면서 향토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긍지를 갖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나아가 고장의 역사 바르게 알기 운동이 전국적으로 확대, 재생산되길 바라며, 역사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야말로 미래지향적인 나라를 건설하는 디딤돌이 된다는 역사 의식을 가져야 한다.

    이재돈(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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