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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시티폰과 협동로봇- 최국진(한국폴리텍Ⅶ대학 창원캠퍼스 교수)

  • 기사입력 : 2023-06-06 19:3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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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산업용 로봇 밀도가 가장 높은 국가이다. 로봇 밀도란, 노동자 1만 명당 로봇 대수를 뜻한다. 국제로봇연맹(IFR)의 자료에 따르면 2021년 우리나라의 산업용 로봇 밀도는 1000대를 기록했다. 이는 제조업 노동자 10명당 로봇이 1대 정도 투입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세계에서 유일하게 우리나라만 보유한 기록이다. 그런데 최근 겉모양만 약간 다를 뿐 기본 구조나 움직임은 거의 똑같으면서 다른 이름으로 불리는 로봇이 우리 주변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 바로 ‘협동로봇’이다. 로봇이 혼자 커피를 만들고, 치킨을 튀기는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영상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것이 모두 협동로봇이다.

    협동로봇은 산업용 로봇과 형태는 유사하나, 큰 차이점이 있다. 일단 기존의 산업용 로봇보다 작업속도가 빠르지 않고, 가벼운 물체만 들 수 있다. 그러나 산업현장에는 사실 가볍고 느린 작업에 굳이 로봇을 사용할 필요는 없으므로, 협동로봇이 산업현장에 적용되는 사례는 많지 않다. 그렇다 보니 대부분의 협동로봇 시장이 서비스업 쪽으로 형성되고 있다.

    국내 협동로봇 시장은 국내 대기업 D사와 H사의 제품과 중소기업 R사의 제품이 있으며, 해외기업으로는 U사의 제품이 주를 이루고 있다. 여기에 최근 다른 대기업들의 참여 분위기도 형성되어 가고 있어 로봇 산업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로봇공학자의 시각에서 보면 산업용로봇 시장의 형성 시점에서 우리나라 대기업의 참여와 실패가 반복되는 것을 안타깝게 지켜봤던 터라, 이번 협동로봇 시장의 활성화에 많은 기대를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시티폰’과 같은 전철을 밟지 않을까 우려되는 마음이 더 크다.

    시티폰은 일명 ‘삐삐’라고 불리는 호출 전용의 소형 휴대용 수신기에서 개인휴대통신(PCS)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생겨났다가, 먼지처럼 사라져버린 비운의 이동 통신기기다. 1997년 3월 20일 서비스를 시작해 한 달 만에 10만 명의 가입자를 돌파하기도 했으나, 같은 해 10월 수발신이 모두 가능한 개인휴대통신이 등장하면서 인기가 시들해졌고, 서비스를 시작한 지 2년 만에 사업이 종료됐다.

    그런데, 사실 삐삐가 등장하면서 이미 CDMA방식의 무선데이터통신이 개발되고 있었고 1998년 2월에 처음으로 서비스가 시작되면서 개인휴대전화의 등장이 예정돼 있었다. 그런데도 삐삐 사업으로 잘나가던 통신회사가 무리한 투자와 기술 트렌드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해 막대한 적자로 끝나버렸다.

    필자가 협동로봇과 시티폰을 같은 시각으로 바라보는 이유는 얼마 전 큰 이슈가 됐던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의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일명 테슬라봇의 발표 때문이다. 일론 머스크가 공약한 대로 2000만원 대의 휴머노이드 로봇이 몇 년 안에 대량 보급된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현재 협동로봇을 이용해 무인 커피점을 구성한다고 할 때 로봇 가격이 3000만원 정도에 주변 장치들이 2000만원 정도 추가돼 5000만원 정도가 든다고 한다. 그리고 만약 무인 커피점에 사용되었던 협동로봇을 다른 용도로 전환하려면 다시 추가 금액이 발생하며, 이는 커피든 치킨이든 아이스크림이든 마찬가지다. 반면 휴머노이드 로봇은 그럴 필요가 없다. 간단한 형태의 SW업데이트 및 추가적인 학습을 통해 즉시 다른 업무 수행이 가능하며, 동시에 여러 작업 수행도 가능하다. 휴머노이드 로봇의 가장 큰 장점은 지금의 협동로봇이 가지고 있는 인간과의 ‘협동’ 차원이 아닌, 인간과의 ‘공존’이 가능한 ‘공존 로봇’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지금의 협동로봇이 미래의 로봇 시장에서 살아남을 방법은 없을까? 쉽지는 않겠지만, 산업용 로봇이나 테슬라봇보다 저렴하면서 두 로봇이 하기 어려운 블루 오션을 찾아야만 한다. 모처럼 활기 넘치는 국내 로봇 산업의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서 해당 업체와 관련 기술 종사자들의 혜안이 필요하다.

    최국진(한국폴리텍Ⅶ대학 창원캠퍼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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