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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권력의 역사는 배신의 역사- 이현근(경제부장)

  • 기사입력 : 2023-07-04 19:5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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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 강한 러시아를 표방하며 철권정치를 하는 푸틴 대통령을 위협하는 반란이 일어나 국제사회의 시선을 끌고 있다. 측근으로 알려진 민간군사기업 바그너그룹의 수장 프리고진이 우크라이나와의 전쟁 도중 이탈해 반기를 든 것이다. 모스크바로 향해 진군했던 프리고진은 고작 하루 만에 꼬리를 내리며 철수했지만, 종신집권을 노리는 푸틴의 시나리오에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프리고진의 반란이 충격적이었던 것은 그가 푸틴의 최측근으로 불리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프리고진은 푸틴과 20여 년간 인연을 맺으며 푸틴이 공식적으로 하지 못하는 어두운 일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해결해 왔고, 대가로 각종 사업의 이권을 따내며 재벌 반열에 올랐다. 둘은 사실상 동지이자 가장 믿음직한 부하로 공생과 상생의 찰떡궁합을 과시해왔다.

    ▼사태에 대한 깊은 내막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푸틴의 입장에서는 ‘은혜도 모르는 배신’이라고, 프리고진의 입장에서는 ‘그동안 온갖 추잡한 일을 해결하며 충성했는데 섭섭한 대우를 하느냐’는 분노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어쨌든 드러난 정황만으로는 신의는 헌신짝처럼 버려졌고 옛 동지는 적이 되는 상황이 됐다. 끝까지 같이 갈 것 같았던 둘의 관계가 깨진 것은 ‘영원한 동지도 영원한 적도 없다는 말’을 또 한 번 증명해 준 셈이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권력의 역사는 배신의 역사다. 권력을 탐하는 자는 2인자에 머물기 바라지 않고, 권력을 쥔 사람은 내려놓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무소불위 권력을 휘두르며 독재를 저질렀던 권력자들도 결국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갔다. 그럼에도 인간이 멸종되지 않는 한 권력을 향한 욕망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안다. 해리 트루먼 미국 제33대 대통령은 “권력에는 매력이 있다. 도박과 돈에 대한 탐욕 못지않게 권력은 사람의 피를 끓게 할 수 있다”고 권력의 위험성을 말하기도 했다.

    이현근(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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