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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사교육 만연으로 경쟁력 흔들리는 경남 교육- 배종찬(인사이트케이 소장)

  • 기사입력 : 2023-06-25 20:0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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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에서 바라보는 경남 교육은 어떤 모습일까. 깡그리 붕괴되고 있는 처참한 광경이 아닐까.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5일 이주호 교육부 장관에게 “과도한 배경지식을 요구하거나 대학 전공 수준의 비문학 문항 등 공교육에서 다루지 않는 부분의 문제를 수능에서 출제하면 이런 것은 무조건 사교육에 의존하라는 것 아닌가.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아예 다루지 않는 비문학 국어문제라든지 학교에서 도저히 가르칠 수 없는 과목 융합형 문제 출제는 처음부터 교육당국이 사교육으로 내모는 것으로서 아주 불공정하고 부당하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치권 공방이 되고 있지만 대통령 발언으로 촉발된 더 중요한 이슈는 사교육의 문제점이다.

    통계청이 교육부와 공동으로 실시한 2021년 초중고 사교육비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끔찍할 정도다.

    2021년 초중고 사교육비 총액은 약 23.4조원이고 사교육 참여율은 75.5%, 주당 참여시간은 6.7시간으로 전년대비 각각 21.0%, 8.4%p, 1.5시간 증가했다고 한다. 2021년이면 코로나 팬데믹 기간인데 사교육은 더 심화되었다. 전년대비 전체 학생수는 감소했는데도 불구하고 참여율과 주당 참여시간은 증가했다고 하니 말이다.

    사교육에 참여하는 학생 중에서 고등학생 1인당 월 평균 사교육비는 64만9000원이라고 하는데 적게 잡은 수치로 보인다. 한 집에 자녀가 2~3명 되고 학원 다니는 과목이 2~3개 더 늘어나면 한 달에 줄 잡아 수백만원이 사교육비로만 지출된다는 계산이 가능해진다. 사교육으로 골병이 들어도 회복 불가능한 경제적 치명상을 입는다는 의미다.

    그런데 사교육 문제의 핵심은 가정 경제에 부담이 되고 미출산 가정에 출산을 하지 않는 중대 사유가 되는 것만으로 국한되지 않는다. 사교육의 만연은 지방 인재 양성의 붕괴이고 특히 경남 교육의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는 비통함이다.

    지난 20여 년간 대학 입시 환경은 급격한 변화가 초래되었다. 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대학 입시는 고등학교 공교육의 틀 안에서 사교육이 없더라도 학생의 면학 의지와 학교의 충실한 교과 교육만으로 우수 대학에 진학하는 가능성이 얼마든지 열려 있었다. 그렇지만 2000년대 들어 각종 유형의 특목고, 외국어고, 과학고뿐만 아니라 경쟁력이 월등히 향상된 일반고가 등장하면서 대학 입시 무게의 추는 수도권과 지방의 일부 특성화 고교 쪽으로 옮겨 갔다. 여기에 서울 대치동과 청담동에서 킬러 문항을 포함해 학생들에게 스타 일타강사들의 맞춤형 강의와 입시 컨설팅까지 집중되고 있어 경남을 비롯한 지방은 서울 수도권과 경쟁이 되지 않는 수준으로 전락했다.

    사교육 열풍 속에서 경남 교육의 경쟁력이 뿌리째 흔들린 책임은 무엇보다 정치인들에게 있다. 경남 발전과 경남 미래를 위한답시고 정치적으로 노래를 불러왔지만 정작 경남의 초중고 교육을 타 지역에 비해 더 경쟁력 있게 탈바꿈시키는 문제에 대해 ‘남 탓’하며 미루기만 했지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하지 못했다. 인근 전라남도만 하더라도 문재인 정권에서 한전 공대를 유치했지만 현재 경남 도내에서 전국적인 주목도를 가지고 있는 대학교육기관이 있기나 한 것인가.

    돌이켜보면 1980~1990년대 경남은 마산, 진주, 김해, 통영, 밀양, 거창 등의 고등학교에서 전국적인 대학 합격률과 우수 대학 합격자수를 자랑할 정도의 위용을 지니고 있었다.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정치 지도자들이 이제라도 나서서 유아 및 유치원 그리고 초중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사석위호(射石爲虎)의 마음으로 나서야 한다. 사교육이 판치는 상황에서 특단의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경남 교육의 미래는 없다.

    배종찬(인사이트케이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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