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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9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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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하장애와 연하장애식] 먹고 마시지 못해 고통만 삼킨다면

입에서 위장까지 음식물 보내는 과정에 문제 생기면
영양 결핍·탈수·흡인성 폐렴·질식·상실감 등 초래
뇌졸중·외상성 뇌손상·파킨슨병 등 원인 다양

  • 기사입력 : 2023-06-05 08: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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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하는 음식물을 입으로 먹은 후 구강과 인두, 그리고 식도를 거쳐 위장까지 보내는 일련의 과정을 말한다. 음식물을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위장까지 이동시키기 위해서는 연하 기능을 조절하는 중추신경계와 뇌신경, 그리고 두경부에 있는 많은 근육들이 조화롭게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연하 기능에 이상이 생기는 경우 영양결핍이나 탈수증상을 초래할 수 있고 음식물이 기도로 넘어가는 경우 흡인성 폐렴이나 질식을 일으켜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또한 먹고 마시는 즐거움을 잊어버림으로 인해 초래되는 심리적, 정신적인 상실감과 일상생활에서의 영향은 지대하다.

    연하 기능은 여러 말초신경을 통해 전달되는 감각 정보들이 중추신경계로 전달이 되고, 취합한 정보들을 기반으로 생성된 신호들이 신경을 통해 연하에 관여하는 25쌍 이상의 두경부 근육들에게 전달해 조절하는 복잡한 과정이다. 입에서부터 식도까지 음식이 지나가는 과정 중에 어느 한 부분이라도 문제가 생기게 되면 연하장애가 오게 된다.

    연하장애가 생기게 되면 가장 우선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안전성이다. 해부학적으로 기도 바로 뒤쪽에 식도가 있으며 숨을 쉬는 폐로 연결되는 곳과 음식이 지나가는 곳이 아주 가까운 곳에 있다.

    정상적인 연하 과정에서는 입안에서 음식물이 적당한 크기와 성상으로 만들어져서 삼키게 되면 폐로 연결되는 기도 쪽의 통로는 순간적으로 닫히면서 음식물은 식도 쪽으로만 통과해 가게 된다. 연하장애가 있는 경우에는 이 과정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아 음식물이 기도를 통해 폐로 흡인이 되어 폐렴이 될 수 있으며, 음식이 구강기에서 적당히 잘리기도 전에 큰 덩어리로 넘어가 기도를 막아서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연하장애로 인한 두 번째 문제는 연하 효율성 저하이다. 우리가 필요한 만큼의 연하 작용이 일어나지 않아 음식물이 위장까지 이동하는 시간이 매우 느리거나 그 양이 매우 부족한 경우이다.

    인지기능 장애나 정신과적인 문제 등으로 입안에서 음식을 씹고 삼키려는 시도 자체가 잘 안되거나, 안면마비, 두경부암 수술 등으로 음식을 삼키는 힘이 약해서 음식이 잘 전달되지 않기도 하고, 식도 입구가 잘 열리지 않아 음식이 인두에서 식도로 통과하는 것에 어려움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연하장애를 일으키는 질환 중 가장 흔한 것은 뇌졸중이며, 그 외에도 외상성 뇌손상, 뇌종양, 파킨슨병, 근육병, 두경부 종양, 두경부 외상이나 수술, 인지장애, 우울증, 방사선 치료 등 다양한 원인들로 인해 발생할 수 있다.

    연하장애 치료에 있어 중요한 목표는 적절한 영양 섭취 및 흡인의 예방에 있다. 연하 단계 중 어느 부분에서 문제가 있는지, 어느 정도의 문제가 있는지, 흡인을 방지하는 방어 작용은 얼마나 유지되고 있는지에 따라 영양 섭취 경로, 식이 종류, 보상기법, 식이 변형 및 기능 회복을 위한 재활치료 부위와 방법을 결정하게 된다.

    병원에 입원해 있는 상태의 환자들은 연하장애 증상이 있거나 의심되면 비디오투시 연하검사를 시행하고, 그 결과에 따라 병원에서 적절한 식이를 선택하고 준비해 환자에게 제공을 해준다. 하지만 연하장애가 남아있는 상태에서 집으로 퇴원한 경우에는 환자나 보호자가 직접 식이를 준비해야 하는데, 식이 변형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적합하지 않은 식이를 섭취하게 될 경우 폐렴이나 기도 폐색의 위험이 있기에 주의해야 한다.

