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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1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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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심청이는 심봉사의 마음을 얼마나 알까?- 배현주(마산대학교 안경광학과 교수)

  • 기사입력 : 2023-07-02 19: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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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람은 눈을 떠서 감을 때까지 끊임없이 들어오는 시각정보를 토대로 판단하고 결정하므로 인간의 사고는 눈이라는 감각기관에 많이 의존한다. 이러한 시각 경험은 미술관에서 시각적 표현의 최대치를 경험하기도 하지만 굳이 익숙하지도 않은 낯선 세계에 제 발로 나서게도 한다. 이 모든 행위를 현재 누리고 있으면 이 자체가 일상이기에 특별할 것이 없지만 지극히 일상이던 이러한 시생활이 어느 한순간 불가능해지면 청각이나 촉각 등 다른 감각기관의 정보를 토대로 시각적 추정을 하게 된다. 이러한 시각적 추정은 이미 이전에 형성된 시각적 기억을 토대로 이루어지며 추정의 기대치와 정확도의 불균형 관계를 얼마나 빨리 받아들이고 현실 적응을 위한 노력을 하느냐가 성공적인 시각장애 재활의 결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인간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은 움직임을 방해하는 장애가 최초 발생할 때까지 유효하다. 시력감소로 인한 시기능 소실이 발생하면 독립적으로 일상생활의 여러 부분을 수행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시력감소가 진행될수록 보행속도가 느려지며 주변 장애물에 부딪치는 횟수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시력장애는 신체장애와 정신장애와 함께 삶의 질에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저시력 환자로도 표현하는 시력장애인의 다수는 중심망막의 기능장애를 가지고 있으며 그들 대부분은 독서나 TV 시청 또는 상대방 얼굴을 인식하는 데 어려움을 갖는다.

    시각 문자 체계에 익숙한 후천적 시각장애인들은 점자 습득에 어려움을 겪는다. 같은 조사에 따르면 시각 장애인 중 점자 사용이 가능한 비율은 9.6%에 불과하다. 촉각으로 점자를 읽어내기 위해서 체계적인 교육과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2023년 현재 시각장애 특수학교는 국내 10개 시도(서울·부산·대구·인천·광주·대전·강원·충북·전북·전남)에 13개가 존재하며 시도별 인구로는 전국 4위(328만 명)인 경남은 시각장애인만을 위한 교육기관을 보유하고 있지 못한 행정구역에 속한다.

    학령기에 시력을 잃은 아이들의 경우 체계적인 교육의 기회를 얻기 위해서는 인근 부산지역으로 진학이 불가피하다. 시각장애 특수학교는 시각장애에 적합한 시보조기구를 갖추고 시각재활이 가능한 전문 인력을 보유하며 지식뿐 아니라 시보조기구를 사용하려는 의지와 그 효과를 극대화시켜 사용할 경우 자립심과 함께 독립적인 생활을 시작할 수 있는 첫걸음이라 할 수 있다. 시각장애인의 독립적인 생활이야 말로 시각장애에 대한 시재활의 최종 목적지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특수학교가 아닌 특수학급이나 일반학급에서 시각장애 학생을 부분적으로 운영하는 경우 시각재활 전반에 대한 인프라나 교육여건이 뒷받침되기 어려워 독립적인 활동을 기대하기 무척 어려워진다. 경남의 경우 시재활에 대한 여건이 열악하여 시각장애인의 독립적인 생활을 도울 수 있는 여건의 부재로 사회경제학적 비용을 지출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국내외의 다양한 연구에서 일반인보다 높은 후천적 시각장애인의 우울, 자살 위험도를 지속적으로 보고하고 있다. 그러나 경남은 이에 대한 대비책은 차치하더라도 인식조차 되어 있지 않아 시각장애의 사각지대에 놓였다고 볼 수 있다. 노령인구가 많은 경남은 잠재적 시각장애 인구가 많을 수밖에 없다. 지금이라도 행정에 도움을 구하는 사람을 전용 복지관으로 연계하고, 점자학습·음성 정보화기기 사용법·재활 활동을 장기간 안정적으로 지원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나에게는 당연한 일상이 다른 이에게는 당연하지 않은 경우들이 있다. 무감각하게 바라봤던 일상을 다르게 바라보며 보이지 않는 차별과 소외를 더 찾아내고 함께 해결해 나갈 수 있기를 바라본다.

    배현주(마산대학교 안경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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