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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21세기 프로메테우스의 불 ‘챗GPT’- 김종욱(한국전기연구원 수석연구위원)

  • 기사입력 : 2023-06-11 19:3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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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거대 언어모델(LLM) 기반의 생성형 인공지능, 챗GPT(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가 몇 해 전 우리사회에 광풍을 몰고 온 비트코인에 비견될 정도로 열풍이다. 오픈AI가 언어모델 최적화를 목표로 개발한 챗GPT는 인간친화적인 자연스러운 대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가 자사의 검색포털 ‘빙(Bing)’에 챗GPT를 적용해 글로벌 검색시장에서 92%이상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고 있는 구글에 도전장을 내밀며 검색시장에 새로운 게임체인저로 부상했다. 구글 검색과 MS의 빙-챗GPT 검색은 극명한 차이점을 보인다. 관련된 자료들을 단순히 링크로 나열해 제공하는 구글 검색과는 대조적으로 빙-챗GPT는 검색어가 포함된 대화형 질문에 대화체로 답변을 정리해 제공한다. 즉, 검색 결과로 제시된 자료들을 다시 검토하는 불편함을 해소해준다. 챗GPT가 제공하는 정보는 가상공간에 존재하는 자료에 기반을 두기 때문에 잘못된 정보나 ‘할루시네이션’ 오류에 의한 허위 정보를 생성할 수 있어 정보의 진위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선 심층 검토가 필요해 보이지만, 사용자와 대화를 통해 요구에 맞는 답변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기존과는 확연히 다른 차원 높은 혁신기술임은 분명해 보인다.

    ‘코닥 모멘트’란 말이 있다. 디지털 카메라 등장으로 당시 필름 카메라 시장의 공룡이었던 코닥이 일거에 몰락한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기존의 사업 모델이나 기술이 급격하게 변화하는 상황에서 기업이 재빠르게 대처하지 못해 경영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챗GPT에 한 발 밀려 생성형 인공지능 경쟁에서 위기를 맞이한 구글이 최근 차세대 초거대언어모델(LLM)인 ‘팜(PaLM)2’를 적용한 AI 챗봇 ‘바드(Bard)’를 출시해 자사제품에 결합하면서 반전에 나서고는 있으나 승패여부는 더 두고 볼 일이다.

    그리스로마신화에 ‘프로메테우스’가 등장한다. ‘먼저 생각하는 사람, 선지자’라는 뜻을 가진 프로메테우스는 인간을 만들고 인간에게 ‘불’을 선사한 대가로 혹독한 형벌을 받은, 인간에게 매우 우호적인 신으로도 유명하다. 신화의 내용과는 별개로, 화력 에너지의 근원인 불의 발견으로 인류는 더욱 효율적으로 음식을 조리하고 따뜻한 곳에서 살 수 있게 되었으며 삶에 필요한 도구를 만드는 등 불은 인류 문명 발전사에 없어서는 안 될 지대한 공헌을 해왔다. 가령, 세계 4대문명인 메소포타미아 문명, 이집트 문명, 인더스 문명, 황하 문명은 모두 불을 활용해 청동기 문화를 이루었으며, 18세기 후반부터 19세기 초반까지 유럽에서 기술적·사회적 변화를 이끈 산업혁명도 화석 연료를 불로 활용하여 산업의 혁신을 가져왔다.

    불은 인류 문명사에 필수 요소였다. 하지만 불의 활용으로 막대한 온실가스가 배출됐고, 기후변화를 가속시켜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이율배반적 문제를 발생시켰다. 동전의 양면처럼 모든 것에는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이 교차한다. 챗GPT가 인간과 인공지능 간의 소통을 원활하게 만들어 인류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은 분명해 보이지만, 확증편향적인 풍조 창출, 윤리 문제 발생 등 반대급부 차원에서 챗GPT가 몰고 올 가공할만한 위협 또한 부인할 수는 없다. 챗GPT는 마치 우리네 민화 ‘도깨비 방망이’에서 “금 나와라 뚝딱, 은 나와라 뚝딱” 주문을 외치면 즉각적으로 답을 제공하는 지식(정보)자판기 같다. 자칫 챗GPT가 제공하는 정보에만 매몰되어 올바른 사고와 합당한 노력, 경험의 과정을 놓치게 된다면 객관성을 갖춘 올바른 지식인으로 성장할 수 없음이다. 바야흐로 인류는 챗GPT시대를 마주하고 있다. 21세기 프로메테우스의 불과 같은 챗GPT를 어떻게 인식하고 활용하는가에 따라 기술혁신의 기회로 삼을 수 있으니 올바른 전략 마련을 위해 우리 모두가 머리를 맞댈 중대한 시점이다.

    김종욱(한국전기연구원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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