    식이 변형은 환자의 연하 기능에 맞춰 덩어리의 성상 및 형태를 변형시켜 환자가 안전하게 섭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음식의 성상 수준에 따라 국제 연하곤란식 표준체계(International Dysphagia Diet Standardization Initiative, IDDSI)에서는 0~7의 8단계로 분류하고 있다. 그 중 흔하게 접하게 되는 것은 액체류의 변형이다. 연하반사가 늦고 흡인에 대한 방어 작용이 저하되어 있어 물처럼 잘 흐르는 성상은 기도로 넘어갈 위험이 높아 점도를 높여줄 필요가 있다. 이럴 때 점도 증진제를 첨가해 섭취하게 되는데 요리할 때 전분 가루를 이용해 국이나 소스의 점도를 높이는 것을 생각하면 된다. 액체류는 점도에 따라 물, 맑은 과즙, 진한 과즙, 꿀 정도의 점도, 숟가락으로 떠야 하는 푸딩의 점도로 분류할 수 있다. 액체류(물, 국, 음료 등)의 모든 음식을 섭취할 때 시중에 파는 점도 증진제를 섞어주게 되면 점도가 증가하게 되며 연하검사를 통해 환자에게 적합한 점도를 확인 후 그 맞추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즉, ‘액체의 용량 200ml당 점도증진제 1포’ 같은 식으로 양이 고정된 것이 아니라 목표로 하는 적절한 점도가 될 수 있도록 점도 증진제 양을 조절해야 하며, 이 양은 점도 증진제 제품, 액체의 종류에 따라 양은 제각각일 수 있다. 점도가 너무 묽게 되면 기도로 흡인이 될 위험이 증가하고 점도가 너무 높게 될 경우에는 음식이 잘 내려가지 않아 인두에 잔류물이 증가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적절한 점도를 맞추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 외에도 점도 증진제를 섞은 후 시간 경과에 따른 점도의 변화도 제품별로 편차가 있기 때문에 섭취할 때 주의가 필요하다.

    고형식의 단계는 퓨레단계(매우 걸쭉한 정도로 숟가락으로 먹거나 포크로 가능, 컵이나 빨대로 마실 수 없을 정도), 다지거나 갈은 수준(촉촉하게 다져놓은 정도로 숟가락으로 뜰 수 있고, 혓바닥으로 눌러서 씹을 수 있을 정도), 부드러운 수준(부드럽게 씹을 수 있는 정도로, 젓가락으로 뜰 수 있으며, 삼키기 전에 저작이 필요한 정도), 일반식사의 4단계로 분류할 수 있다. 퓨레단계에 해당되는 음식은 연두부, 푸딩, 된호박죽, 잘 익은 부드러운 바나나 정도이며, 다지거나 갈은 수준은 흰죽이나 전복죽(전복은 곱게 갈아야 함), 야채죽, 덜 익은 바나나 정도이고 부드러운 수준의 고형식은 진밥, 두부, 찐 감자, 푹 익힌 생선찜이나 조림 정도의 음식을 생각하면 된다.

    외래로 통원 치료를 받는 연하장애 환자분들 중에 연하곤란식에 대한 교육이나 이해가 잘 이루어지지 않아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할지 몰라서 죽만 드시고 계신 경우를 가끔 볼 수 있다. 특히 한식의 특성상 밥만 먹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반찬류와 함께 섭취하게 되는데, 죽만으로 식사를 하다 보니 맛도 지겹지만 영양공급에도 불균형이 생기는 것이다. 하지만 연하곤란식의 조리법에 대해 이해하게 되면 다양한 재료들로 연하곤란식을 만들 수 있다.

    식이 변형은 연하장애 환자에서 효율을 높이고 흡인의 위험을 감소시키기 위해 흔히 사용하는 보상적 방법이다. 병원에서는 환자의 연하장애 수준에 맞추어 단계별로 연하장애식을 제공하지만 집에서 지내고 있는 환자 경우 보호자나 환자가 직접 연하장애식을 준비해야 한다. 환자에게 적합한 식이의 점도와 재질을 조절해 주기 위해서는 먼저 비디오투시 연하검사를 통해 환자의 상태를 정확하게 평가하고 환자에게 맞는 식이 변형을 결정해야 한다.

    이준희 기자

    도움말= 이승재 희연재활병원 재활의학과 전문의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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