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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때를 기다리며- 이준희(문화체육부장)

  • 기사입력 : 2023-07-03 19:5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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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채근담에 ‘복숭아꽃 오얏꽃이 아무리 곱다 한들 어찌 저 푸른 송백(松柏)의 굳고 곧음만이야 하리오, 배와 살구가 맛이 비록 달다 한들 어찌 노란 유자(柚子), 푸른 귤의 맑은 향기만이야 하리오’라는 글귀가 있다. 사람 사는 세상도 이와 닮아 많은 사람이 빠른 출세를 원하고 이를 위해 또 노력한다. 하지만 내실이 다져지지 않은 출세는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 모든 것은 때와 시기가 있는 법이다.

    ▼주나라 초기의 정치가인 강태공이 위수에서 낚시질을 하며 세월을 보낸 것은 때를 기다린 것이다. 세월을 낚은 것이 아니라 기회를 기다린 것이다. 초나라 사람인 오자서가 농사를 지으면서 7년을 보낸 것 역시 때를 기다린 것이다. 아무리 지혜로운 사람도 때를 만나지 못하면 일을 이룰 수 없다. 그래서 모든 일은 조급해하거나 서두르지 않고 때를 기다려야 한다. 조급한 마음에 때가 아닌데도 괜히 나섰다가는 아무 일도 이루지 못하고 낭패만 볼 수 있다.

    ▼이탈리아 토리노 박물관에 기회의 신 카이로스의 석상이 있다. 카이로스는 ‘찰나의 시간’을 뜻하는데 그 석상 밑에 이런 말이 새겨져 있다. “내 앞머리가 긴 이유는 사람들이 쉽게 붙잡게 하기 위함이고 뒷머리가 대머리인 이유는 한번 지나치면 붙잡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다. 내 이름은 카이로스, 기회의 신이다”. 이 글귀처럼 기회란 누구나 잡을 수 있지만 아무나 잡을 수는 없는 것이다.

    ▼사람에게는 살면서 누구나 세 번의 기회가 온다고 한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는 사람은 성공할 것이고, 우물쭈물하다가 기회를 놓친 사람은 그에 어울리는 삶을 살게 될 것이다. 기회는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찾아온다. 다만 때를 기다리며 준비된 자에게만 그 기회가 인생의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오늘날 경쟁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때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한 번 놓쳐버린 기회는 두 번 다시 오지 않는다.

    이준희(문화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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