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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다중 미디어 사회, 취향과 지식의 개인화- 장민지(경남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 기사입력 : 2023-06-12 19:2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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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디어 환경의 변화는 콘텐츠 이용자들의 관습을 바꾸고, 콘텐츠를 일상적으로 활용하는 이용자들의 삶의 모습 또한 변화시키고 있다. 무엇보다 스마트폰이라고 하는 전자기기가 대중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1인 1(이상) 미디어가 대중화되었고, 이는 미디어 기기의 개인화, 즉 이용자들 각자의 미디어 환경에 접속할 수 있는 개인적 환경이 마련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우리는 이전까지 정보나 콘텐츠를 이용, 혹은 접속하기 위해서 공동으로 사용하던 미디어 기기들이 있었다. 가장 쉽게 언급할 수 있는 것이 바로 텔레비전이다. 대체적으로 거실 중앙에 마련되어 있던 텔레비전이라는 미디어는 가족들에게 ‘공통의 관심사’ 혹은 ‘공통으로 논의할 수 있는 정보나 콘텐츠’의 제공을 가능하게 했다. 이러한 사실은 채널을 제어할 수 있는 주체가 누구인지도 명확하게 알려주는 것이어서 가족구성원들은 리모콘을 가진 권위자(주로 가장)에 의해 부분적으로 정보를 얻거나 타의적으로 봐야만 하는 콘텐츠가 있기 마련이었다. 그렇기에 주거지의 독립은 자신만의 미디어 기기를 온전히 가질 수 있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디어 기기의 개인화 덕분에 우리는 같은 공간에 산다고 하더라도 억지로 같은 콘텐츠를 소비하지 않아도 되는 시기를 맞이했다. 무엇보다 몸의 일부이자 어쩌면 확장된 정신체계인 것처럼 느껴지는 스마트폰의 경우, 온라인 네트워크로 끊임없이 연결되면서 어린나이 때부터 자신이 원하는 지식과 정보에 접속하고 더 나아가 자신이 원하는 콘텐츠에 대한 이용을 자유롭게 만들었다. 이러한 사실은 ‘개인’의 지식과 정보세계를 넓히는데 한몫했지만 동시에 각각의 삶이 자신이 ‘원하는 것’에 집중되는 경향을 만들어내면서 타인을 마주하는 시간을 감소시키고 연대를 느슨하게 만들었다. 이러한 일상의 변화는 개인의 삶에서 무한한 접속의 ‘자유’를 통해 지식, 정보, 콘텐츠의 개인화된 미디어 세계관 구축을 가능하게 했다.

    미디어를 통한 개인적으로 큐레이팅된 정보와 지식, 콘텐츠 등은 그것을 사용하는 주체들에게 자신의 관심사를 더욱 심화하고 전문적이게 만든다. 그러나 이는 동시에 공동체의 관심사가 점차 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과적으로 제너럴리스트가 사라지고 스페셜리스트들의 세상이 온 것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콘텐츠는 너무나도 많고, 미디어 기기 또한 개인화 되어 있기에 개인들은 자신의 선택에 집중하게 된다. 개인들은 다들 자신이 좋아하는 특정 취향의 콘텐츠를 소비하느라 ‘대중적 콘텐츠’ 보다는 과거 틈새시장이라 불렸던 아주 좁고 깊은 형태의 콘텐츠 소비 패턴을 보이게 된다.

    이는 사회를 읽어내는 개인의 시각을 하나로 고정시키지 않고 다양화한다는 점에서 무척 고무적인 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타인의 시각을 수용할 수 있는 ‘가용성’ 또한 줄어들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자신의 취향에 맞는 것만 골라서 볼 수 있고, 받아들일 수 있는 미디어 환경에서 밖으로 나와 우리가 마주하는 사회는 주변의 시각과 타인의 취향을 수용하고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상호작용해 나가야 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주류 미디어가 사라진 사회에서 개인은 자신의 취향을 직접 구축하고 이를 전문화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졌을 뿐만 아니라 타인의 시각 또한 ‘나’와는 다르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 또한 어려워질 수 있다. 미디어 환경 속 큐레이팅된 사회는 나의 취향으로만 직조되어 있기에 이제 우리는 누군가와 함께 한다는 것을 ‘견디기 어려운’ 시간으로 인지하게 될지도 모른다. 미디어와 기술은 늘 우리에게 양면의 결과를 동시에 쥐여 준다는 걸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장민지(경남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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