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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만(滿) 나이- 이상권(서울본부장)

  • 기사입력 : 2023-07-02 19: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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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간은 출생과 동시에 죽음을 향한 여정을 시작한다. 생존의 바로미터는 나이다. 생로병사라는 자연의 섭리를 세월이라는 외형적 수치로 각인한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로 위안 삼지만, 인간의 욕망을 비웃듯 세월은 쏜살처럼 내달린다. ‘세수할 때면 세숫대야로 새어 나가고, 밥 먹을 땐 밥그릇을 스쳐 지나가고, 침묵을 지킬 땐 동그란 눈동자를 밟고 빠져나간다.’ 중국 시인 주쯔칭(朱自淸)은 세월을 이렇게 묘사했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동안 태어나면서 1세가 되고 이후 해가 바뀔 때마다 한 살씩 더하는 ‘세는 나이’가 통용됐다. 세는 나이는 중국에서 유래했다는 게 정설이다. 동아시아 지역에서 주로 사용했으나 100여 년 전부터 폐지 수순을 밟았다. 중국에서는 1960~70년대 문화대혁명 때 사라졌고, 일본은 1902년 법으로 세는 나이를 없애고 만 나이를 사용하고 있다.

    ▼지난달 28일부터 우리나라에서도 법적·사회적으로 ‘만 나이’가 적용됐다. 세는 나이는 태아의 생명에 대한 존중이 함축됐다는 측면에서 나름대로 의미가 있지만 혼란과 비용을 초래하는 만큼 일원화할 필요가 제기됐다. 만 나이는 현재 거의 모든 나라에서 사용하는 방법으로 태어나서 1년이 되어야 1살이 된다. 나이를 ‘생후 몇 년 몇 개월 몇 일’로 계산하는 만큼 과학적이고 정확하다.

    ▼만 나이 적용으로 전 국민이 세는 나이보다 1~2살 ‘회춘’했다. 특히 노년층에게 젊어진다는 건 유쾌한 심리적 위로다. 다만 세는 나이 든, 만 나이 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속칭 ‘나잇값’이다. 연륜이 쌓이는 만큼 나이의 무게를 감당해야 한다는 의미다. 나이 듦의 대체적 유형은 아집과 불통이다. 무조건 자기만 옳고, 남을 가르치려 드는 게 일반적이다. 만 나이로 회춘한 만큼 생각도 젊고 유연해지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나이 먹기는 쉬워도 어른 되기는 어렵다고 하지 않던가.

    이상권(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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